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1.17 Tue
인생사 새옹지마. 좋은 일이 있으면 또 나쁜 일이 생기기 마련이다. 알면서도 좋은 일만 계속되길, 나는 또 욕심부리고 있었던 모양이다. 몸 만한 캐리어를 끌고 pacifico부터 leganes central까지, 길바닥에 주저앉아 교통카드 발급을 기다리고, 또다시 몸 만한 캐리어를 끌고 방으로 옮기고 나니 정말 몸이 부서지는 느낌이었다.
집주인 이리아와의 대화도 어렵기만 했다. 그녀가 착하지 않았다면 우리의 대화에는 은근한 짜증이 오갔을지도 모른다. 짐을 정리하고 빨래까지 돌렸다. 그 자리에 정말 드러누워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지만 앙상한 매트리스를 덮을 이불을 사기 위해 어렵사리 몸을 일으켰다. 블로그 하나 믿고 떠난 이케아로 떠났으나, 길을 잃어 모든 계획이 완전히 수포로 돌아갔다. 피곤함에 찌들어, 추위에 찌들어, 배고픔에 찌들어 다시 숙소로 돌아오는 길이 어찌나 버겁던지. 어제 참 기분 좋게 맥주 한 잔을 하던 기분이 하루 만에 무너져 내리니 허무하기도 하고, 웃기기도 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있는 큰 마트에서 물이랑, 요구르트랑, 초코 우유랑, 버터, 빵, 저녁으로 먹을 파스타, 할라피뇨까지 두둑하게 사서 돌아왔다. 빨래를 탈탈 털어 널고 나니 이리아의 담배냄새가 배면 어쩌나 걱정이 들긴 하지만, 까끌까끌한 매트리스에서 오늘 하루는 잘 버텨보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