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글쓰기는 담박한가요?

by 변한다


담박하다.


사실 처음 봤습니다. 이 단어. 손웅정의 <모든 것은 기본에서 시작한다>에서. 욕심이 없고, 마음이 깨끗한, 아무 맛도 나지 않고 싱거운 상태란 의미를 가졌습니다. 단순하고 심플하게, 욕심없이 마음을 싹 비운 상황. 저자는 사람이 살아가는 데 꼭 있어야 할 것은 따지고 보면 사람이 많은 것이 필요하지 않은 것 같다고 했습니다. 바탕과 기본만 확실히 갖춘다면 적어도 사람 구실은 할 수 있다고. 그래서 ‘담박하다’가 찰떡입니다. 그래 결국 본질은 기본!


손흥민 아버지로도 유명한 저자가 말한 ‘담박함’은 기본기와 몸의 밸런스, 공을 자유자재로 다루는 훈련 이 세가지를 집중한다는 비단 축구에만 해당되지는 않을 것입니다. 갑자기 ‘무인양품’이 생각났습니다. 디자인하지 않는 디자인, 무작위의 작위, 아무것도 없지만 모든 게 있는, 평범한 비범함, 어디에나 있지만 어디에도 없는 것을 추구하는 무인양품


“지구 차원에서 소비시대의 미래를 관통하는 시점을 갖고 최적의 소재와 제조 방법, 그리고 태도를 모색하면서 지혜를 삶의 형태로 드러내고자 합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그렇구나!’라고 공감, 납득하고 이성적인 만족감을 얻을 수 있는 상품을 통해 무인양품은 생활의 ‘기본’과 ‘보편’을 계속 제시하고자 합니다.” 양품계획 <무인양품의 생각과 말> p.193


기본과 보편은 우리에게 무척이나 일상적이고 살가운 가치인데 종종 잊거나 다른 어지러운 것들로 인해 보이지 않고 쉽게 가려질 때가 있습니다. 그걸 상기해주는 순백 같고 담백한 이 문구와 이 책을 본 어느 새벽에 내렸던 눈은 아주 느낌이 절묘하게 닮았습니다. 무인양품의 기본과 보편을 추구하는 사상은 카피라이터의 본연의 임무와도 매우 흡사합니다.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줄이고 줄이고 또 줄여서 딱 한 단어로 만들어 제품과 연상되는 그 핵심만 기억하게 만드는 카피 하나를 발견하기 위해 도려내고 잘라내고 없애고 그럼으로써 핵심만 보기 좋게 건져내는 일이 얼마나 쉽지 않은 일이던가요.


거기엔 이른바 ‘척’이 통하지 않습니다. 아는 척, 그런 척, 아닌 척, 안 그런 척...어떻게든 그럴 듯하게 포장하고 과장하고 예쁘게 담아보려고 해도, 그 억지스러움은 보는 이들은 겪는 이들은 결국 다 압니다. 그리고 공감 부스러기조차 절대 생길 수 없다는 것도. 그래서 글쓰는 이들에게 ‘담박하다.’나 기본이라는 건 무엇보다 글쓰기의 목표 3가지를 얼마나 정확하게 알고 있느냐에 달려있다고 보아도 무방할 거 같습니다. 송숙희의 <150년 하버드 글쓰기 비법>에서 보면, 첫째 핵심을 전하고, 둘째 빠르게 전달하며 마지막으로 원하는 반응을 얻는 것에 있다고 했습니다.


돌이켜보건데 글쓰는 내가 그동안 일이랍시고 해왔던 보도자료뿐만 아니라 입장문, 연설문이나, 기고문, 카피, 자막 문구, 그리고 내 책까지 얼마나 그 목적에 부합했는지, 군더더기나 미사여구, 낭비적 요소는 얼마만큼 덜어가며 알맹이와 기본에 부합하려 애썼는지 ‘담박하다’ 4글자를 보고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바라는 것이 크고 희망의 기준은 높을수록 사실 그만큼 군소리가 많아지는 게 사실, 쉿 자기변명은 이제 그만, 담백하게 다시 기본으로 조용히 그렇게 글을 쓰는 내일을 기다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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