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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향림이 언니 최윤순 Oct 19. 2024

인생의 두 번째 봄:
다섯 손주와 나누는 행복 이야기

프롤로그


         

            

  봄엔 노란 수선화, 초여름엔 담장을 비잉 둘러 흐드러지게 핀 빨간 찔레꽃이 넘실댔던 집. 

보름달이 휘영청 뜬 여름밤, 눈부시게 하얀 용설란 꽃대가 우뚝 솟아있었던 마당 넓은 집을 아버지는 

열심히 가꾸셨다. 팔 남매가 자란 어린 시절 살림살이는 힘들었지만 마음만은 부자였다. 

  영문과를 졸업한 후 곧바로 고등학교에서 근무했다. 아버지가 내 첫월급 받고 껄껄껄 웃으시며 

좋아하던 모습만 기억난다. 줄줄이 동생들 학비가 문제 이긴 했지만 내 미래를 설계하고 앞가림을 

잘하는 것이 결국 효도라고 생각했다. 


  결혼 후 내 생각, 감정, 여행 후기와 인간관계에 대한 기록을 보물 창고에 열심히 쌓아두었다. 

이런 보물을 다듬어 새로운 글을 만날 때는 산고를 겪고 아이를 낳은 듯 벅찬 감정이 몰려왔다. 

두 딸 키울 때는 몸과 마음이 많이 지쳐 아무런 감정 없이 행복한 줄도 모른 채 살았다.

  ‘혹여나 아플까? 뭐가 부족하지는 않을까?’ 불안감 가득 안고 두 딸을 키웠다. 

  하지만 취미 활동을 지속해 왔고 딸들에게는 끊임없이 공부하는 엄마 모습을 보여준 것이 

나의 유일한 교육 철학이었다. 




  오랫동안 가족과 학부모들의 격려와 배려로 성실하게 영어 공부방을 운영했다. 

늦은 나이에 경기도 교육청에서 실시하는 ‘영어 회화 전문 선생님’ 선발 시험에 기적처럼 합격했다. 

그 일은 내 인생의 큰 전환점이 되었다. 인생 후반기에 공립 초등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치며 자존감이 

높아졌고 아내, 엄마, 직장인으로 최선을 다했다. 


  퇴직 뒤 황혼 육아 중이다. 전에는 큰딸 삼 남매를 돌봤고 지금은 작은딸의 여섯 살 손녀와 세 살 손자를 

돌보고 있다. 두 딸의 힘듦을 덜어주고 소통하며 손주 돌보는 데 시간과 정성을 들인다. 

다행히 작은사위가 유연 근무제를 이용해 남매를 등원시키니 그것만으로도 한결 여유가 생기고 편안하다.  

  전엔 가족, 남편, 타인한테 억울하고 부당한 대접을 받았더라도 내 마음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했다. 

글을 쓰고 난 후 나는 더 단단해졌다. 생각도 마음도 둥글둥글해지고 자존감도 높아졌다. 

황혼 육아에 매여 노년의 안온함을 누리지 못 할  수도 있지만, 딸과 사위를 도와야 한다는 일념으로 

손주들을 돌보겠다고 자처했다. 


  나에게 취미 활동과 운동은 필수다. 

나는 알토란 같은 시간 쪼개어 글쓰기 동아리 활동, 골프, 라인댄스를 하는 액티브 시니어이다. 

그 중에서 글쓰기 동아리 활동에 가장 많은 시간과 정성을 쏟고 있다. 

  나는 새로운 것을 배우고 싶은 욕구도 크고 실험정신이 강하다. 

여전히 눈을 뗄 수 없이 호기심 가득한 곳이 많다. 새로운 것을 배우면 꼭 실천해 보고 싶은 마음이 앞선다. 

어디선가 훅 들어온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밤잠을 설치게 할 때도 있다. 글을 쓴다는 것은 굉장한 집중력과 성실함이 필요하다는 것을 잘 안다. 이제부터 끊임없는 독서와 사유를 통해 상상력과 사고력을 키우는 것이 나의 목표다.

