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을 아코디언처럼

by 변한다

참 오래간만입니다. 미샤 스튜어트, 왕년의 살림의 여왕이었던 그녀의 소식을 접했습니다. 오호라 뉴욕타임스에서 뽑은 2022년 가장 스타일리시했던 인물 리스트에 들어갔었습니다. 영향력 있는 여성 기업인으로 승승장구했지만, 주식 부당거래 등으로 징역도 살고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그녀가 특정 화장품 브랜드와 협업해 주름 개선 및 보습 등의 효과를 홍보하는 데 열성이라는 기사의 내용을 보고 한때 천하를 호령했던 그녀도 어쩔 수 없구나 싶었습니다. 그 화장품 덕분인가? 수영복 모델로 변신해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기도 했었죠.


세월이 가는 흔적이 보기 싫지 않고 지극히 자연스러운 건, 아니 진짜 이효리의 눈가주름 뿐인가? 근데 그녀는 시술조차 하지 않았나? 쓸데없이 괜한 의심이 드는 자격지심은 집어치우고 자그마치 20년 전, 대학교 때 아는 분의 아는 분이 성형외과 선생님이었는데 나와 나이가 비슷한 또래 친구들이 벌써부터 보톡스 시술을 시작했다고 해 깜짝 놀란 적이 있었습니다. 나 역시 6년 전에 맞아보았습니다. 동생의 결혼식에 누나라고 하나 있는 게 미간의 쌍심지 가득 켜고 나타나면 얼마나 놀랄거냐고요. 잠깐의 톡 쏘는 따끔거림으로 가정의 행복과 평온을 위한 일종의 요식행위이자, 서비스 차원이었다 이쯤에서 유독 강조하고 싶습니다.


근데 유통기한은 딱 6개월이었죠. 그동안 펴졌던 내 미간은 다시 좁혀졌고 깊게 파였습니다. 다소 허망하기도 했죠. 몇 년전 반차를 겨우 내고 아이와 함께 다녀왔던 놀이동산에서 놓친 애드벌룬만한 크기의 헬륨풍선과 비교해도 손색없었습니다. 아이는 주저앉아 목놓아 펑펑 울었고, 나는 같이 그 풍선을 쫓아 하늘나라로 가고 싶을 만큼 애탔고 아쉬웠죠. 그 탱탱했던 풍선이 성층권에 가기도 전에 터지듯, 시간이 가면 주름살이 느는 건 당연지사인데, 어떻게 그 물 흐르는 자연의 법칙을 거스를 수 있겠는가. 어떻게 주름 없이, 두볼 빵빵하게 평생을 살아갈 수만 있겠나. 싶은 생각이 듭니다.


정영욱의 <나를 사랑하는 연습>에서 ‘주름’을 이야기하는 대목에서 입이 쫙 벌어집니다. 옷도 옷 나름대로 많이 입고 빨고를 반복하다 보면 주름 같은 것들이 생기기 마련이고 반짝이던 반지도 꼈다 뺐다를 반복하게 되면 손가락에 자국도 생기고, 예뻤던 반지도 결국 그 찬란한 빛을 잃어버리기 마련이라는 것. 맞습니다. 근데 사실 말은 그래도, 주름 사이로 삶의 때나 흔적 같은 것이 껴서 깨끗하게 지워지지 않는다는 절망적인 느낌을 받게 될 때 우리는 조금씩 좌절합니다. 그럴 때일수록 어지러운 마음을 비워내고 덜어내고, 그냥 두고 지켜보는 것 그래야 더 무게감있게 내 인생을 힘껏 살아낼 수 있는 힘이 생긴다는 것 지레 알면서도 말이죠.


특히 나같이 '콰이콰이'를 하루에 몇 번씩 외쳐대는 성질 급한 사람들에게 가장 견디기 힘든 건 바로 한 치의 빈 시간, 빈 공간을 용납하지 않은 조바심, 일종의 강박증 같은 것입니다. 멀리 갈 것 없이 나 자신도 속도, 생산성, 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삶을 살아왔습니다. 그래서 멍 때리거나 여유가 있게 되면 그 순간들을 견디지 못한 채 뭔가를 또 하고 있습니다. 전직장 임기를 마치고 이직하기 까지 4개월 동안의 시간들도 마찬가지죠. 매일 새벽 5시에 일어나 글을 쓰고 하루에 1-2권씩 책을 읽고 1월 중순에 있을 시험공부를 하고, 또 다른 학점학위제 공부에, 영어통번역공부까지 했더랍니다. 20년 가까이 내달리기만 했던 그 가쁘고 거친 숨을 잠시 거두고, 퇴직하고 당분간은 느슨하고 깊고 긴 호흡으로 살겠다는 다짐이 무색했죠. 종종 거리는 건, 아마도 죽어야 끝나는 건가. 싶기도 했습니다. 미샤 언니의 세월을 거스르는 저 몸부림에 나를 또 보는 느낌이 들었죠. 문득 생각나는 아코디언, 건반과 버튼을 누르면서 바람통으로 공기 압력을 조절하여 자유리드를 진동시켜 소리를 낸다고 합니다. 그래 미샤 언니, 우리 주름을 우리의 흔적을 우리의 세월을 다사다난했던 인생의 무게만큼 받아들여. 뭘 자꾸 더 하려고 해요? 어차피 쪼그라들기도 하고 잠시 펴지기도 하는 게 인생인 걸 언니 80년, 나는 40년 넘게 겪을 때로 겪었잖아요. 여전히 달달 볶는 그 다그치는 마음을 이제 그만 뒤로 하고 남은 인생을 글쓰기를 아코디언같이 그렇게 릴렉스

keyword
이전 06화송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