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명화
오랜만에, 이발도 하고 옷을 다렸다.
출근준비를 하며 맘이 이상했다.
얼마전까지도 사는것이 지옥이었는데 - - 누군가의 따뜻한 말 한마디가 이토록 기운나게 만들다니 - -
태오는 명화를 보러 매일 밤, 신촌을 갔다.
만나면 이 말, 저 말, 생각나는대로 말했다.
그러다 뚝 - 멈추기도 했다. 듣기만 할 때도 있었다.
서로 하고 싶은 말, 눈치 보지않고 편하게 말했다.
'우리는 모르는 사람, 돌아서면 모르는 사람이니까 - '
돌아서서 흉 보거나 욕 하거나 상관없다. 그냥 그러기로 했다.
그냥 다 괜찮았다. 이렇게 속마음까지 말해보는건 처음, 처음이었다.
"하하하 - - "
명화는 호탕하게 잘 웃었다.
본디 밝은 사람이다. 힘들땐 펑펑 - 울기도 하지만 툭툭 털고 일상을 회복하는 사람.
부러운 탄성이다.
"딸애가 사귀는 청년이 있어요. 근데 서로 사정이 어렵다보니 결혼을 자꾸 미뤘죠. 어려우면 어려운대로 시작해도 되는데 - - 그러다 임신을 했어요. 딸 애가 - - 어쩔거냐 했더니, 딸 애가 울면서 그 청년이 아이를 지우라 했답니다. 내가 화가나서 무조건 아이는 낳아라 - - 그 청년을 데려오라 소리쳤죠. 생명이잖아요 - - 생명. 얼마나 귀한 생명인데 - - 뭐라뭐라해도 다 핑게잖아요 - - 그랬더니 딸 애가 울면서 헤어졌다고 - - 녀석은 모른다고 - - 좋다고 붙어다닌게 4년예요 4년 - - 짧은 시간이 아니죠. 근데 우리집이 아빠도 없고 못 사니까 녀석이 발을 뺀 모양예요 - -하아 - - 맘이 변한거죠 - - "
"아 - - 예 - -"
"내가 너무 속이 상해서 - - 생각 같아선 그 녀석을 찾아가서 멱살을 잡고 패대기를 치고 싶었는데 - - 니가 무슨 짓을 한 줄 아느냐? 니 복을 니가 찬거다 - - 똑똑하게 말 해 주고 싶었는데 - - 근데 자꾸 제가 서러운거예요 - - 나 땜에 딸이 그렇게 됐나싶고, 다 내 탓이다 싶으니 - - 눈물이 펑펑 나는거예요 - - "
"아 - - 예 - - "
태오는 눈만 꿈벅꿈벅.
'그랬군 - - 그래서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