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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두진 Mar 16. 2021

이훈우와 조선일보 평양지국

그 위치를 찾아보자

건축가 이훈우는 1929년 조선일보 평양지국을 설계했다. 당시 기사가 역시 조선일보 1929년 6월 7일자에 실렸다. 주소는 평양 수옥리 313과 314번지. 같은 해 봄부터 준비를 시작하여 부지도 매수하고 5월에 설계가 끝나 6월에 공사 입찰이 이루어져 착공했다는 기사다.


연먼적 70평의 2층 철근 콘크리트 건물로 석재와 벽돌로 마감했다. 2층에는 약 2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회의실이 있었다. 1929년 9월 8일에 상량식을 거행했고 준공은 같은 해 12월 5일이었지만, 일정이 지연되어 그 이듬해인 1930년 6월에 낙성식이 열렸다고 한다.


이 건물과 관련해 옆으로 뻗어나갈 수 있는 가지는 많다. 한국 사진계의 중요한 원로인 서순삼이 이 건물에서 사진전을 열었다는 기록도 있다. 남북이 갈린 이후 이 건물이 어떻게 사용되었는지에 대한 의문도 당연히 있다. 혹시 노동신문 사옥으로 사용되었을까 생각하는 것도 합리적 호기심이라고 할 것이다. 참고로 노동신문은 1945년 11월 1일 정로(正路)라는 이름으로 창간되었고, 1946년 9월 이름을 지금과 같이 바꿨다.


하지만 이 글에서는 이런 문제는 모두 접어두고, 오직 그 건물은 어디에 있었을까만 집중해서 보기로 한다. 일단 수옥리가 어디인가에서 출발한다. 검색해 보니 수옥리는 1914년에 신설된 행정구역으로 남수구동과 옥동을 결합한 이름이다. 해방 이후인 1946년에는 평양특별시 중구 남문리로 개편되면서 폐지되었다. 유서 깊은 고도 평양 구도심의 핵심 중의 핵심 지역이다. 이훈우 연구의 동반자 중 하나인 김현경 동지가 아래 자료를 구해서 보내주었다. 평양의 행정구역인데 수옥리가 보인다. (17번) 우리 집안이 살았던 상수구리와도 아주 가깝다.  

다행히 나에게 한국전쟁 때 미군이 촬영한 평양의 고해상 사진이 있다. 거기에 위의 지도를 포토샵으로 겹쳐보았다.

17번 수옥리 부분을 확대하면 다음과 같다.   

그걸 다시 고해상 항공사진에 표시하면 이렇게 된다. 단 아주 정확하지는 않을 것이다. 확대하고 겹치는 과정에서 오차가 있을 수 있다.

자, 대강의 범위가 눈에 보인다. 이제부터는 추론과 가정이다. 신문사 사옥이 골목길에 있었을 것 같지는 않으므로 오른쪽 큰 길가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길의 서쪽이 수옥리이므로 이 길가에 있는 건물 중 하나가 아니었을까. 다행히 이 건물의 사진이 두 개 전해진다. 하나는 공사중이고 하나는 완공 이후다.

  

이 건물의 외관을 보면, 길에 면한 면이 길고 깊이가 얕은 장방형이다. 공사중 사진을 보면 전면에 완전히 음영이 드리워져 있는데, 적어도 남향 건물이 아니라는 증거다. 즉 도로의 서쪽에 있는 건물로 볼 때 별 무리가 없다. 물론 다른 도로의 동쪽에 있었을 가능성도 있지만, 그 경우 완공 후 사진의 왼쪽 벽이 북쪽이 되는데 저렇게 햇살을 잘 받기는 어렵다. (다만, 한 여름에는 아침 일찍이나 오후 늦게 북쪽에도 햇살이 닿기는 한다.)


도로 서쪽일 것, 장방형일 것 등의 기준으로 그냥 어림짐작으로 이야기하면 채색된 부분의 동남쪽 끝에 있는 건물이 혹시 아닐까 하지만 확실치는 않다. 어차피 한국전쟁 당시 미군의 폭격으로 저 건물도 다 사라졌을 것이다. 지금의 평양 지도를 보면 놀랍게도 인민대학습당 근처인 듯 하다.

여기까지 했으니 그 다음에는 조선일보에서 회사의 명예를 걸고 한 번 찾아보시기 바란다.


*평양의 이전 지적도 자료가 있다고 들었다. 그것만 볼 수 있으면 그냥 해결될 문제이기는 하다.

http://m.seoul.co.kr/news/newsView.php?id=20010509021005&cp=seoul&fbclid=IwAR1wE2Edp9O69mihrZl50JVa3gFFqfcWOQGyGB0ktT-Auy4HEyf-H0kbIf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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