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이 많이 나는 마을이라 하여 ‘밤실’이라 이름 붙은 시골 마을에는 우물이 셋입니다.
그런데 세 우물 다 모두가 이용할 수 있는 게 아니라 둘은 부잣집에만 딸린 우물이며, 나머지 하나만 마을 사람 모두가 이용할 수 있는 우물입니다. 모두가 이용하는 우물은 원래부터 수량이 풍부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가물 때는 물이 딸려 물 이용에 매우 불편하였습니다.
어느 해 가뭄이 심하게 들었습니다. 그러자 공동우물은 점점 말라가더니 얼마 안 가 기어이 한 방울도 나오지 않는 빈 우물이 되고 말았습니다. 마을 사람들에겐 크나큰 걱정거리였지요. 아시다시피 물이 없으면 하루도 살 수 없으니까요.
그런 사실을 안 부잣집 중 천석꾼 집에선 우물을 개방했습니다. 게다가 집 안까지 들어와 물을 길어가려면 불편할까 봐 우물의 반을 가로질러 담을 안쪽으로 쑥 당겨 다시 쌓았습니다. 그러니까 집 안 사람들은 안에서 우물을, 마을 사람들은 밖에서 우물물을 먹을 수 있도록 한 것이지요. 사람들은 그 우물을 '반달샘'이라 불렀습니다. 반달 모양이기 때문이지요.
그렇지만 사람들은 또 다른 부잣집인 만석꾼 집을 기웃거렸습니다. 천석꾼 집은 마을에서 좀 떨어진 곳에 있고, 만석꾼 집은 마을 한가운데 있기 때문에 물을 길어다 먹기 편해서지요. 허나 만석꾼 집에서는 사람들이 기웃거리는 게 보기 싫어서 담을 더욱 높이 쌓고, 대문도 자물쇠를 이중으로 설치해 아예 안을 들여다볼 수 없게 만들었습니다.
물의 양이 적어서 자기들만 먹기에도 충분치 않다는 말이었지만 그 말을 믿는 마을 사람들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괜히 다른 사람들과 함께 나눠먹다간 자기네 우물도 마르면 어쩌나 하여 막은 걸 모르는 이가 있었을까요?
그런데 이상한 일이었습니다. 마을 사람들이 끊임없이 길어가는 반달샘 물은 오히려 쉼 없이 계속 나오는 반면, 만석꾼 집 우물은 물이 점점 줄어드는 게 아니겠습니까. 물이란 계속 퍼내면 끊임없이 이어져 나오지만, 사람들이 덜 이용하면 물도 줄어드는 이치를 잘 몰랐던 거지요.
더욱 이상한 일이 벌어진 건 그다음이었습니다. 자손이 귀했던 천석꾼 집에서는 반달샘으로 만든 뒤부터 하나뿐인 손자가 결혼해 아들 쌍둥이와 이어서 딸도 얻었습니다. 아들 둘은 자라 과거에 급제하여 나라의 대들보로, 딸은 재상의 집으로 시집을 가는 등 점점 좋은 일만 늘어났습니다. 반면 그 많던 만석꾼 집의 자손들은 몹쓸 병에 걸려 죽거나 말을 타다 떨어져 반신불구가 되는 등 안 좋은 일만 잦아졌습니다.
그 뒤로 마을 사람들은 반달샘을 가리켜 복을 가져다주는 우물이란 뜻으로 ‘복샘’이란 별명을 붙였습니다. 그 복샘은 오늘도 물이 마르지 않고 계속 흘러나오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