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루가메 이노쿠마 미술관
프랑스의 건축가 르코르뷔지에는 현대적인 건축방식을 처음으로 도입한 최초의 건축가로 알려져 있다. 특히 그가 유명해질 수 있게 된 건축 ‘빌라 사보아’는 현재까지도 프랑스를 비롯한 세계의 주목을 받는 현대건축기법으로 알려졌다. 그가 시도한 건축 방식이 무엇이 특별할까 생각해 본다면 바로 콘크리트와 철근을 이용한 건축이기 때문이다. 다만 콘크리트라는 재료는 이미 로마시대부터 꾸준히 사용되었다. 다리, 주택, 도로 등에도 콘크리트는 쓰였다. 그만큼 흔하고 값싼 건축 재료인데 무엇이 특별할까?라는 질문은 참 쉽고도 어렵다. 왜냐하면 콘크리트와 철근으로 시작된 건축양식은 현대의 시스템의 완성품으로 자리매김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아파트, 시청을 포함한 관공서, 미술관과 박물관 등의 여러 건축에서 콘크리트는 무한하게 사용된다. 그만큼 콘크리트와 철근의 사용범주로 인해 건축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현대사회를 살고 있다. 그만큼 우리 사회의 편의성과 간편함이 증대되었다. 하지만 현대의 시스템의 중요한 재료라도 건축물에 사용된 콘크리트를 보여주지 않는다. 오히려 건축에 페인트를 바르거나 벽돌을 사용하여 감추는 등의 미적인 감각이 돋보이는 양식과 스타일을 도시는 추구한다. 그래서 콘크리트의 형태를 꺼리는 분위기도 자주 보인다.
하지만 콘크리트를 모두 노출시켜 건물을 쌓아 올린 유명 건축가들의 진보적인 시도가 있었다. 이름하여 노출 콘크리트의 양식은 건축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된다. 이러한 분야에서 가장 먼저 떠올리는 인물이 있다. 바로일본의 건축가 안도 타다오이다. 나도 그분의 건축 양식과 스타일 신념을 존중하며, 이러한 양식에 감탄하고는 한다. 하지만 이번에는 잠시 알려진 노출 콘크리트 건축을 뒤로 미룬다. 대신에 그와 비슷한 형식의 콘크리트 기법을 사용한 건축 세계를 다루고 싶기 때문이다. 바로 건축가 다니구치 요시오의 건축의 정면과 후면 측면을 사방을 바라보며 이야기한다면 또 다른 점이 보인다.
다니구치 요시오 건축가는 안도 타다오와 마찬가지로 노출 콘크리트 형식으로 건축을 지어낸 일본의 거장 중에 한 명이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도쿄의 ‘긴자 식스’를 비롯한 일본과 미국 등의 많은 건축을 시도 설계한 인물이다. 그의 건축에 대부분은 노출 콘크리트를 이용하였다. 그중에서도 나는 이번에 ‘마루가메 이노쿠마 미술관’을 보고 왔다. 미술관의 외부 질감은 콘크리트로 인해 투박해 보인다. 그러나 내부의 형태는 외부와 달리 모양을 새로이 만든다. 바로 대칭과 비대칭을 이용하였고, 표현적인 방식은 절제적인 타입이지만 빛을 통과시키는 건축을 욕심낸다. 마치 공간의 외부와 내부가 다른 형태로 건축의 새로운 시선을 만든다.
마루가메 역 입구에 바로 보이는 노출 콘크리트로 만들어진 정사각형 건물이 서있다. 막상 처음 보면 이게 미술관인지 모르겠는 대형 조각품들의 나열처럼 보인다. 하지만 건축인 것을 알게 되면 미술관은 정사각형의 노출 콘크리트에 감싸진 상자 같다. 마치 조각을 장난감 상자처럼 담아낸 순수한 기법처럼 보였다. 이러한 점이 우리가 알고 있는 딱딱한 미술관답지 않아서 신선했다. 그리고 미술관을 향해 점차 걸어갈수록 거대해 보이는 상자 같은 건축은 오히려 단순한 느낌과는 달랐다. 세밀하게 빛이 공간 안으로 들어오게 만든다. 빛이 투영된 곳은 조각상을 더욱 빛나게 하여 조명처럼 만든다. 그림자가 조각을 어둡게 보이지 않게 하려는 의도라고 생각된다. 그렇게 외부로부터 미술관의 내부까지 빛이 품어 들어오게 하여 건축의 의미를 발현시킨다.
특히 미술관의 첫 시작은 상자 같은 공간으로 들어가면서 지상으로 올라가게 만든다. 첫 시작은 아래에서 자연스레 위를 쳐다보게 만든다. 그리고 계단을 따라 그림을 보며 위로 향해 올라가는 과정에서 설치된 간접등과 외부를 일정 부분 노출시켜 끌어들인 자연광이 빛을 화사하게 만들었다. 그렇게 최상층까지 미술품이 가득한 곳에서 올라갈 때마다 빛은 다양한 시선을 만든다. 그렇게 공간의 다양한 관점을 볼 수 있도록 유도하였다. 동시에 사방의 공간이 오픈되었지만 각기 다른 형식의 방처럼 구분 짓게 만든다. 그렇게 공간의 끝에서 끝으로 걸어 나가 다시 출구로 나간다. 이러한 표현은 결국 건축의 핵심은 빛이라는 점을 강조한 것 같다. 절제하였지만 빛을 통해 공간은 가득 채워진다. 그렇게 내가 공간을 걷는 동안에 느껴지는 의미가 남달랐다.
노출 콘크리트라는 흉물처럼 보일 법한 건축양식에 건축의 미학을 발휘한 점에서 최고라고 생각한다. 그 뒤에도 다니구치 요시오 건축가의 노출 콘크리트 건축을 보러 갔을 때도 느꼈던 점이 있다. 빛과 대칭 그리고 절제라는 태도를 건축에 담아낸 신념을 엿볼 수 있었다. 물론 그런 것이 건축가의 의도가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나의 시선에서는 그렇게 보인다. 특히 마루가메 이노쿠마 미술관과 똑같이 노출콘크리트로 지어진 세토대교 공원에서 우뚝 서있던 ‘히가시야마 카이 미술관’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그래서일까 내가 다니구치 요시오라는 건축가가 생각하는 의미를 인식한 것인지는 모르겠다. 그래도 이번에는 얻어간 것이 있다면 노출 콘크리트가 가진 건축적인 지표를 새롭게 인식했다는 점을 글로써 남기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