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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은진 Oct 10. 2023

남들이 하라고 해서 했는데

정신차리니 청소년 대표가 되었습니다




예? 제가 여성가족부 청소년 대표 위원이 되었다고요? 네 사실입니다 축하합니다.



이게 진짜 무슨 소리냐면요. 선생님들의 권유로 시작한 청소년참여활동을 이어가다보니 어느새 제가 청소년참여의 대표로서 우뚝 서게 되었다는 뜻입니다. 청소년참여활동이 무어냐? 청소년의 시각에서 정책 및 사업에 대한 의견제시와 자문, 평가, 그리고 다양한 청소년 관련 프로그램, 캠페인, 토론회 등 행사를 직접 기획 및 진행하는 활동을 말합니다. (출처: 여성가족부)



이러한 청소년참여활동을 주최하는 곳은 당연히 여성가족부이고, 그 아래 운영하는 기구마다 각 이름이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청소년특별회의'와 각 지자체의 '청소년참여위원회'가 존재합니다. 청소년참여위원회에 소속되면 자연스럽게 청소년특별회의 위원으로서 회의에 참석할 권한을 얻게 되죠.



대부분은 청소년 본인이 속한 지역의 청소년정책과 청소년활동을 만드는 데 이바지하는 활동을 하며, 조금 더 적극적인 친구들은 청소년 토론회 및 회의의 대표로 참석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저는 이렇게 본격적으로 활동하게 될 줄 몰랐거든요. 사실 지금도 진심으로 활동하는 다른 청소년 친구들에 비하면 저는 어중간해도 너무 어중간한 사람입니다. 학교 밖 청소년이던 시절 학교를 다니는 청소년들과 달리 줄어든 복지 혜택에 반발심을 느껴서 의견을 제기하고 다녔을 뿐인데, 그 시간이 흐르고 흘러 제가 충북은 물론이고 전국을 대표하는 청소년 위원이 되었다니요.



사실 대표 위원이라고 해서 거창할 건 없습니다. 그저 충북도 내, 그리고 여성가족부 대표 회의에 참석해 의견을 공유할 뿐이에요. 네, 그것뿐입니다. 그 외 청소년참여활동은 도 내 정책을 제안하고 청소년기념행사에 참석하는 데에 비중을 두고 있습니다. 하지만 청소년참여활동 및 참여위원회가 진행하는 일은 참 다양하니, 청소년 정책에 관심이 있는 분들이라면 한 번 찾아보세요.



이런 활동이 과연 스펙으로 인정이 될까하는 고민이 드는반면, 자신의 권리 향상을 위해 노력하는 친구들이 많은데 내가 너무 속물적으로 생각하는 걸까라는 반성도 듭니다. 그렇지만 어쩌겠어요. 저는 이제 취업을 준비해야 하는 예비 사회초년생인걸요. 단순히 관심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활동을 3년 넘게 지속해오기에는 제한된 열정이 있기 마련입니다.




오늘 치 체력이 다 떨어져서 퇴근합니다! (Unsplash, Nick Fewings)








모두가 거창한 목표를 가지고 시작을 하진 않았을 거예요. 저 역시 마찬가지였고요. 여전히 일개 회의에 참석하는 청소년 중 하나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서 있는 자리에 부담감을 느끼지 않는 건 아닙니다. 어느 날은 아빠가 그러더라고요. '어른들의 부탁이라고 들어준 네 행동이 너의 정치 사상을 결정지을 수도 있다.' 라고요.



뭘 그렇게 확대 해석하냐고 말했지만 혹시, 만일, 이라는 가정을 해보기도 합니다. 정치계에 발을 들이고 싶다는 생각은 단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거든요. 관심도 없거니와 정당이나 편을 갈라 싸우는 일은 지긋지긋합니다. 앞서 말했다시피 저는 그냥 좋아하는 글 쓰면서 먹고 살고 싶단 말이에요.



그런데 세상이 날 편하게 살게 해주지 않으니까, 조금이라도 내 파이를 더 얻어가고 싶어서 목소리를 내게 되었습니다. 다른 청소년들도 마찬가지일 거예요. 인권은 파이 싸움이 아니지만 복지는 파이 싸움입니다. 더 목소리를 내고 더 간절하게 원하는 자들에게 그만큼의 혜택이 돌아가요. 더군다나 인구 수가 줄고 있다는 이유로 관심 역시 줄어든 청소년 복지는 내년 기준 활동예산이 0원이 되게 생겼습니다.



누군들 자신이 관심 갖고 있는 분야에 목소리를 내지 않을 수가 있겠어요. 이제 청소년을 넘어서 청년이 된다고 해서 청소년 이슈에 관심을 끊을 순 없습니다. 내가 겪었고 내가 경험했으니 더욱 공감이 될 뿐. 하여 요즘에는 선배위원으로 활동하며 새롭게 청소년참여활동을 시작하는 친구들의 첫 시작을 돕고 있습니다. 제가 주체적으로 무언가를 시작해 설립하기보다는 간접적으로 피드백을 주는 역할이 더 잘 맞더라고요.



언제까지 청소년활동을 이어갈 지는 모르겠지만, 중요한 건 '청소년'이라는 키워드가 이전의 저에게도 앞으로의 저에게도 중요하게 남을 거라는 사실입니다. 청소년 시절의 나은진이 꽤 많은 것을 느끼고 바꾸어 놓았거든요. 어른이 된 뒤에도 청소년이고 싶다고 생각할 만큼요.



대표라는 권력이 상쇄되기까지 아직 1년하고도 2달이 더 남았습니다. 임기 시기 동안 뭐라도 해서 성과를 내는 대표가 되어보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남들보다 조금 게으를 뿐이지 책임감 없는 사람은 아니라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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