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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은진 Oct 04. 2023

학교 다니기 싫어서 자퇴했는데

결국 다시 학교로 돌아왔습니다. 고등학교보다 더 무시무시한 대학교로...




나은진에 대해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아는 이야기. 17살, 고등학교 1학년 때 자퇴를 선택했습니다. 지독한 경쟁 사회인 학교 분위기가 적응되지도 않았거니와 학교에 있다 보면 쓰고 싶은 글을 마음껏 쓸 수 없었거든요. 아득바득 쓰고 싶은 글을 쓰며 학업까지 병행하기에는 제 기력이 부족했습니다. 기력이 전부 소진된 관계로 탈진 상태에 들어갑니다.



선생님, 보수적인 부모님을 3개월 간 설득하며 겨우 얻어낸 자퇴 이야기는 <내가 학교 밖에서 떡볶이를 먹는 이유> 도서를 참고해주세요. 책 홍보 같나요? 걱정 마세요. 자퇴에 관한 이야기는 앞으로도 종종 나올 예정이니까요. 저의 인생 자체를 뒤바꿔놓은 시절이라 남들보다 아직 살아간 날이 짧은 저에게 유일한 소잿거리가 되어주고 있답니다.



어쨌거나 글을 쓰겠다는 일념으로 자퇴를 했겠다. 그럼, 써야죠! 쓰고 싶은 것이 무엇이든 무작정 상상하고 쓰고 완성해야 합니다. 죄책감과 조급함이라는 양날의 칼을 붙잡고 밀려오는 불안을 향해 매섭게 휘두릅니다. 전투적으로 타자를 두드리며 사이버 백지를 그득히 채우다가, 또 다시 지우기를 반복.



그렇게 쓰인 글의 대부분은 낡고 해묵은 폴더 속에 잠들어 있고, 빛을 본 몇 개의 작품은 수상하거나 출간하게 되었습니다. 때를 기다리며 아직 잠재운 소재의 작품도 몇 가지 있죠. 언제쯤 동면기를 벗어날지는 모르지만요. 그래도 빛을 보았다는 게 어딥니까!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게 좋잖아요?





앞으로도 두고두고 기억에 남을 첫 작품.




그런데 왜 다시 학교로 돌아왔느냐고 물으면, 그놈의 현실 때문이었습니다. 기존의 학업을 중단하고 자기만의 길을 찾아가는 학교 밖 청소년, 나아가 청년들의 삶이 주목받는 요즘 학교 밖 청소년 작가가 다시 학교로 돌아가다니요. 간지가 안 나지만 어쩔 수 없었어요. 먹고는 살아야 할 거 아닙니까!



전공을 문예창작이 아닌 사회복지로 택하게 된 데에도 이유가 있었습니다. 생계가 미래를 좌우했으니까요. 독학을 통해 예체능 입시를 하는 게 벅찬 것도 이유가 되겠지만, 그 당시의 저는 두려웠던 것 같아요. 원하던 대학에 붙는다 하더라도 돈이 없다는 이유로 대학교에 입학하지 못할 것 같아서요.



대부분의 문예창작과는 경기도와 수도권에 자리잡고 있는데, 기숙사에 들어가거나 자취를 하지 않는 이상 통학으로 대학을 다니는 건 불가능에 가까웠죠. 자취는 너무 돈이 많이 드니까 기숙사에 들어가자! 그럼 기숙사에 들어갈 비용, 식대는 누가 대주느냐?



보통 부모님을 생각하겠지만 저희 집안은 그리 넉넉한 형편이 아니라서요. 스스로 커버할 수 없다면 포기해야 했습니다.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며 대학교를 다니면 되잖아, 학자금 및 생활비 대출 받으면 되는 거 아냐? 물론 그런 길도 있지요. 말은 쉽지!



현실적으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동시에 대학을 다니고, 현직 작가니까 원고 작업 및 공모전 준비까지 하면서 살아간다는 가정은…… 몸이 두 개라도 힘들겠죠? 그런 이야기입니다. 저는 지극히 게으른 사람이라 남들 그 이상의 노력을 할 자신은 없었거든요.



그렇다고 해서 단순히 취업을 위해 사회복지를 택한 건 아니었습니다. 다자녀, 저소득, 학교 밖 청소년, 항상 사회적 약자 계층에 속해 있으면서 다양한 복지 프로그램과 혜택을 받고, 또 직접적으로 청소년 센터와 소통하며 자연스레 청소년 복지에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내가 직접적인 당사자가 된 순간부터 느낀 복지의 필요성과 현 사회의 한계점을 인지하면서 사회복지에 대한 관심은 더욱 두드러지게 되었습니다.



학교 다니기 싫어서 자퇴했는데 정신 차려보니 대학교 4학년이라니! 이젠 웃음만 나옵니다. 2년은 사이버 대학 생활이었지만, 그래도 요즘 대학생들은 어떻게 살아가는지 이야기 해드릴게요.



물론, 예나 지금이나 음주가무를 즐기는 부류와 공부만을 목표로 하는 부류는 여전히 존재합니다. 저는 그 사이 어딘가, 어쩌면 아무데도 속하지 않는 무성의한 존재에 더 가깝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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