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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야 Feb 20. 2024

이방인의 외로움

호수의 이방인 by. 알랭 기로디

호수의 이방인 (2013)

우리는 종종 외로움을 느낀다. 외로움은 타인이 있더라도 생기는 감정의 모순이다. 하지만 외로움을 채울 수 있는 것 또한 타인과 함께 있고 감정을 공유할 때만 가능하다. 그러나 타자의 공유를 얻지 못하는 사람들 혹은 공유받기 어려운 이들도 분명히 존재한다. 그들을 우리는 소수자라고 부른다. 종종 그들은 그들을 이해해 주는 이들과의 만남에서 자신의 외로움을 극복한다. 살아가는 동안에 자신들이 겪어가는 슬픔을 인내하면서 말이다. 다만 외로움 때문에 만날 지라도 그들은 나를 모르는 타인이기에 어떤 누구를 만날지 모른다. 그래서 공포라는 무력감과 경계를 걸친 타인을 대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또한 자신들의 세계가 보통의 인간들에게 공유받고 까발려지는 것을 극도로 꺼려한다. 그것마저 사라진다면 외로움은 결단코 사라지지 않을 테니까. 타인을 마주하는 순간마저 완전히 사라질 것이기 때문이다. 

  

영화 호수의 이방인은 바로 이러한 소수자들의 만남과 공포 외로움 등의 문제를 카메라에 포착한다. 잔잔한 호숫가에서 만남을 즐기는 그들의 세계는 아름답게 느껴진다. 카메라의 여유 있는 워킹으로 다큐멘터리처럼 이어지는 대화의 향연 때문에 지루할 수도 있다. 그러나 영화는 보는 내내 호수의 세계가 어떠한지를 이해시키려고 노력하며 감내한다면 감정을 전달받을 수 있다. 그러나 어떤 이는 이런 질문을 던질 수 있다. 왜 우리가 남성을 사랑하는 이들의 세계를 인식해야 하느냐? 우리는 보편적인 인종으로서 삶을 영유하고 있는데 우리가 알아야 할 이유는 없다.라는 편견 아닌 편견으로 바라볼 수 있다. 하지만 영화를 지켜보면 이런 생각이 들게 된다. 우리가 동성애자들의 시선을 이해할 이유는 없다. 

  

단지 내가 영화에서 말하고 싶은 것은 동성애자들의 세계에서 타인과의 마주함으로 욕망을 해결하고, 외로움을 극복하려는 태도를 보인다. 그들도 보편적인 감정을 이해하고 있으며 누구나 똑같이 외로움을 겪고 있다는 점을 말이다. 그러면 왜 하필 남성을 사랑하는 ‘게이’라는 소재를 사용했는지를 생각해 본다. 감독이 동성애 자라서는 너무 식상하다. 소재가 특별해서라고 하면 차별적이다. 나는 감독의 성향적인 이야기도 있겠지만 덧붙여서 말한다면 타인을 쉽게 만날 수 없는 이들의 고립된 세계의 슬픔이 일반적인 외로움보다 더 깊게 파일 수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발기하는 인간의 숙명은 감정이 아닌 본능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발화되는 인간의 시점은 본능이 아니라 응어리진 감정을 함축시키지 못하고 피어오를 때 일어난다. 그 점에서 영화는 발기하면서도, 발화된 인간의 표상을 호수에 찾아오는 이름 모를 그들의 세계를 관찰하며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영화가 그렇게 감정과 만남 소비되는 타인에 대한 감정에만 집중하면 걸작이라는 평가를 받지 못할 것이었다. 영화는 긴 터널을 지나 설국에 다다르는 것처럼 긴 초반부의 반복되는 호수에서의 표현이 갑작스럽게 변해버린다. 잔잔했던 인간의 표상은 어느새 타인을 향한 공포로 변질했다. 호수의 평화는 사라지고 얼어붙은 현장으로 자리한다. 감독은 갑자기 왜 이러한 사건을 넣고, 영화에서 그토록 유명한 20분을 삽입하였을까? 아마도 그저 바라보는 타인으로는 부족했을지도 모른다. 

 

만약 이야기가 그렇게 끝난다면 이것은 동성애자들의 욕망에 대한 퀴어 영화로 끝을 맺고 미완이 되었을 것이다. 영화는 보편적인 타인에게 호소해야 한다. 보편적인 타인에게 동성애자의 슬픔을 알리는 것이 아니라 만남과 비극 외로움이라는 공포에 대해 전율이 오게 만들어야 한다. 그래서 감독은 마지막 엔딩으로서 그 의미를 완성시킨다. 결국 누군가에게 느끼는 공포마저 잊어버릴 만큼 밀려오는 지독한 외로움. 그것은 사교로서는 이룰 수 없는 허공 속에 빚이라고 생각한다. 감독은 그 순간 모든 것을 정적으로 만들었다. 그리고 영화를 본 모든 관객들에게 영화의 본질을 알려준다. 나 또한 극장에서 보고 나온 뒤에 여운은 동성애자들의 욕망이 아닌 어두운 극장을 나와 느껴지던 외로움의 파도가 나를 덮칠 것이라는 공포감에 괜스레 힘들어했던 기억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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