  배가 고프면 밥을 먹어 배를 채우듯이 나는 새로운 강연을 듣고, 수업을 받고, 글을 써서 허기진 뇌를 채우고 있다. 글쓰기는 성장의 원동력이 되는 것은 물론 치유의 효과가 있다는 것을 몸소 체험하고 있다.



 

 글쓰기를 통해 나의 정신적 건강과 심리적 노후생활 대비를 위한 취미 부자 액티브 시니어의 삶과 사랑. 

순간순간 당면하는 일상을 생동감 있게 기록하고 있다.

  두 딸이 준 선물, 다섯 손주와 흥이 많은 할머니가 좌충우돌하는 일상을 글로 풀어낸다. 

글을 쓰면서 딸과 사위들이 목숨보다 귀하게 여기는 손주를 가까이서 지켜볼 수 있어 얼마나 행운아인가?

서로 소통하며 사랑할 수 있는 적당한 거리에서 바라본 할머니의 도전하는 삶을 글로 보여준다.


  육십이 넘은 나이에도 쓸데없는 호기심이 많고 새로운 것에 도전을 즐기는 할머니의 생생한 이야기다. 

다섯 손주가 자기들만의 매력으로 할머니에게 사랑의 이야기를 들이민다. 말괄량이지만 무한한 글감 제공자 손주들과 함께하는 일상을 차곡차곡 적어가고 있다. 손주들이 던져주는 기발한 글감이 쌓이는 것은 

어떤 자산보다 가치 있고 소중하다. 단지 5 대 1로 던져주는 글감을 내 언어의 한계와 짧은 문장력으로 

다 담아내지 못해 아쉬움이 크다.



    다섯 손주를 둔 할머니가 되니 

  “애들이 이렇게 컸구나! 

  요맘때쯤은 이런 몸짓을 했었구나! 

  저 때는 저런 행동을!”

  이렇게 다채롭게 변화가 일어났던 것을 여유롭고 객관적인 시선으로 보게 된다. 


  내 새끼 키울 때는 다른 애들보다 더 잘 커 줬으면, 더 건강하게 커 줬으면 바랬고, 더 똑똑했으면 

최고라고 생각하며 살았다. 하지만 책임감은 적고 사랑을 무한히 줄 수 있는 손주들. 

그들이 평범하고 순탄하게 자라주는 것만큼 큰 행복이 없다는 사실을 온몸으로 절감한다. 


  쪼그마한 아이가 우주 궤도를 뒤집어 버리고 말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이며 뒤집기 하는 모습은 

온 가족에게 긴장감을 주었고 기뻐서 함께 울먹였다. 그다음 배밀이, 적절한 시기에 기어 다니기, 

물건 잡고 한 발짝씩 걷는 모습이 얼마나 소중하고 눈물 나도록 고마운 단계인지! 

내 새끼 키울 때는 몰랐던 것을 손주들을 통해 새삼 느끼게 되었다. 




  이 소중한 순간들을 글로 담아두는 것은 직장 다니느라 바빠서 행복감을 충분히 느끼지 못할 두 딸과 사위를 위해서다. 일과 가정 꾸리느라 딸들에 대한 진솔한 기록을 남길 수 없었던 것이 아쉽다. 

이제 그 일을 해보려고 한다. 

   

  이 책은 손주들과 할머니의 힘듦, 기쁨, 화남, 섭섭함 같은 감정과 정서가 어우러져 시너지 효과를 내는 

우리 집안의 기록 유산이다. 나의 영원한 친구, 다섯 손주에게 흥 많은 할머니가 남겨주는 의미 있는

선물이다. 꿈이 있으면 이루어질 거라는 확신을 가지고 끊임없이 말하고 적어야지! 

나는 책을 낼 거라는 꿈을 가슴에 담고 계속 이야기하고 있었다. 

정말 책을 낼 기회가 나에게 찾아왔다. 그 고마움을 다섯 손주와 가족들에게 전한다. 


추신 : 육아에 지친 엄마 아빠들, 육아가 힘들까 봐 아이 낳기를 주저하는 부부, 

       아이가 주는 행복감이 무엇인지 이미 알고 있는 부부, 시간과 자유를 빼앗길지도 

      모른다며 황혼 육아를 겁내는 조부모님께 미력하나마 제 글이 도움 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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