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협주 Dec 31. 2023

연말의 혼잣생각

Dec 31. 2023

브런치를 자주 작성하고 싶은데 생각보다 많이 안쓰게 되네

오히려 브런치작가 하기 전까지는 신청할 생각에 조금 더 의욕을 냈나?

딱히 그러진 않았던 것 같은데, 흠


사실 세네줄 써놓은 이야기는 꽤 많아.

‘지금 이런 생각이 드니까 살짝만 스케치해놓고 나중에 써야지’ 했던 즉흥의 기록들.

하지만 다 정식으로 글이 되기는 쉽지 않아. 

한때의 시나리오도 그랬나. 조금 어렸을땐 시간이 남으면 무슨 단편영화라도 찍어보고 싶어서 짧은 시놉들을 끄적이곤 했었는데. 세네줄에서 길게는 서른줄 정도.

조금 더 적어보고 조금 더 밖으로 꺼내봐야지. 나름 그 순간들의 저장고였으리라.


그런 생각도 들어

근래 비교적의 다독을 하는 중인데

섬세하게 펄떡이는 작가들의 글을 보면 오우 저 사람들의 문장을 따로 기록해두는 것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그러니까 브런치에 무언가 올리고 싶긴 한데 막상 생각하며 글을 적기는 귀찮을때 그런 문장들을 공유해보는 건 어떨까 싶은 거지. 팔로워는 거의 없지만 그래도 두세명의 친구들이라도 나로 인해 어떤 작가 어떤 소설을 알게 된다면 그또한 의미있지 않을까.


소설들을 읽다보면 신기해

어쩜 이렇게 어느 순간의 나를 기록해둔 것 같이 예리하지? 분명 나와는 거리가 너무 먼 스토리인데도 중간 중간 어떤 구절에서 나를 느끼곤 해. 아마 그런 순간들을 포착할 수 있기에 그들이 소설가이고 많이 읽히는 것 아닐까 싶어. 


특히 2020 젊은작가상 수상집이 너무 재밌었어.

전체적으로도 그렇고 초반 세작품<강화길의 음복, 최은영의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 이현석의 다른 세계에서도>은 각자 너무 다른 매력으로 다가오는 소설이었어. <음복>은 두고두고 생각날거야. 내 머릿속에선 거의 스릴러장르의 단편영화처럼 이미지로 기록되어있어. 대한민국의 남자로서 날카로운 이야기에 찔리는 느낌도 들고.. 얼마전에도 친한 극작가랑 이야기하다가 <음복> 이야기가 나왔었는데 둘 다 크으크으 했었어. 강화길 작가의 글은 그외에 본 적이 없는데 좀 찾아봐야겠어.


그러고보면, 글쟁이들이란 어떤 사람들일까

5년전쯤 단편모음 연극을 준비하던 중 알게 된 한 작가는, 자신이 지구와 생물들에게 해악을 끼치는 존재 같다고 말했었는데 그 때 처음으로 저런 ‘건강한 비건강적 사유를 솔직하게 할 수 있기에’ 작가를 하는구나 생각이 들었던 것 같아. 난 그런 생각 자체를 해본 적이 없어서 좀 문화충격이었어. 작가님 참 대단하시다 생각하면서도 저렇게 살면 일상이 좀 피곤하겠다 싶기도 했었고.

근데 그 이후로 나도 종종 그런 생각을 하게 된 것 같아. 나이가 드는 건가. 지구와 생명들까지는 아니라도 조금 더 작게, 나를 둘러싼 환경과 내 관객들에게 나는 이로운 영향을 줄 수 있는가. 이로운 사람인가 그런 생각.


/


연말인데

가장 지배적인 정서는 애도하는 마음인 것 같아.

몇 편의 단편을 통해 이름을 알고 있던 작가님이 돌아가셨어.

전후사정은 아무것도 모르지만 많이 슬펐어. 편히 쉬시기를.


지금 공연을 같이하고 있는 선배들의 동료였던 배우님도 돌아가셨어.

나에게도 먼 선배였겠지.

사적인 문제로 사람을 벼랑으로 내몰지 않는 곳에서 편히 쉬시기를. 


/


올해 가장 인상적이었던 연극 중 하나는 사랑과 자유라는 단어를 직접적으로 사용하며 참사에 관한 마음을 풀어낸 극이었어. 연극을 봤다, 혹은 내용을 읽었다기보다는 어떤 마음을 들은 것 같은 기분이었달까. 우리네 마음도 그 마음과 크게 다르지 않을 거기에 그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 좋았어. 

작가의 이전글 유튜브 프리미엄 해지 후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