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희망사항
'세상이 변한건가? 결혼도 안 한 여자가 아이 낳을 결정을 하다니 - - '
그나저나 화통하고 분명한 명화는 한 번 결정을 하면 돌아보지 않을 것이다. 후회도 없다.
아마 태오가 '걱정 안 되?' 물어보면 '뭐가? 왜 안되지?' 그럴 사람이다.
태오는 명화의 그늘로 들어가고 싶어졌다.
'나도 받아주면 안 될까? 나도 식구 하고 싶은데 - - '
희망사항, 간절한 희망사항 - - -
나도 웃고 싶다. 웃으면서 살고 싶다.
이제라도 - - 행복하고 싶다 - -
명화가 내 말을 들으면 무슨 말을 할까?
'뭐래? 잠이 덜 깼어? 하하 - - '
화통하게 껄껄 웃으며, 손바닥 스매싱을 날릴까?
컴컴한 빈 집으로 돌아오는건 점점 싫어진다.
그녀를 감동시킬 그 어떤일이 어떤일인지도 모르겠고, 입 안에서 맴도는 말을 유장하게 풀어 놓을수도 없으니, 그녀 맘에 어떻게 닿을 수 있을까?
자꾸 쏠리는 맘을 어쩌지 못해 태오는 안절부절, 저 혼자 애만 태우고 있다.
'그래 - - 그 애를 만나봐야지 - - '
명화 딸. 소영이 떠올랐다. 젊은 사람이니 뭔가 좋은 생각도 있을것이다.
태오는 자신의 기특한 생각에 안심이 되어 빨리 내일이 기다려졌다.
어쩐지 자꾸 조바심 치는 자신의 모습에 웃음이 자꾸 삐져나왔다.
'이게 무슨 일이지? 내 인생에 무슨 일이 생긴거야?' 끝.
영화 '파이 이야기'
'인생의 모든 것은 결국 뭔가를 놓아주는 행위가 되는데, 언제나 가슴 아픈것은 작별 인사도 할 기회조차 가지지 못한다는 거예요'
지금의 '가족'이란, 그 형태가 매우 헐거워 우린 언제든 혼자 될 수 있다.
부자의 인연, 부부의 인연 또한 이전 시대와 달리 얼마든지 흩어지고 사라진다.
새로운 사람, 새로운 인연 또한 자신도 모르는 새 가까워졌다 멀어진다.
중요한 건, 자신의 행복 - - 스스로 행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것. 내가 행복해야 가족도 행복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