튀니지여행 308
No eat, No drink
No smoking까지
2025년 라마단은 2월 28일부터 3월 30일까지이다. 튀니지 여행 말미에 우리는 라마단을 경험한다.
우선 28일 자이투나 모스크에서 그 시작을 알리는 행사에 함께 했다. 평상시 2시에 문을 열던 모스크는 세시가 넘도록 예배드리는 사람들로 가득했고. 관광객의 입장을 통제했다. 사진촬영도 금했지만, 예배가 끝난 후에는 맛있는 꾸수꾸수를 나누어 주었고. 우리도 맛을 볼 수 있었다. 예배 후 잔잔한 감흥으로 자리를 지키는 사람들과, 기념촬영을 하는 이슬람 신자들과 함께 어울려 있었다.
튀니스를 떠나는 날 숙소 앞 카페에서 에스프레소 한잔으로 마무리하려 했으나 아침 10시인데도 카페 문은 닫혀있었다.
비제르티 숙소를 찾아 택시를 탔을 때 택시기사는 목적지에 도착하지도 않았는데 시계를 가리키며 그만 가겠다고 닦달을 하셨다.
체크인 전이라 비제르티 숙소에 짐만 맡겨놓고 점심식사할 곳을 찾았으나 음식점은 모두 문이 닫혀있고, 그 많은 카페들도 대거 물청소를 할 뿐 커피 파는 집은 없었다. 연기를 뿜으며 야채를 굽고 있는 식당의 남자는 해가 져야 그 음식을 먹을 수 있다고 몸짓으로 말한다.
그제야 우리는 라마단이 시작되었는 사실을 눈치채게 되었다.
빵집이고 고깃간이고 사람들이 줄을 서있지만 그것은 해가 진 후에 먹을 음식을 미리 준비하는 것일 뿐 누구도 입에 음식을 넣지는 않았다. 우리가 건넨 자일리톨 껌조차도 루아지버스 기사는 해가 지고 나면 먹겠다며 운전석 공간에 놓아두었다.
이들은 라마단 기간에 무얼 할까 궁금했다. 운전자들도 힘이 들어 손님들이 관광하는 동안 지쳐서 쓰러져있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튀니지 국립예술관을 찾았을 때 외국인 단체 손님들에게 식사를 제공하는 식당이 있어서 우리도 식사를 할 수 있었다. 한쪽 구석에 아무것도 하지 않고 조용히 앉아있는 남자가 있었다. 아마도 관광버스기사가 손님들의 식사시간을 지키고 있는 듯했다. 네 단계 정도의 코스로 제공되는 식사시간 동안 그는 아무것도 마시지도 먹지도 않았다. 나갈 때 그의 손에는 손에 잡힐 만큼 작은 봉투 하나가 들려있었다. 해가 지면 먹을 음식인 듯했다.
고급스러운 요트로 가득한 비제르티 항구에서 만난 남자는 우리에게 어디서 왔느냐, 한국은 좋은 나라다. 튀니지는 조용하다라고 말한다. 라마단 때문이며 그들은 잠을 잔다는 제스처를 해 보인다. 먹지도 마시지도 않고 이들은 무얼 할까 궁금했는데, 의문이 풀린 셈이다.
시디부사이드에서 튀니지의 마지막 닷새를 보낸 후 시칠리아 팔레르모로 가기 위해 여객선을 타는 곳에 나와있다.
배는 밤 12시에 출항하여 15시간 만에 도착할 예정이다. 오후 네시부터 체크인을 한다고 하여 서둘러 대합실에 와있다.
어느 순간 대합실의 사람들이 음식을 꺼내먹기 시작했다. 우리도 남들 먹을 때 먹자며 싸 온 도시락을 꺼낸다.
막 해가 졌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누군가 마련해 주었을 도시락을 꺼내는 사람도 있고, 비닐봉지에 담아 온 빵을 먹는 사람도 있다. 우리는 여기까지 태워준 택시기사에게 넉넉히 택시비를 지급하고도 남은 돈을 스낵코너에서 모두 쓰고 이곳에서 도시락을 펼친다. 튀니지 돈을 다른 데서 쓸 일이 없기 때문이다.
각자 나름의 저녁식사를 마친 후 남자들이 스낵 코너로 하나둘 몰러와 커피 한잔을 시키고는 테이블을 차지하고 앉는다. 각 테이블마다 재떨이가 놓여있고 여기저기서 담배냄새가 독하게 전해진다.
담배조차도 해가 진 후에 핀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들은 어떻게 이것이 가능할까?
2025. 3.8 저녁 8:45
port ra goullette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