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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은진 May 04. 2024

정신 상태가 안 좋아졌어요

뉴-단기 상담의 시작, 1회기 전의 이야기








2월, 졸업 후 프리랜서 내지 백수 생활이 시작되었다. 

'취업준비생'이라는 말이 더 알맞을 수도 있겠지만, 

올해는 취업을 생각해 보지 않았기 때문에 백수라는 말이 더 알맞아 보인다.


여전히 글을 쓰고 새 작품을 계약하고, 웹소설 강사 일까지 시작하게 되었지만 

수중에 떨어지는 수익이 현저히 적기 때문일까? 

정기적인 수입을 내지 못하는 나를 '프리랜서 작가'라고 소개하기 부끄럽다. 

설문조사를 할 땐 꾸준히 직업에 프리랜서 항목을 적긴 하지만.



'더는 물러설 수 없어. 취업을 준비해야 해.'

졸업 후 계속 머릿속에 떠다니던 생각들은 더더욱 내 뇌를 잠식하고 나를 좀먹었다.

현실을 알면서도 회피하고자 바깥으로 나가 글을 쓰고 또 닥치는 대로 일을 찾아다니는,

일명 '현실 도피를 위해 갓생 살기' 프로젝트가 또 시작된다.


나는 이 현실 도피형 갓생을 2021년에 시도하고 대가로 정신병을 얻은 전적이 있다.

정확히는 지속된 번아웃으로 인한 무기력증, 그로 인한 정신건강의학과 성실출석.

<우울과 5년째 동거 중입니다> 에세이를 세상에 선보인 게 어느덧 2022년인데,

이제 우울과 무려 7년째 동거를 하고 있네. 웃음이 다 나온다.



3월 한 달 간은 카페 유목민처럼 매일 돌아다니며 글을 썼다.

할당량을 완수하고, 그러지 못한 날에는 스스로를 자책하고,

글과 함께 운동, 생활 습관을 고치고자 노력하며 내가 보기에도 제법 완벽해 보이는 삶을 연출하려고 했다.

휴식 겸 보상을 주고자 너무나 즐겁게 오사카 여행을 다녀오기도 했다.


그렇다면 4월에는? 4월에도 삶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이 청주 안에 있는 수많은 카페들을 탐방하며 커피와 새로운 디저트를 맛보며

내 머리를 짜내어 새로운 글들을 쓰려고 애썼다.

아, 그사이 서포터즈 활동도 시작하고 기자단 활동을 펼치게 되었다.

정기적 수입이 없어지면서 기타 소득을 찾아헤매는 하이에나처럼 말이지.



겉으로는 괜찮아 보이고 꽤 잘 사는 것 같은데? 라는 말이 나오겠지만,

나는 4월 내내 죽을 것 같았다. 죽을 것 같은데 죽지 못하고 죽을 기력도 없는 좀비 상태.

주 5회씩 기계처럼 마감 분량을 준수하며 일상 생활을 영위하는 일이 내게는 왜 이리 어렵게 느껴지는지.


항상 '이것밖에 못하는', '아무것도 안 하는' 나를 채찍질하며 고갈된 에너지를 짜내려 애썼다.

그러니 다시 에너지 제로, 번- 아웃 상태가 올 수 밖에.

에너지를 다시 채우는 일 없이 소진하기만 했으니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그래서 다시 단기 상담을 신청했다. 나를 돌보는 방법을 깨닫기 위해서.

쉬고 싶어도 쉬는 방법을 모르는 나를 위해, 시도 때도 없이 자책하는 나를 막아세우기 위해.

내 안에 고집쟁이처럼 자리잡은 수많은 비합리적 신념을 전환하기 위해.


언제나 즐겁고 행복할 수만은 없고 우울이 나를 좀먹는 때가 찾아올 때,

내 인생의 기분 굴곡이 점점 하향 곡선을 타고 내려가 깊은 수렁에 빠져들 때마다

나는 이 굴레에서 벗어나기 위해 또 발버둥친다. 살아가고자 고개를 쳐들고 호흡한다.

그러니 내가 다시 상담을 받고, 약을 바꾸고, 이런 이야기들을 계속 토해내는 것은

다 나의 방식대로 삶을 살아가기 위함이다.



봄에는 항상 마음이 아픈 사람들이 많이 생긴다.

상담은 5월부터, 라는 말에 3주 간은 다른 방식으로 나를 돌아보았다.

우선 자기 전 두 알씩 먹던 약에 기분을 전환할 수 있는 아침 약을 추가해 네 알을 먹게 되었고,

매일 나의 비합리적 신념을 논박하고 오늘의 나를 칭찬하는 일기를 쓴다.

둘 다 한 달도 채 안 되었지만 도움이 되는 것 같다. 아니, 확실히 도움이 된다.


머지 않은 다음에는 새로운 단기 상담 이야기를 적어야지.

첫 회기 상담을 마친 오늘, 제법 괜찮은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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