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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포터 Apr 10. 2021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같은 선택을 반복한다

이 선택이 그 때와 똑같은 실수인지는 내일의 나에게 맡기기로 했다.

6개월 시한부 인턴이 종지부를 찍을 때가 머지않았다.



11월에 시작해서 4월에 막을 내리는 나의 첫 사회생활은 나쁘지 않았다. 그 안에서 그만의 희로애락도 있었으며, 새로운 배움도 쓸모없음도, 낯선 인간관계도 있었다. 모든 것이 그러하듯 끝은 존재하는 법이기에, 이 또한 느리든 빠르든 속도의 차이일 뿐 도래해야 했을 것이 왔을 뿐이었다.


 그렇기에 나는 앞으로를 생각해야 했다. 인턴이 끝나면 무엇을 해야 할까. 어떤 회사를 가면 좋을까. 어떤 직종을 택하면 좋을까. 


 그리고 일본을 다시 도전해야 할까.




 일본 취준에 힘쓰고 있던 언젠가, 친구가 나에게 넌지시 물어왔던 적이 있었다. “너는 왜 일본에 가고 싶어? 일본 취업을 하는 이유가 있어?”


 이 질문은 사실 일본 회사 면접을 볼 때 반드시 준비해야 하는 질문이기도 하다. 면접에서 저 질문을 한다면 그것은 일본에 초점을 맞춰도 좋지만, 이 회사와 연관 짓는 것이 좋다고들 한다. 결과적으로 지원 동기와 맥을 같이 하는 것이라고 봐도 좋다.


 나 나름의 취준 경험이 있었음에도 친구의 저 질문은 꽤 말문을 막히게 했다. 늘 하던 상투적인 표현도 나오지 않았다. 정말 언어로 표현할만한 이유가 없었다.


 몇 번이고 단어를 고르다 망설이다를 반복하다 내 입에서 나온 말은 끔찍했다.


 “내 스펙으로 한국에서 취준을 하기엔 실패할 게 너무 분명해서 그래.”


 이런 대답이 내 입으로 튀어나왔다는 것이 부끄러웠다. (이 생각이 사실이라도 말이다.) 이 대답이 참으로 웃긴 것이 그렇다면 내가 다른 나라에서는 성공적으로 취업을 할 것이라는 보장은 어떻게 했냐는 것이다. (여기서 성공의 기준은 회사의 크기였다. )


 이렇게 명확한 이유 하나 없는데도 인턴의 끝자락에서 무심코 떠올리는 것은 일본 취업이었다. 


 왠지 모르게 미련을 떨칠 수가 없었다.




 누군가는 내게 물을지도 모른다. 이미 일본 취업에 실패했는데도 왜 이 생각을 아직도 갖고 있는지. 


 언젠가 회사에서 야근할 때였다. 같은 팀 팀원과 단둘이서 사무실에 남아 근무를 하고 있었는데 서로의 자리가 굉장히 가까웠기 때문에 (바로 대각선에 있었다)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그러다 서로의 전 직장 이야기가 나왔다.(그 팀원이 정말 일당백을 할 정도로 다재다능한 분이셨기에 그 부분을 여쭙다가 자연스럽게 나왔다.) 그러다 내 전 직장 이야기를 하게 되었는데 일본 취업 이야기가 그다지 숨길 이야기가 아니었기 때문에 그런 일이 있었다고 가볍게 전했다. 그랬더니 팀원분께서 “일본 취업한 걸 후회하지 않으세요?”라 되물어왔다. 정말 나는 단호하게 말할 수 있었다.


 “일본 취업한 걸 후회하지는 않는데 그 회사에 택한 건 후회해요.”


 그래, 가장 처음 일본 취업을 결심한 주된 이유가 어쨌든 간에 내 그 선택은 후회되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실패하는 과정을 디뎠음에도 쉽게 놓을 수가 없는 이유는 아마 거기에 있으리라 생각한다. 나의 최종 선택을 미워한 것이지 일본 취업에 도전했던 나의 노력과 도전을 후회하고 있지는 않은 것이다. 


 오히려 미련만을 잔뜩 만들어 놓았지.




 하지만 그렇다고 인턴 생활이 끝난 이후 일본 취업에 매진을 생각하고 있지는 않다. 한국과 일본 취업을 병행해갈까 생각하고 있다. 일본 취업에 대한 꿈은 아직 간직하고 있지만, 아직 무언가 확신이 없었다. 다시 코로나처럼 예기치 못하게 무작정 대기 상태로 되는 것이 아닐까 하는 불안도 있었고 앞으로 나의 터를 잡아가기 위한 경력과 나이도 걱정이다. 게다가 일본 취업은 동경과 미련에 가까운 것이기에, 실제로 이것이 이루어졌음에도 1년 만에 그만둬버리는 것이 아닐까. 원래 현실과 이상은 다른 법이니.


 자잘한 고민이 이어져 머리를 뒤덮었다. 그러다 나는 생각을 포기했다. 미래의 나에게 맡겨보자는 우스갯소리를 덧붙이면서 말이다. (여기서 나의 나쁜 습관이 나타나는데, 지금 해봤자 의미 없는 고민이 꼬리를 물고 이어져 스트레스를 받다가 그 한계치를 넘으면 모든 것을 내동댕이쳐버린다.)


 그래서 단순하게 생각하기로 했다. 일본 취업을 염두에 둔 것은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변하지 않았던 생각인 ‘일본어를 잘하고 싶다.’는 생각이 가장 컸다. 실제로 일본 교환 유학으로 1년간 그곳에서 살다 와보니, 그 전후를 비교했을 때 일본어 실력이 월등히 향상했다. 한국 취업을 염두에 둔 것은 나는 앞으로의 내 터전을 한국으로 삼았기 때문에 안정적인 삶을 위해 하나하나 천천히 이룩해나가고 싶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국에 남게 되면 늦어도 내년 2월에는 독립을 목표로 자금을 모으고 싶다.


 내 사주에는 역마살이 정말 많이 있어서 이러나저러나 정착하는 삶이 어렵다고 하니, 이를 생각하면 일본이 나쁘지 않다. 하지만 내 성향은 변화를 꾀하기보다 안정성을 추구하기 때문에 이를 생각하면 한국이 나쁘지 않다. 결국 그 무엇도 나쁘지 않다.


 그래서 열심히 한국 취업처도 알아보지만, 일본 취업처도 알아보고 있다. 내일 일어날 일도 모르겠는데 지금 아무리 고민해보았자 답은 나오지 않으니까 말이다.




  후회로 점철되어 써 내려갔던 나의 브런치 글은 웃기고도 신기하게도 일본 취업이라는 결론으로 도달한 듯하다. 물론 이는 이 글을 쓰고 있는 나의 희망 사항이지, 먼 미래의 내가 어떤 선택을 했을지는 그때가 되어봐야 알 것이다. 그렇다면 그때 다시 이 이야기를 얘기해보도록 하자. 그날을 위해 에피소드를 하나씩 차곡차곡 쌓아두고 있을 터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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