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2.21 Sun
네이버 클라우드를 정리하다가 우연히 4년 전, 스페인으로 교환학생을 가있었을 때의 일기장을 찾았다.
벌써 4년 전이나 지나버려 머리 나쁜 나는, 몹시 힘들었다는 것 외에는 아무런 기억이 나지 않는데, 일기장을 들춰보니 마음이 쓸데없이 뭉클해졌다. 얼마나 지났나 날짜를 계산해보니 오늘이 딱 출국날로부터 1500일이 된 날이었다. 기념일을 셀만큼 대단한 이벤트도 아닐뿐더러, 예전에 쓴 글이라 몹시 부끄럽고 민망하지만, 오늘만큼은 그 시간들을 기념할 만한 가치가 있지 않을까 싶다.
"자유로운 영혼이 되자. 자유롭고 여유롭고 행복한 영혼이 되자. 내 감정의 주인이 되자."
한국으로 돌아오기 이틀 전 쓴 마지막 글, 마지막 줄에 쓴 글이다.
1500일이 지나는 동안 나는 학교를 졸업했고, 취업을 했다. 운전면허를 땄고, 사촌동생이 결혼을 했으며, 남동생이 군대를 다녀왔고, 두 번의 이사를 했다. 많은 것이 달라진 거 같은데, 여전히 자유롭지도, 여유롭지도, 행복하지도 않으며, 감정의 주인은커녕 노예가 되어 이리저리 휘둘리고 있다. 씁쓸하고 안타까운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가지 고무적인 것은, 오랜만에 나는 내가 어떻게 살아가고 싶어 하는지, 찾아냈다는 것이다. 요새 이런저런 고민이 많아 잊고 지냈으나, 나에게도 원하는 진짜 내 모습이 있었다. 그것을 상기시켜준 것만으로도 충분히 이 글을 꺼내어질 가치가 있었다. 이것이 지금 내 갈비뼈 안쪽에서 몽글몽글 올라오는 뭉클함의 기원이 아닌가 싶다.
2017년, 준비도 없이 이방인이 되어버렸던 나의 이야기가 나와 누군가에게 귀한 위로가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