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은진 Oct 06. 2023

첫 달 수익 2만원도 수입이라면

와! 예술가는 진짜 가난한 게 맞구나!




앞서 말씀드렸죠. 제 웹소설 작가 데뷔 이후 첫 수익이 2만원이라고. 고작해야 인세 5~10% 받는 종이책 작가보다 더 못 벌 수 있는 게 웹소설이었다니. 저는 몰랐습니다. 1억이라는 말도 안 되는 희망을 품어본 적도 없지만 제가 바닥에서도 이렇게 밑바닥을 찍을지는 몰랐다고요.



첫 작품은 업계의 흐름도 모르고 무작정 시도한 거니까 두 번째 시도는 괜찮을 거야! 네, 아니었습니다. 별반 다를 바 없더군요. 20만원이든 200만원이든 1년을 공들여 쓴 대가와 맞먹는 인세를 받는 건 불가능에 가까웠습니다. 왜 사람들이 회사를 다니고 최소 월 200만원을 벌며 안정적인 생활하기를 추구하는지 이제야 알 것 같더라고요.



그렇게 글이 쓰고 싶다고 노래를 부를 때는 배고픈 예술가라도 괜찮다고 생각했으면서 속내는 아주 간악하기 그지 없습니다.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먹고 살 만큼 돈을 벌 수 있다면 사람들이 진로를 고민할 이유도 없을 텐데요. 돈을 벌 수는 있는데, 생계 유지는 안 되더라고요. 2만원도 수입이라면 제 직업도 번듯한 작가라고 소개할 수 있을까요? 직업은 돈을 벌어야 직업이라던데요.





반갑습니다. 작가고 돈은 못 법니다. (Unsplash, Cytonn Photography)








작가 데뷔 3년 차. 책도 작품도 3질씩 냈지만 아직 남들에게 작품을 보여주기는 껄끄럽습니다. 정확히는 작품의 성적을 보여주기 싫은 거죠. 썩 잘 버는 작가 수준이 아니라, 진짜 못 버는 작가거든요. 지금이야 대학생이라는 일코용 직업이 있으니 괜찮지만, 나중에 가서도 이런 수입으로 전업 작가를 하고 있다고 하면 사람들은 경악할걸요. 그러잖아도 휘청거리는 집안 살림에 장녀가 백수인 채 누워있다고요.



전업 작가의 꿈은 3년째로 접어들면서 슬슬 물러갔습니다. 이제 남은 건 겸업이냐, 작가 일을 포기하느냐. 둘 중 하나지만 답은 이미 정해져 있죠. 글을 포기했다면 굳이 브런치에 들어와 이런 글을 시리즈로 작성하진 않을 테니까요. 야속하게도 저는 아직 글이 좋습니다. 기쁨도 슬픔도 허심탄회한 마음도 전부 글로 풀어낼 수 있다는 점에서요. 세상을 살아가면서 나를 무엇보다 가장 잘 표현해낼 수 있는 게 바로 글이었거든요.



데뷔한 이후로 나에 대한 이야기를 정말 많이 쓰고 말했습니다. 지금 쓰는 것 역시 결국 돌고 돌아 '나'라는 사람이 누구인지를 알리고 있고요. 학교 밖 청소년(자퇴생)이었던 나. 우울증에 걸렸던 나. 작가가 된 나. 가장 유명한 나은진이 되겠다던 그 당돌한 외침은 아직도 현재진행형입니다.



이렇게 나 자체를 말하면 참으로 긍정적인데, 왜 사회에서 대학졸업생이나 청년은 조급하고 부정적인 의미로 받아들여지는 걸까요? 왜 스물 넷에 대학 졸업하고 적어도 스물 여섯에는 취업을 해야하느냔 말이야! (이것도 남성 기준이지, 여성 기준으로는 좀 늦죠.) 제가 1년은 놀고 1년은 워킹홀리데이 다녀왔다가 스물 여덟이나 스물 아홉에 취직할 거라고 말했더니, 친구가 그 나이 신입은 어디서도 안 받아줄 거라고 하더군요.



현실이 참 잔인합니다. 저는 그냥 글이나 쓰면서 살고 싶은데 말이에요. 억만장자가 되겠다, 정치인으로서 우뚝 서겠다 같은 대단한 목표를 세운 것도 아니고 그저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살고 싶다' 라는 목표를 이루는 데에도 버거운 세상입니다.



어릴 적에는 작가가 되고 싶다고 어른들에게 이야기 하면 "글은 나중에 커서 써도 돼." 라고 했는데, 전부 거짓말이었어요! 몸은 컸지만 글을 쓸 여유는 도통 나지 않는 걸요. 직장을 다니면 더더욱 시간이 날 것 같지도 않고요.



이렇게 험난한 세상에서 어른이 된 여러분들은 어떻게 살아가시나요? 후크선장이 되어 여전히 꿈만 꾸는 세상에 갇혀 사는 피터팬을 부러워하는지, 혹은 한심하게 생각하는지 궁금합니다.

이전 04화 대학생의 본분은 놀고 먹기죠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