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은진 Oct 04. 2023

글 써서 돈 벌고 싶은데 대학 안 가면 안 되나요?

현실: 응 아니야




대학교 4학년, 2학기. 졸업 시험 응시까지 앞으로 열흘. 어느덧 선선한 바람이 부는 가을이 다가왔습니다. 그동안 뭘 했냐고 물으면 '놀았어요'. 추석 연휴였으니 다들 그렇듯이 놀고 먹고 쉬지 않았습니까?



……그렇습니다. 이건 지방사립대 4학년, 사회복지학과를 전공한 졸업반의 절규입니다. 남들따라 교과 과정 공부하고, 사회복지현장실습 나가고, 방학 때는 봉사활동과 취업에 필요한 자격증(특히 운전면허 1종은 최악이었습니다)을 취득하는 대학 생활을 저 역시 거쳐왔습니다.



그마저도 남들과 같은 4년의 생활은 아니었네요. 2020년에 코로나19가 발병했거든요. 덕분에 2년 간 사이버 대학생 노릇을 하며 집안에서 온라인 강의를 틀어둔 채 게임을 즐길 수 있었답니다. 자랑이 아니죠? 그때 강제 칩거 생활을 하면서 자기계발에 힘 썼다면 좀 더 나은 제가 되었을 텐데 말이에요.



과거를 후회해봤자 달라지는 건 없죠. 어쨌거나 저는 여전히 대학생이고, 남들이 노력한 만큼은 노력해 왔다고 장담하는 청년 중 하나입니다. 모두 같은 길을 걷는 이 세상에서 저마다의 개성과 장점을 발휘하기 위해 노력하는 친구들도 있지요. 그리고 저는, 운 좋게도 저만의 장점을 제법 일찍 파악했습니다.




글을 쓰려고 하면 왜 머리가 항상 백지가 되는 걸까요? (Unsplash, Kelly Sikkema)








어릴 적, 정확히는 대여섯 살에서 일곱 살 즈음부터 책읽기를 좋아하던 아이가 글을 쓰게 되었다는 과거는 흔하다 못해 주변에서도 자주 볼 수 있는 케이스입니다. 아홉 살 때부터 소설을 쓰고 열한 살에 작가라는 꿈을 꾸게 되었다는 일 역시, 어릴 적 '나는 대통령이 될 거야' 라며 소리치던 아이들과 크게 다른 점이 없죠.



재능의 여부를 넘어서서 사람에게 가장 중요하게 작용하는 것이 있다면, 저는 그게 꾸준함이라고 생각합니다. 꾸준한 노력은 성과가 좋든 나쁘든 간에 결과를 가져다 주거든요. 저는 어릴 적 스스로 글자를 깨우친 한석봉도 아니고, 다섯 살 때부터 피아노를 치기 시작한 모차르트나 영재도 아니었습니다. 정말 평범하게 글 쓰고 당시에는 그림 그리기까지 좋아했던 평범한 어린이였어요.



그 어린이가 쓰던 유치한 공포, 로맨스 소설부터 학창시절 우리들의 공상을 담당한 팬픽, 나아가 문학도를 꿈꾸며 서툴게 따라 쓰기 시작한 순문학까지. 찢고 버리고 간단한 클릭만으로 삭제한 작품들을 끌어온다면 원고지 기준으로 제 키를 아득히 뛰어넘을 거란 확신도 듭니다.



그렇게 열심히 글을 써 온 아이, 청소년이 꿈을 이루지 못하고 일개 대학생이 되었다-라는 결말이었다면 이 글은 쓰이지도 못했을 거예요. 다행스럽게도 그 애는 작가가 되었습니다. 무려 열 아홉 살에요! 소설가로 데뷔하지는 못했지만 본인의 삶을 남들에게 알려주는 에세이스트가 되었습니다.



거기서 끝이 아니고요. 웹소설 작가로도 데뷔했어요. 남들이 흔히 말하는 1억 번다는 그 웹소설 작가? 아뇨, 1천도 못 벌지만 웹소설 작가 맞습니다. 요즘엔 중고등학생도 데뷔한다는, 진입장벽은 낮고 순문학보다는 대중적인 하나의 뉴 미디어 콘텐츠로 급부상했죠.



저는 원하던 대로 작가가 되면 꿈을 다 이루고, 나의 성공 시대가 시작될 줄 알았어요. 첫 술에 배부르랴는 속담이 있듯이 대박을 꿈꾸지는 않아도 최소 기준선의 벌이는 있으리라 생각했는데 웬 걸. 문학에는 바닥이 없었습니다. 그 말인즉슨 세간에 알려진 바닥보다 내가 더 바닥을 칠 수 있다는 뜻이었죠.



종이책이야 원래 수익을 기대할 수 없는 시장이니 차치하고, 웹소설 시장에서 제가 벌어들인 첫 수익을 여러분에게만 말씀 드리겠습니다. 웹소설 작가를 꿈꾸는 분이라면 놀라지 말고 들으세요. 저보다 더 바닥을 칠 수도 있다는 점을 기억하시고요.




첫 달 수익 2만원. 

1년 동안 열심히 원고에 공들인 결과에 대한 보답이었습니다.



'와, 대학 열심히 다니고 졸업해서 취업해야겠다.' 그 액수를 보자마자 든 생각이었습니다.

이전 01화 자발적 피터팬을 꿈꾸고 있습니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