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절하지 않으면 결국 없다

by 변한다

“나는 소심해서 낯을 가려서 영업이 체질이 아니라고 하는 사람들을 믿지 않다. 그들의 소심한 마음을 믿지 않는 것이 아니다. 단지 생존이 절실하지 않는 사람들이라고 여긴다. 그래서 나는 그렇게 말하는 이들에게 일을 주지 않는다. ” p 132 <돈되는 말하기 기술, 장지웅>


체질이라는 건 없습니다. 그래서 나는 MBTI를 그냥 참고사항 정도로 여깁니다. 어떤 날은 스티브잡스와 동일한 통솔자 유형 ENTJ-A로 나왔다가, 크리에이티브가 잘 맞는 재기발랄한 활동가 ENFP로 나왔다가 합니다. 내 성향이 오락가락한다고 주어지고 닥친 일을 못해? 만약 영업을 해야 하는 것이면, 내 체질을 그 일에 딱 맞춰보고자 하는 간절함 정도는 반드시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왜냐 승패를 좌우하는 많은 요소들 중 내가 어찌 할 수 있는 건 나의 간절함 정도 뿐이기 때문이죠.


모델 한혜진을 달리 봤던 이야기 중 세상에는 내가 어찌할 수 있는 것들이 많지 않는데, 그 중 운동을 해서 몸을 변화시키는 건 온전히 내가 할 수 있는 영역이라고 한 것과 일맥상통합니다. 얼마나 간절한지가 얼마나 원하는지는 나도 남도 결국 속일 수 없습니다. 글을 쓰고자 하는 우리의 간절함은 무엇인가. 진짜 글을 쓰고 싶은지, 아님 쓰지 않아도 되는지, 쓰는 척을 해서 주위 시선을 끌고 싶은 정도인지, 쓰지 않아도 버틸 재간이 있는지 들여다봐야 합니다.


치매 다음으로 흔한 대표적인 퇴행성 뇌 질환인 파킨슨병을 앓고도 20년간 정신과의사 김혜남은 무려 책 열 권을 냈습니다. 희미해져가는 기억을 붙잡으면서 저자는 얼마나 쓰고자 하는 글을 썼다 지웠다 했을까요. 그녀가 말하는 인생에서의 성공이란 경쟁에서의 승리를 말하는 게 아니라, 내가 내 삶에 얼마나 충실했느냐라고 했습니다. 병마와 싸우면서 글을 썼던 그 정성이나 마음 씀씀이가 더없이 정성스럽고 지극하여 저자의 책은 빠짐없이 읽는 편입니다.


중국의 사상가 루쉰은 그의 책 <화개집> ‘결코 한담이 아니다’에서 배가 부르고 글 청탁이 적으면 마음이 평온해져 문을 닫고 아무 것도 쓰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설령 쓴다고 해도 아마 미지근한 말이거나 이래도 좋고 저래도 좋은 주장에 지나지 않고, 즉 이른바 중도를 지키는 말이요, 공평 타당한 말이므로 실은 쓰지 않은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루쉰이 말한 배부름은 간절함의 부재란 말입니다. 결국 간절함이 없어서 이도 저도 아니어도 된다는 뜻과도 같습니다.


바라는 것을 위해 끈기를 가지고 간절하게 집중을 얼마만큼 했는가 후회없이. 그러고 나서 결과는 내 알바나 상관이 아니고 그냥 하늘에 맡기면 되는 겁니다. 속편하게. 일단 이도 저도 재지않고 그 전에 내달려봅시다. 해보고 아님 마는 것. 단 유턴해서 다른 거 할 만한 기력은 조금 남겨둬도 됩니다.


간절하지 않는데, 재수좋게 행운이 우리 곁에 올 일도 만무하죠. 운좋게 얻어걸릴 일도 운좋게 때려맞출 일도 없을 확률이 높아질 수 밖에 없습니다. 간절하면 아침에 일어나 그 맑은 정신으로, 눈 몇 번 깜빡한 후에 무얼 쓸 것인지 컴퓨터 화면에 걸린 빈 문서를 뚫어지게 바라봅니다. 나는 앞으로 무슨 책을 읽고 어떤 글을 쓸 것인가. 나의 미래의 독자들과 어떠한 이야기를 나누고, 생각을 함께 할 것인가. 간절하게 더 격정적으로 그렇게 마음을 세밀하게 들여다보는 오늘은 좀 특별한 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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