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은진 Oct 09. 2023

그래도 닿는 데까지 해보려고요

지망생에서 작가로, 이번엔 작가에서 강사로!




자, 불평은 여기까지! 부정적인 이야기만 줄줄 늘어놓았으니 이제 긍정적인 이야기도 해보자고요. 그래도 데뷔 3년의 시간동안 꾸준히 작품을 내고, 받아주는 곳이 있고, 관심을 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게 어디입니까. 그것만으로도 저는 참 운 좋은 사람이에요. 항상 그 사실을 잊을 때마다 복기합니다. 내 주변에 좋은 사람들이 있었고, 시기가 맞아 운 좋게 작가가 될 수 있었노라고. 느리더라도 꾸준히 책을 내고, 그 덕분에 강연 제의도 받으며 이 나이에도 작가로서 설 수 있었다는 것을요.



언젠가는 독자들이 내 작품의 진가를 알아줄 거라며, 작가 스스로 발전하지 않고 똑같은 스타일과 주류의 작품만 양산해 낸다면 성공할 수 없습니다. 그 당연한 사실을 첫 번째 시도를 통해 받아들였고, 시행착오를 거치며 조금씩 대중적인 작품을 쓰고 있어요. 남들에 비하면 아직 한참 멀었고 독서 시장은 좀처럼 나아지긴커녕 더욱 퇴보해가고 있지만, 그렇다고 포기해서는 안 될 노릇입니다.



제게는 존경하는 선생님들이 몇 분 계시는데요. 끝없는 배움을 통해 본인을 성장시키고 건강 관리에도 힘쓰시는 아주 대단한 어른들입니다. 사람들이 말하는 청춘이라 하는 이십 대 청년은 하루하루 본인의 몸과 인생을 망치고 있는데 말이에요. 인생에 롤모델을 둬 본 적은 없지만 모범이 되어주시는 선생님들을 볼 때면 나도 더 열심히 살아야겠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요지는, 배움에는 끝이 없고 사람은 꾸준히 성장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아가려면 그만한 노력과 성과를 보여 주어야겠죠. 예술가나 프리랜서라는 직업이 불안정하다는 건 진작 알고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내가 할 줄 아는 일 한 가지라도 더 늘려서 남들에게 "저는 이런 사람이에요.", "전 이것도 할 수 있어요." 라는 능력을 증명해보여야 합니다.



그런 이유로 올해부터 강사로서 글쓰기 강의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이전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일일 글쓰기 강의를 하거나 강연을 진행하면서 쌓은 경험이 있기에 도전을 향한 자신감은 충분했어요. 다만 내가 일방적으로 이야기하는 강연과, 참가자들을 가르치는 강의는 다르다는 걸 자각하지 못했을 뿐.




나도 모르는 걸 남에게 설명하는 일은 없어야겠죠. (Unsplash, Wonderlane)








강연도 쌍방향 소통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하지만 본질적으로 강연자 본인의 이야기가 중심이 되어야하며 참가자들은 청자가 되죠. 말하는 이와 듣는 이의 역할이 나뉘어져 있습니다. 또한 본인의 이야기를 하는 것이기 때문에 별다른 자료 없이도 강연을 이끌어가는 게 어렵지 않습니다. 결국 커리큘럼과 주제는 내 머릿속에 들어있거든요.



하지만 강의는 다릅니다. 참가자는 단순한 청자가 아닌 한 명의 학생이자 실습생이며, 나는 화자가 아닌 강사로서 학생을 가르쳐야 합니다. 나만 이해하고 나만 알 수 있는 이야기를 하면 안 돼요. 이해를 시킬 수 있는 쉽고 시각적인 자료, 다양한 예시가 필요합니다. 글쓰기 강의의 경우 단순한 이론을 넘어서서 '쓰기' 라는 실습이 들어가야 하죠. 학생들은 단순히 수업을 보고 듣기만 하는 게 아니라 직접 예술을 창작합니다. 그 행위를 통해 얻어가는 결과물이 있어야만 수업은 완성됩니다.



아무리 경력이 있다 하더라도 그건 작가, 강연자로서의 경력에 불과한 것. 처음으로 강의 커리큘럼을 만들어 강사로 도전했지만 실패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제가 보기에도 4~5회기의 회차로 진행할 수 있는 수업의 난도가 아니었거든요. 강의의 횟수, 대상 참가자, 그리고 기관 혹은 의뢰인이 원하는 조건 안에서 만족할 만한 커리큘럼을 만들어내는 것이 우선이었습니다.



하지만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고, 저를 눈여겨 보셨는지 그 기관에서 특강 강사로 저를 초청해주셨어요. 일회성 강의였지만, 내가 본격적으로 강사의 길에 서는 첫 강의라 생각하고 열심히 준비했습니다. 두 시간은 강연을 할 때는 넉넉했으나 수업을 진행하기엔 부족한 시간이더군요. 이론도 가르쳐야 하고, 실습도 해야하고, 발표를 통한 피드백도 줘야하는데 참으로 촉박했습니다.



그래도 불행 중 다행인 건, 글쓰기 수업의 경우 소수의 인원만 데리고 하는 것이 더 적합하다는 결론을 얻었습니다. 그래야 더욱 학생 한 명 한 명에게 집중할 수 있고 섬세한 피드백을 내릴 수 있었거든요. 양보다 질이라고 하던가요? 나쁘지 않은 스타트에 자신감은 부스터를 얻었고, 저는 청년 강사로서 서기 위한 기회를 찾아 다녔습니다.



이제껏 진행한 강연들은 저라는 작가와 제 작품을 알아본 사람들이 먼저 기회를 주었지만, 강의는 달랐습니다. 각 기관에 나라는 강사가 있고 내가 이런 강의를 진행할 수 있다- 라는 사실을 어필해야 했어요. 마치 이력서를 작성해 회사에 구직 의사를 밝히는 것처럼요. 그렇게 또 하나의 강사 사업을 따낸 뒤, 저는 4회기의 강의를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일회성 강의에서 다 회차의 강의를 진행하는 건 확실히 달랐고, 사실 저는 그다지 성공하지는 못했다고 스스로를 평가 내렸어요. 가장 큰 이유는 역시 제 경험이 부족했기 때문이죠. 그러나 낙담하지는 않을 겁니다. 올해 첫 시도였고 두 번째 정식 강의였으며 처음으로 진행한 다 회차 강의였으니까요. 이 경험을 바탕으로 하여금 더 배우고 나아가야죠. 그게 성장이라 생각합니다.



자, 지금까지 나은진이라는 일개 학교 밖 청소년이 작가가 되고 강사가 되는 이야기를 해드렸습니다. 이제 제가 왜 조금 남다른 MZ라는 소개글을 붙였는지 감이 오시나요? 길고 긴 자기소개는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대학생, 작가라는 단어로만 설명될 사람이었다면 이렇게 긴 서론을 늘어놓지도 않았을 테니까요!

이전 05화 첫 달 수익 2만원도 수입이라면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