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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은진 Oct 05. 2023

대학생의 본분은 놀고 먹기죠

비록 저는 축제 시즌에 사무실에 앉아 근로를 하고 있지만요




여러분은 '대학생활' 하면 어떤 게 먼저 떠오르시나요? 공부 및 스펙쌓기라는 모범적이고 재미 없는 답변보다는 각종 회식을 빙자한 음주, 자휴 때리고 일탈하기 등의 답변이 더 현실적이지 않나요? 학교 분위기와 개인의 성실도에 따라 다르겠지만, 어쨌거나 저는 그리 성실한 학생이 아니었습니다. 일부 남들 눈에 보이기엔 열심히 하는 모범생처럼 보였겠지만, 요령 피우기에 뛰어난 학생이었다고 해두죠.



대학교 차석 입학생, 평균 학점 4.0 이상의 준수한 성적, 교내 성적 외에도 외부에서 쌓은 봉사활동과 기자단 실적, 관련 직무 인턴 경험 有, 자격증 완비. 이렇게 축약하면 뭔가 있어 보이죠. 하지만 현실은?



검정고시 성적을 환산해 얻은 지방대 성적, 일주일 전에 벼락치기 해서 얻은 결과, 코로나19로 인해 주로 온라인으로 진행한 봉사활동 실적, 용돈 벌이를 위해 아르바이트 대신 진행한 인턴 경험, 초등학교 때 취득한 컴퓨터 자격증부터 돈으로 따낸 운전면허 자격증까지. 허울만 좋지 속내는 투박하기 그지 없습니다.



그래도 본인이 노력해서 쌓아온 경력을 너무 낮게 취급하는 거 아닌가 싶지만, 어쩌겠어요. 스펙 과열 시대인 사회에서는 이 정도는 '누구나' 해야 하는 일인 걸요. 아직 부족합니다. 더 많은 자격증을 따야 하고, 더 많은 시험에 도전해 스펙을 쌓아야 해요. 그래야 안정적이고 월급도 만족스러운 직장에 취직해 번듯한 사회인이 될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번듯한 사회인의 정의와 인정 기준은 뭘까요? 일찍이 사회에 나온 선배들은 답을 알고 있을까요? 곧 있으면 본격적인 취업 시장에 몸을 던지게 될 텐데, 아직까지 저에게 사회인이라는 단어는 어색합니다. 지금껏 청소년이라는 이름으로 살아왔던 것처럼 언제까지고 청년이라는 단어가 주는 젊음을 즐기기만 하고 싶은데 말이에요.




그네 탄 지도 오래 됐네요. (Unsplash, Bewakoof.com Official)







누구나 학창시절엔 즐거웠던 기억을 하나씩 갖고 있기 마련인데, 이상하게 대학생활에 대해 물으면 저는 딱히 인상 깊게 남았던 일이 없다는 말밖에 안 나오네요. 원래부터 꿈 꿔왔던 캠퍼스 로망도 없었고, 2년 동안 대학교에 갈 일도 동기들과 만나 학과 행사에 참여할 일도 없다보니 자연스럽게 무감해진 것 같습니다. 이제 와 MT나 학교 축제를 즐긴다고한들 저는 4학년인걸요!



물론 4학년도 즐기고자 한다면 즐길 수 있겠지만, 바깥에서 한창 부스와 푸드트럭이 운영되는 지금 저는 사무실 안에 앉아있습니다. 국가근로생이거든요. 현재 기준으로 주 15시간을 일하며 월 55만원 정도를 벌어 식비, 교통비, 그 외 비용을 모두 제가 부담하고 있지요. 아르바이트보다 편하고 해야 할 업무는 적으니 이렇게 좋은 일자리가 없어요.



제 선택으로 사무실에 앉아있지만 한편으로는 조금 씁쓸하기도 합니다. 비싼 푸드트럭의 가격도, 밀린 과제나 시험을 신경 쓰지 않고 그저 오늘을 즐기는 YOLO의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부러워서요. 현재가 더 중요하냐, 미래가 더 중요하느냐에 따라 삶의 태도도 바뀌겠지만 정확히는 '여유의 존재유무'가 사람을 가르는 가장 큰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경제적 여유, 정서적 여유, 시간적 여유. 뭐 그런 것들이요. 요즘 어린아이부터 중노년층까지 다양하게 쓰이는 게 바로 '금수저와 흙수저' 아니겠습니까. 빈부격차에서 파생된 단어가 세상과 사람을 구분짓고 있다는 게 씁쓸한 요즘입니다. 옛 시절에도 잘 사는 친구와 못 사는 친구는 분명히 존재했는데 말이죠. 지금은 그 선이 더 명확해진 것 같아요.



대학 성적을 잘 받고, 국가근로를 꾸준히 하며 용돈을 내가 벌고, 교내 및 외부 장학금을 통해 수백 만원의 장학금을 받아낸 이유 역시 '나의 여유를 위해서' 예요. 국가근로는 성적이 좋은 학생을 대상으로 선정하며, 학업을 병행할 수 있도록 만든 장학금 제도거든요. 아르바이트보다 업무 강도는 떨어지고 학생들의 편의를 봐주며 방학에도 근로가 가능하니 이만한 일이 없죠.


외부 장학금은 또 어떤가요? 반드시 학업 목적으로 쓰여야 하는 장학금 외에도 생활비성 장학금이 참 많더라고요. 덕분에 돈 걱정 안 하고 마음껏 소비해 본 경험도 있답니다.



때문에 나는 먹고 살기 위해 했던 일이 남들에게는 멋진 일, 자랑스러워 할 일로 포장이 된 거죠. 이럴 땐 머쓱하게 일어나서 박수라도 받아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지현우 씨 축하드립니다!



잘 먹고 잘 살기 위해 거쳐야 하는 관문이 끝이 없네요. 이렇게 우당탕탕 대학 생활을 졸업한 뒤에는 고생 끝, 취업 시작 길이 펼쳐질까요? 아마도 아닌 것 같습니다. 제 주변의 사회인들을 보면요. 대학 졸업이 튜토리얼이라는 말이 있던데, 과연 이후의 삶이 어떻게 펼쳐질지…… 기대보다는 두렵습니다. 두려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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