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시험에서 어느 특성화고등학교가 전원 합격했다는 등 이런 뉴스에 그때 나도 모르게 가슴 속 깊은 곳에서부터 진심으로 ‘브라보’ 손박수를 보냈던 때가 있었습니다. 그 어린나이에 하고 싶은 것도 많았을텐데 수많은 유혹들을 뿌리치고 오직 합격의 영광을 얻기 위해 엉덩이 딱 붙이고 공부에 매진하는 게 어디 그리 쉬운가요. 허나 찬물을 좀 끼얹자면 합격하면 공부는 이제 끝인 줄 알겠지만, 공무원이 돼서든 회사원이 돼서든 공부와는 영영 이별은 없습니다. 이제 공부의 한 봉우리 정도를 겨우 넘었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직장을 다니면서 새로운 분야를 공부하거나 현재 자신이 일하는 분야에 대한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계속 송부하는 사람들을 두고 샐러던트라고 하는데 평생직장 개념이 사라지면서 지속적인 공부를 통해 자신의 가치를 높이는데 열중하는 직장인의 모습을 반영한 것이라고 합니다. 그렇다고 정년이 보장된 공무원들이 직장인과 비교했을 때 공부를 덜 하느냐? 4년동안 내가 곁에서 봤던 그들은 그렇지 않아보였습니다. 퇴근 후 근처 대학에서 석박사를 공부하거나, 언어를 배우거나 자기가 맡고 있는 분야가 아닌 다른 쪽에 대한 탐구를 게을리 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러다 실제 새 삶을 찾아 떠나는 원동력으로 삼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샐러던트는 직장의 보장 유무와는 지금 크게 상관없어 보입니다. 이 복잡다단한 세상을 살아가기 위한 대세며, 필수라고 생각합니다. 그럼 공부를 해야 할 당위성은 어느 정도 알겠다만, 양과 시기가 문제죠. 도대체 언제부터 얼만큼 해야 하느냐. 내가 애정하는 야마구치 슈는 저서 <독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에서 목적없이 마구잡이로 젊었을 때부터 공부를 시작하는게 독학의 핵심이라고 했습니다. 그렇게 일단 투입을 많이 해놔야 나중에 정말 그 어떤 것이 필요해졌을 때, 이미 무대에 섰을 때 충분히 발휘할 수 있다는 것
대부분의 직장인은 공부에 대해서 언젠가 필요해지면 하면 된다고 생각하는데 저자는 그렇지 않다고 했습니다. 우린 그 언젠가를 특정하기 어렵다는 것, 이건 굉장히 중요한 포인트입니다. 예를 들어 은퇴를 목전에 두고 빠짝 공부해 주택관리사를 딸거고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따서 노후를 대비할 거라고 합니다. 허나 잘 봅시다. 진짜 필요해질 때라는 게 내가 그 자격증이 필요한 것이라는 것인가 아님 사회가 요구할 때라는 것인지를요.
올해 상반기만 해도 자그마치 2천명의 금융계 인원들이 짐을 쌌습니다. 14년 동안 온갖 흥망성쇠를 경험한 전 직장의 경우 14년 내내 위기를 외쳐서 오히려 진짜 위기일 때는 직원들을 긴가민가하게 했습니다. 어떤 유명회사의 경우 그룹 계열사들 간의 빅딜이 있었는데, 발표 당일까지도 회사의 몇 명 빼고 정말 몰랐다고 합니다. 회사의 업황에 따른 이러한 갑작스러운 움직임을 우리같은 범상인들이 어찌 딱 예지할 수가 있겠는지요.
우리가 자의반 타의반으로 실제 무대에 서게 되었을 때 한쪽 구석에서 부랴부랴 공부를 하고 승부와 타협을 보기엔 이미 늦었습니다. 설령 그렇게 한다셈 치더라도 그 결과도 마찬가지, 벼락치기나 수박 겉핥기 식의 인풋이 될 수 밖에 없습니다. 자기만의 독특한 관점이나 다른 장르에 대한 식견을 조합한 해결책으로까지 내놓기가 쉽지 않습니다. 아동문화의 스테디셀러인 플루토 비밀결사대 등을 쓴 고영삼 작가는 미친 듯이 글쓰기 4년 이후 동화작가로 등단했다고 합니다. 상고를 나와 금융권에 취직하고, 경단녀가 된 후 많은 인내와 고뇌 끝에 인생의 이모작에 성공한 것이죠. 미친 듯이 글쓰기한 그 4년의 절대적인 투입량이 결국 그녀를 세상에서 인정받게 한 계기였던 것이죠. 그래서 공부는 인간이 숨을 쉬면서 공기와 어울려 살아가듯 시기와 양을 특정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할 숙제인 것. 그렇게 특히 글을 쓰고자 하는 사람들에겐 숨처럼 공기처럼 그렇게 좀 잘 해보자꾸나. 그렇게 다독여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