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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별 Dec 29. 2023

불안과 절망을 대하는 나의 태도


사람들은 보통 어떻게 불안을 잠재우는지, 어떻게 절망을 이겨내는지 궁금하다. 이것에 관해 여러 사람들에게 물어보고 싶었지만 막상 연락할 구석을 찾아보니 망설여졌다. 오랜만의 연락인데 너무 어두운 주제라는 생각도 들었다. 보냈다가 삭제하기도 했고 결국 물어보길 포기했다. 나는 어쩔 때 참 소심해지는 것 같다. 방학이라 학교도 가지 않으니 물어볼 사람은 더욱 줄었다.


저녁을 먹고 오랜만에 혼자 산책을 했다. 12월 말의 겨울치곤 따듯했고 공원에는 사람도 적었다. 그 분위기를 꽤 즐기면서 생각했다. 요즘 내내 공부에 집중을 못했고 계속 누워만 있고 싶었다. 내가 이렇게까지 의욕이 없었던 적이 있었나 싶고. 그런데 나는 의욕이 나지 않는 이유를 안다. 해도 안 될 거라는 생각 때문이다. 해도 안 될 거라는 생각은 행동의 의미를 삭제한다. 나는 나를 한계 짓는 생각에 빠진 거다.


나는 문제가 뭔지 알면서도 해결하지 못하는 사람을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지금, 의도치 않게 역지사지를 경험하고 있다. ‘내가 나를 한계 지으면 될 것도 안된다’라는 생각도 하고 ‘일단 시작해 보자’라며 속으로 다짐도 한다. 하지만 아침이 오면 어제처럼 똑같이 늘어지고 똑같이 집중을 못한다. 그저 의무감으로 앉아있는 느낌이다.



짧은 산책을 끝내고 집에 들어오면서 마음먹었다.

편하게 현재의 나를 그리자.


나는 캔버스 앞에서 가장 자유로운 사람이 된다. 오롯이 나만을 생각하며 나를 그린다. 캔버스 안에서는 똑같은 말을 반복하는 선을 긋는 내게 질릴 사람이 없다. 나 자신이 나의 말을 가장 잘 들어줄 사람이다. 나의 감정을 표출하고 복잡한 생각들을 단순화한 후에는 공부에 집중할 수 있다는 걸 안다. 캔버스 안에서 나의 가능성에 대한 믿음을 확고히 하기도 한다. 다시 말해, 과거의 나를 돌아보면서 나는 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 대한 근거를 떠올린다. 현실화될 가능성을 보면 행동할 힘이 생기니까.


전에도 했던 말이지만 다시 되뇌려 한다. 불안하고 절망적인 순간에서는, 그러한 나를 그대로 인정해야 한다. 그건 생각으로만 인정하는 것이 아니라 그림이나 글처럼 행동으로 인정해야 한다. 불안하고 절망적인 나를 표현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외면하지 말고 부정하지 말고, 그러한 나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야 한다. 그래서 나는 그림을 그려야만 한다.




나는 이번처럼 우울하고 절망적일 때면 바로 그림을 그리지 못한다. 어두운 감정이 최고조에 달할 때는 그림을 그릴 의욕마저도 없다. 그럴 때는 음악을 듣는다. 가사 없는 음악을 듣기도 하지만, 새로운 가수들의 음악을 듣기도 한다. 이 시기에 알게 되는 새로운 가수들이 많은데 그 가수들은 공통점이 있다.


가수 NF는 자신이 겪은 감정을 자세히 노래하고 가수 음율은 자신을 한계 짓지 않겠다는 다짐을 노래한다. 가수 Eve는 절망이 희망을 바뀌는 순간을 노래하고 가수 Blanks는 사회에서 지친 마음에 대한 위로와 응원을 노래한다. 내가 멋있다고 느낀 아티스트들이다. 이 아티스트들은 자신의 이야기를 자신이 가진 방식으로 표현하는 사람이다. 비슷한 메시지이지만 아티스트에 따라 장르도, 가사도 다르게 나타난다. 나는 이 가수들의 노래에 공감도 했고 위로도 받았으며 나를 돌아보는 시간도 가질 수 있었다.


누군가는 나의 행동을 공상에 빠져있다 여기고, 그 시간은 가치가 없다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내게는 무엇보다 중요한 시간이다. 그 시간을 거친 뒤에 내 상황을 바라볼 힘이 나기 때문이다. 나는 혼란스러운 마음을 먼저 정리해야 현재의 것에 집중할 수 있는 사람이다. 마음을 정리하는 방식은 대부분 그림이다. 글로도 쓰기 어려운 마음일 때도 있기 때문이다. 그림은 나를 마주하는 가장 섬세하고 조심스러운 방식이다.



불안과 절망을 대하는 나의 태도


1.

음악을 들으며 내 마음을 들여다볼 힘을 얻는다.


2.

내 마음을 그림이나 글로 표현한다. 글로 쓰기 어려울 경우 그림으로 시작한다. 이때 불안하고 절망스러운 마음을 정리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새로운 의미를 만들거나 잊혀 있던 중요한 의미를 되새길 수 있다.


3.

이번의 경험을 글로 다시 한번 정리한다. 이후 며칠간은 그 글을 보며 의미를 상기시킨다.


4.

현재의 삶을 의미 있게 살아간다.



불안과 절망은 갑작스럽게 또는 시도 때도 없이 닥쳐올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을 마주할 자신의 태도를 정리해 두는 건 하나의 보호막을 만드는 것과 같다. 나는 이번에 나만의 보호막을 견고히 한 것 같다. 이제 나의 삶을 의미 있게 살아가고 싶은 마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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