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화 : 여행, 사람 사는 모습을 찾는 일


본격적인 중남미 여행이 시작된 첫날 '과달루페 성모성당'을 방문하고, 다음날 멕시코시티의 중심 '소칼로 광장'으로 갔다. 대통령궁 관람이 예정되어 있어서다.

개관 시간보다 좀 일찍 도착해 이곳저곳 둘러보는데 대통령궁 차량 출입구 앞에 젊은이들이 모여 선창 하는 사람에 맞춰 구호를 외치고 노래를 불렀다. 스페인어를 모르니 뭘 요구하는지를 알 수 없으나 다들 삼십 대 안팎의 젊은이들인지라 생업과 관련된 억울함을 호소하고자 나선 모양이었다. 시위도 민주적이었고, 경찰도 멀찍이 떨어져 있어 외국인이 봐도 참 질서 잘 지키며 자기들의 뜻을 호소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남미 반정부 시위-멕시코.jpg (멕시코 대통령궁 앞에서 찍은 시위 장면)


여행 8일째 되던 날, 아르헨티나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 중심가에 자리 잡은 호텔에서 일정을 마치고 돌아와 쉬려던 차 아래에서 웬 소리가 들려와 내려다보니 사람들이 구름처럼 몰려와 있었다.

누가 봐도 시위하는 모양새였다. 역시 그들의 요구를 알 순 없었으나 한 나라의 수도 중심가란 위치로 보아 정치적인 요구를 드러내려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나라에서도 그러니까.


남미 반정부 시위-부에노스아이네스.jpg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찍은 시위 장면)


그리고 오늘(2019년 11월 초) 칠레 입성한 첫날, 저녁식사하러 식당을 찾아갔다. 그런데 대부분의 가게가 문을 닫은 게 아닌가. 일요일도 아니건만, 국경일도 아니건만... 겨우 찾아들어간 식당에서 오늘 전국 총파업이 예고돼 그렇다는 말을 들었다.

그리고 시위대를 만났다. 칠레의 수도 산티아고에 시위가 격화돼 폭력사태까지 벌어진다는 뉴스를 본 적 있으나 거기에서 1,000km나 떨어진 이곳 작은 항구도시 '푸에르토몬트(Puerto Mont)'에서도 같은 일이 벌어질 줄이야.


일행 가운데 한 분이 그 장면을 촬영했다. 아마 AP통신이나 AFP통신에도 찍히지 않은 따끈한 영상일 게다. 짧은 외국어로 그들에게 왜 하느냐고 물은 모양이다. 오랫동안 묵인돼 온 빈부의 격차로 인한 갈등 같은 사회 부조리를 대더란다.

지금(2019년) 중남미는 시위로 몸살을 앓고 있다. 떠나기 전 이미 칠레 수도 산티아고 시위 사태를 텔레비전에서 보고 왔지만... 우리가 도착할 즈음이면 가라앉을 줄 알았는데 더욱 심해졌다는 말에 다들 태연한 척해도 속은 걱정으로 가득 찼다. 그래선지 일부로 그에 대한 얘기는 삼간다.


남미 반정부 시위-푸에르토몬트.jpg (푸에르토몬트에서 찍은 시위 장면)


‘볼리비아’는 고산병 증세를 걱정하는 일행들이 많아 빼버렸는데 우리 출국 후 금세 절정에 이르렀다가 대통령이 물러남으로 그쳤단다. 차라리 그쪽으로 갔더라면... ‘에콰도르’에도 반정부 시위가 일었다가 이제 가라앉았다 한다. 허나 언제든 다시 터질 요인을 안고 있으니 바야흐로 중남미는 봄이 깊어지면서 시위 또한 절정으로 치닫고 있다.


왜 시위를 할까? 칠레에선 지하철 요금 30페소(약 50원) 인상 때문에 시위가 촉발되었지만 그건 불씨에 불과했고 그 뿌리엔 부의 불평등이 깔려 있다 한다. 극소수가 부를 독점하고 대다수가 가난한 현실에서 일어났으니 대통령이 물러나지 않는 한 쉽게 가라앉지 않을 거라는 점에 전문가들의 견해가 일치한다.

부의 불평등, 다들 가난하게 살면 불만이 적다. 내가 한 끼 굶는데 이웃집도 한 끼 굶는다면. 헌데 좀 살아도 내가 소형차 모는데 누가 중형차나 고급차 몰면 비위가 상한다. 바로 그 점이다. 상대적인 박탈감.



식당에 앉아 음식 먹는데 갑자기 밖에서 문짝 차는 소리가 요란했다. 우린 놀라 그쪽으로 눈길 주는데 정작 서빙하는 현지인은 태연하다. 파업하는 날에 문 열어서일까? 잠시 뒤 맥주 두 잔을 들고나가기에 슬쩍 눈을 주니 시위대 깃발을 든 이가 받아 마신다. 그래, 저들에겐 아주 자연스러운 일이다.

만약 지금 외국인이 주말에 광화문이나 마로니에 공원을 방문하여 집회 장면을 보면 어떨까? 수십만(?) 명의 집회. 비록 화염병은 없지만 숫자 많음 자체에 긴장감을 느끼리라. 정작 당사자인 우리들은 그렇거니 하며 넘어가는데... 여기도 마찬가지 아닐까. 집회나 시위를 하는 한편 한쪽에선 생업에 종사하고...


(당시의 현장을 찍은 시위 영상)


관광에서 가장 우선 보아야 할 건 굉음을 내며 떨어지는 폭포도, 그림처럼 예쁘게 치장한 산과 호수도, 역사와 함께한 오랜 건축물도 아닌 거기 사는 사람들의 생활이란 말이 있지 않은가. 절박함으로 길거리에 나선 이보다 더 적나라한 모습을 쉬 볼 수 있을까?

비록 오늘 밤 산티아고로 넘어가 내일 예정된 도심 관광 못하더라도 말이다. 일행이 사진 찍을까 말까로 망설일 때 오히려 찍어주기를 바란, 자기네들의 절박함이 외부에 퍼져나가기를 바란, 그 마음을 잠시나마 헤아린다면 하루쯤 공치더라도 의미 있는 날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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