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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에서 청년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by 김재용

경향신문에서는 "내 소득을 '키'로 나타낸다면?" 질문을 던지며 소득 불평등에 대해 이해할 수 있도록 페이지를 만든 적 있다. 마치 개미의 입장에서는 커다란 사람의 생활 방식을 이해할 수 없듯이, 소득 불평등으로 누군가는 타인의 구두굽조차 쉬이 가늠할 수 없음을 시각화 한 페이지다. 나는 당시에 처음 직장인이 되었고, 나의 소득이 가까스로 평균 키를 넘었음에 안도했던 기억이 난다. 그래서인지 다른 청년처럼 서울에 가야겠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지금도 입력해 볼 수 있지만, 기준은 2014년이다.

서울과 부산의 임금 격차는 익히 잘 알고 있다. 사회복지사의 급여 체계는 보건복지부나 각 시도별로 공개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괜찮았다. 임금 격차가 나는 만큼 물가도 높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대중교통이 잘 구비되어 있다고는 해도 출퇴근 시간마다 모르는 사람과 엉겨 붙어 있는 것도 불편하고, 부산보다 여름에 더 덥고 겨울에 더 추운 기후도 견디기 힘들고, 무엇보다 증명하기 어렵지만 상대적으로 각박하다 느껴지는 삶의 방식이 싫다.


그러나 십여 년 흐른 현재에서 보면 소득 말고 가장 크게 차이 나는 것이 있다. 기회다. 부산은 '제2의 도시'에서 광역시 중 가장 빠르게 고령화되는 도시로, '노인과 바다'라는 우스갯소리가 현실이 되기 시작했다. 2024년의 통계를 기준으로 고부가 가치 산업인 전문, 과학 및 기술 서비스 업 청년 비중을 살펴보면, 서울에는 25만 명의 청년이 일하는 것에 비해 부산은 고작 2만 5천 명의 청년만 일한다.


청년 경제활동 인구수는 약 네 배가량 차이나지만, 고부가가치 산업에 일하는 청년 비율은 10배가 차이 난다. 반면에 보건업 및 사회복지서비스업과 같이 타인을 돌보는 일이라 필요하지만 부가가치가 적은 일은 서울에서 46만 개의 일자리가 있지만, 부산에서만 23만 5천 개의 일자리가 있다. 서울과 부산의 인구수가 3배가량 차이 난다는 것을 감안하면, 고령화된 현재를 실감할 수 있다.


그렇다면 고령화된 부산이 돌봄 관련한 일에서 만큼은 서울보다 질 좋은 서비스가 있어야 할 것 같지만, 그렇지 못하다. 사회복지사이기에 보건업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한다. 하지만 사회복지업에서는 대부분의 혁신 사례나 다양한 형태의 사회문제 해결 시도는 서울에서 나온다. 사회복지 현업에 있는 사람의 입장에서 냉철하게 보면, 부산은 현상 유지를 위해 부단히 노력하지만 서울은 새로운 도전과 연대를 노력하는 듯하다.


퇴사를 결심하며 이직 계획을 세워야 했다. 첫 직장에서는 '기업 사회공헌' 업무를 했고, 현재는 '보장계획' 관련 업무를 한다. 일반적인 사회복지 현장과는 둘 다 거리가 있다. 우리가 흔히 사회복지사하면 떠올리는 일은 내게 매력적이지 않다. 하지만 부산에서는 혁신적이라거나 이제까지와 다른 형태의 사회 문제 해결 방법을 시도하는 조직을 찾기가 쉽지 않다. 나는 서울의 삶이 싫음에도 서울로 이직을 고민할 수밖에 없다.


부산이 '노인과 바다'로 불리는 것은 고령화와 관광 도시를 뜻한다. 고령화에는 저출생도 영향을 미치지만, 청년 인구 유출도 영향을 미친다. 부산은 지난 십 년 동안 청년 인구가 가장 급격하게 감소한 도시다. 최근에 인천을 '제2의 도시'로 여기는 것에 근본적인 이유는 청년에 있을 테다. 부산의 청년이 2014년 108만 명에서 2024년 98만 명으로 줄어드는 와중에, 인천의 청년은 97만 명에서 105만 명으로 늘었다.


가끔씩 지방 소멸과 관련한 기사나 청년 유출 통계를 볼 때면, 소멸하는 지역에 있는 청년으로서 '도태된 곳에 도태한 사람으로 살고 있지 않을까?'하고 생각한다. 서울에서 살고 일하는 것이 정답은 아니지만, 경쟁을 피해 소멸하는 지역에서 숨죽이면서 사는 듯한 느낌이다. 퇴사를 망설인 것에 이러한 두려움과 지역의 기회 부족이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면 거짓말일 테다. 두려움은 내가 부산에서 더는 기회를 찾을 수 없다는 증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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