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보다 더 중요한 과목이 있다고요?! -2부-

헤어 나올 수 없는 개헤엄의 늪

by 밤이 키운 아이


수영수업 내내 나는 붕어처럼 입만 뻥긋 대며 할 말을 잃었다.

한 시간 동안 자유영을 하는 것보다 개헤엄이 더 힘들지 않나?

그렇지만 그 힘든 걸 아홉 살 집착남은 해냈다.

다른 친구들이 자유영, 배영, 평영을 번갈아 하는 동안,

맨 끝 레일의 보충반 동료들이 평영을 연마하는 동안,

나의 아이는 네발, 아니 두 손과 두발을 쉴 새 없이 열심히 저어댔다.

이래서 단짝친구 엄마가 수영 참관수업에 꼭 오라고 했구나!


집에 오는 동안,

지난 아이의 수영 과외수업 시간들을 천천히 떠올렸다.

매 시간 지켜볼 수는 없었지만 휴가 때마다 나는 빼놓지 않고 수영시간을 지켜봤다.

문득 남편과 나눴던 몇몇 대화가 생각났다.


기러기 생활을 시작하고 한 달 만에 베트남에 돌아왔을 때였다.


“보통 자유영부터 시작하지 않아요? 저건 무슨 수영이지?“

“아, 나도 선생님한테 여쭤봤는데 베트남은 자유영부터 시작하지 않는다고 하네.”

“아무리 그래도 저건 개헤엄 같은데?”

“생존 수영이래. 여긴 수영 시작할 때 생존수영부터 배운대.“


납득~

아무렴, 수영장이 깊은 곳도 있으니까 생존 수영을 먼저 배우는 것이 중요하겠다 싶었다.

나는 수영을 배운 적이 없는 그야말로 맥주병이었고,

남편은 어린이 수영을 배운 뒤, 회사를 다니며 짧게 배운 적이 있다고 했다.

수영에 대해 잘 몰랐던 우리는

그저 아무래도 나라마다 가르치는 방식이 다르겠거니 믿었다.



개헤엄의 블랙홀


두 달 뒤, 휴가를 맞아 다시 베트남에 돌아왔을 때 나는 또다시 의아했다.

수영 과외수업 시간, 아이는 여전히 개헤엄을 치고 있었다.


“벌써 두 달이 지났는데 아직도 생존수영만 배우는 건가? 자유영은요?“

“원래 생존수영이 더 어려운 거래.“

“아무리 중요해도 당장 학교 가면 자유영을 해야하는데

그러면 언제부터 시작해?”

“베트남에선 생존수영 다음 평영이래.

자유영은 평영을 떼면 가르친다고 하던데?“


그래, 나도 생존수영이 수영 영법 중 가장 어렵다고 언뜻 들은 듯했다.

수상 구조대원 실습 시험이 그렇게 어렵다고들 하지 않던가.

신기하게도 생존수영은 개헤엄과 무척 유사한 것 같았다.

하지만 아이는 분명 물에 떠있었고 25미터를 헤엄쳐 나아가고 있었다.


석 달 뒤, 넉 달 뒤, 다섯 달…

휴가를 마치고 돌아올 때마다 나는 데자뷔를 겪었다.

매일 같은 날, 같은 시간으로 회귀되는 ’사랑의 블랙홀‘이란 영화처럼

나는 개헤엄에 갇힌 기분이었다.

답답한 마음에 선생님께 짧은 영어로 직접 문의했다.


“선생님 자유영은 언제 배우죠?”

“아 이제 평영을 시작했으니까 속도를 올려 볼게요..“

“네, 잘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수영 수업참관 때 드디어 개헤엄의 저주에서 깨어났다.

엄마들에게 베트남의 수영 수업에 대해 물어도 봤다.

놀랍게도, 다른 아이의 수영 수업은 한국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오직 우리 아이만 아주 특별한 방식으로 수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마침 다음 날 수영 과외수업이 있었기에 우리는 선생님과 먼저 대화를 요청했다.


선생님 다른 친구들 물어보니까

6개월이면 베트남에서도 자유영과 배영, 평영까지는 뗀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지금 평영을 가르치고 있는데요?”

“아니 우리는 지금 8개월 째인데 이제 평영만 시작한 거잖아요.

자유영과 배영은 언제 배울 수 있는 거죠?“

“사실 댁의 아이는 수영을 너무 안 좋아합니다.

수영 가르치는 걸 그냥 포기하세요. 저도 수업료 환불해 드릴게요.


충격 고백이었다.

베트남 국적의 수영선생님은 더는 아이를 가르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이미 수업료 한 달치를 선불로 지급한 상황이라 환불까지 해주겠단다.

포기를 할 거라면 6개월 전에 이야기를 해줬어야 하는 거 아닌가 싶었지만

당장 새로운 선생님을 구하는 것이 시급했다.


베트남에서 수영 선생님은 크게 베트남 국적의 선생님과 한국인 선생님으로 나뉜다.

베트남 선생님은 보통 영어로 수업하는데 비용이 조금 더 저렴하다.

일반적으로 1 대 1 과외수업에서 베트남 선생님은 1시간에 평균 40만 동 (약 2만 원),

한국인 선생님은 50분에 35달러 내외이다.

한국인 선생님은 수업료가 비싸지만 모시기도 상당히 어렵고 귀한 편이다.

사실 아홉 살 집착남도 처음에는 한국인 선생님을 구하고 싶었지만

당시 수업 시간이 맞는 선생님이 안 계셨다.

대신 현지 교육 채팅방에서 영어 가능한 선생님께 연락을 드렸더랬다.


수소문한 결과, 예전에 전화를 드렸던 한국인 선생님으로부터 드디어 가능하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우리는 기존 베트남 선생님에게 아쉽지만 환불을 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런데, 그가 환불을 거부하는 것이 아닌가.

해고이기 때문에 돈을 돌려줄 수 없다는 이유였다.

자신은 아이를 포기한 적이 없다며 손바닥 뒤집듯 말도 뒤집었다.

실랑이 끝에 우리는 두 번의 수업료를 제한 나머지를 돌려받기로 하고 계약을 종료했다.


한국인 선생님에게 마찬가지로 일주일에 두 번씩 수영을 배우기 시작한 집착남.

아이는 6개월 만에 학교 수영 대표선수 상비군으로 뽑혔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던 걸까?


선발 명단에서 아이의 이름을 발견한 순간,

개헤엄에서 헤어 나올 수 없었던 지난 8개월이 머릿속에 주마등처럼 흘러갔다.

문득 이 아이는 가망이 없다며 포기하라고 했던 그가 떠올랐다.

그리고 더 놀라운 사실 한 가지를 발견했다.

흘러 흘러 발견한 SNS에서 알게 된 그의 직업은 그냥 헬스트레이너였다.

부업으로 어린이 수영 과외를 하는 듯했는데 그마저 물놀이 돌보미 같은 역할이었다.

베트남에서 오래 산 지인은 현지 선생님을 채용할 때에는

이력 확인이 무척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이 개헤엄 사..사기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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