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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기 Sep 27. 2021

호주 시골, '불멍'은 이렇다.

본 파이어를 아시나요?

이웃집에서 고기를 구워 먹자는 연락이 왔다. 이맘 즈음이면 농가에서는 잡동사니나 너절한 나무들을 모아놓고 크게 한번 태워 농장 주변을 말끔히 정리하는데, 건조하고 더운 한여름에 자주 일어나는 산불을 예방하기 위한 것이다.  


그리고 기왕에 크게 불을 내는 김에 (이름하여 본 파이어 Bonfire-캠프 파이어보다 100배, 1000배쯤 크다. 때로는 산을 하나 태우기도 한다.^^) 가족이며 주변인들을 불러 고기도 구워 먹으며 밤늦도록 놀곤 한다. 그래서 우리 집에서 30분이나 더 들어가는 깊숙한 어드매로, 천지사방이 초원뿐인 그녀의 농장으로 갔다. 멜번에서 온 주인장의 형제 가족부터 옆 마을의 사촌이며 초등학교 동창 가족까지 꽤 많은 이들이 모였다.


고기며 샐러드는 각자 알아서 챙겨온다. 양고기 소고기 닭고기 소세지. 온갖 육류를 구워서 다같이 먹었다.
의자와 탁자도, 접시와 포크도 각자 들고 온다. 그래서 주최 측은 여러 가지로 노동의 부담을 던다. 다 같이 일하고 다 같이 논다.


고기가 익는 동안 아이들은 놀기 바쁘다. 남자 애건 여자 애건 뛰고 구르고 기다 보면 아이들의 옷은 엉망이 되고 무릎은 붉게 까져 있다. 꽤 쓰릴 텐데, 불평하는 애들도 없다. 노는데 정신이 팔려 아픈 것도 모른다.

놀다가 쉬다가 먹다가...

불은 잘 탔다. 이런 저런 나무 몇그루, 오래된 육인용 소파 한 셋트, 매트리스 몇개도 있었던 것 같고.

불이 한참 타오르는데 토끼 몇 마리가 불 속에서 뛰쳐나왔다. 토끼굴이 그 밑에 있었었나 보다. 어떤 토끼는 잽싸게 빠져나와 도망갔고 어떤 토끼는 화재에 정신이 빠졌는지 향방 없이 안팎으로 뛰다가 불 속으로 사라졌다. 토끼를 도와주려고 해도 불이 너무 커서 다가갈 수 없고 소리를 쳐봐야 토끼 정신만 더 혼미하게 하는 것이 될 것이고... 호랑이굴에서도 정신만 바짝 차리면 된다 하거늘, 안타까웠다.

저녁도 먹고 불도 좀 사그라들면, 불 주위에 둘러앉거나 서서 맥주를 한잔 하거나 디저트를 먹으며 두런두런 얘기를 나눈다. 처음 보는 사람과도 편한 대화가 이어지는 분위기다. 그러다가 아이들은 기다란 막대기를 주변에서 하나씩 찾아 와 매쉬 맬로우를 구워 먹는다. 2센티 지름의 그것을 구워 먹자고 2 미터가 넘는 장대를 들이민다. 불이 크고 뜨거워서 이럴 수밖에 없다.

누군가 포일에 싼 반죽을 약한 불 위에 얹어 댐퍼(스콘과 비슷한 담백한 맛의 빵)를 구웠다. 갓 구워낸 댐퍼에 버터와 꿀을 발라 먹으면 입에 쩍 달라붙는다. 


그렇게 밤늦도록 달을 보고 별자리를 찾다가, 작은 화약을 태우며 불꽃놀이도 하고 얘기도 나누며 따뜻한 불을 즐기고, 때로는 조용히 불멍을 하면서 인생의 어느 한 밤을 즐기는 것이다.( 2012/11/14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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