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창우 시인(1960년생. 본명 '남욱') : 경기도 의정부시 출신으로 정식으로 문학과 음악 교육을 받지 않았으나, 가수로 작사 작곡가로, 시인으로, 활동하면서 자신을 ‘노래운동가’라 불러달라고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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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마다 조금씩 다르겠지만 저는 술 마시면 말이 많아지는 편입니다. 아내가 하는 말이니까 맞겠지요.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보니 대부분 말이 많아진다더군요. 심지어 술 안 마시면 도 닦는 스님 같은 분도 술만 마시면 수다쟁이가 된다 하니.
말 많아지면 속정 담은 얘기도 오가지만 세상사에 대한 푸념이 많고, 더러 객기 부리는 소릴 내뱉기도 합니다. 오늘 시의 화자가 만난 사내도 그런 범주에 드는 듯. 세상을 한탄하며 ‘되는 게 하나 없다고’ ‘되는 게 좆도 없다고’ '술에 코 박으며' 우니까요.
“울지 말게 / 다들 그렇게 살아가고 있어”
아시다시피 세상살이가 편해 웃으며 보내는 사람은 극소수일 겁니다. 대부분 삶에 쪼들려 살기 마련입니다. 서민들은 어제를 그렇게 힘들게 보냈다가도 ‘아침이 오면 개똥 같은 희망 하나 가슴에 품고’ 다시 문을 나섭니다.
“화투판 끗발처럼, 어쩌다 좋은 날도 있긴 하겠지만 / 그거야 그때뿐이지”
산다는 건, 참 만만치 않습니다. 어쩌다 좋은 날이 오긴 하지만, 힘들 때가 훨씬 더 많습니다. 힘들면 몸보다 마음이 먼저 망가진 뒤 서서히 몸도 망가집니다. 한번 망가진 몸과 마음은 병을 일으킵니다.
“개똥 같은 희망이라도 하나 품고 사는 건 행복한 거야 / 아무것도 기다리지 않고 사는 삶은 얼마나 불쌍한가”
어제 최금진 시인의 시 「로또를 안 사는 건 나쁘다」처럼 로또에 희망 걸고 사는 사람도 꽤 된답니다. 아주 작은 희망이라도 품는다면 아예 그런 지푸라기조차 없이 살 때보다 더 낫겠지요. 아무 희망 없는 삶은 너무너무 괴로우니까요.
“되는 게 없다고, 이놈의 세상 / 되는 게 좆도 없다고 / 술에 코 박고 우는 친구야”
친구는 술 마시면 세상 한탄하는 말을 쏟아냅니다. 그런 뒤 울고. 제게도 술 마시면 우는 버릇 가진 아는 이가 있습니다. 그가 울면 저도 울고 싶고. 시 속에 육두문자가 쓰이면 괜히 불편하다고 하실 분이 꽤 계십니다. 그래도 오늘 이 시구에선 오히려 더 생동감을 주는 듯한데...
세상살이라는 게 참 어렵습니다. 노력한 만큼 결과가 잘 나오지 않을 때가 훨씬 더 많으니. 하는 일 말고 사랑도 그렇습니다. 남의 마음을 어디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던가요. 마음대로 되는 게 하나도 없을 땐 정말 괴롭습니다.
이럴 때마다 나에게만 이런 일 일어난다고 좌절하지 말고 주변 사람 다 그렇다고 하면 위안이 될지... 찬바람이 느닷없이 불어오듯 시련도 느닷없이 찾아와 막무가내 사람 속을 다 뒤집어놓습니다.
이럴 때 소주 한 잔이 특효약이죠. (술 못 마시는 분은 쓴 커피) 한 잔 하면서 다시 몸을 추슬러 일어나야 하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