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날 바다를 건너며 하는 생각들.
소렌토와 바다 건너 퀸즈 클리프(Queenscliff)를 잇는 페리가 있다. 1시간 남짓 거리인데 매시간마다 두 척의 페리가 교대로 오간다. 여름엔 바닷가로 놀러 온 관광객으로 미어터지지만 요즘 같은 비수기엔 은퇴한 노인 부부들이 잠깐 페리를 타고 건너 마을에서 점심을 먹고 돌아오거나 몇몇 젊은이들이 자전거를 싣고 여행을 하거나 하는 정도이다. 듣기로는 메일 페리에 차를 싣고 건너 마을로 출퇴근하는 이들도 있단다.
바다 건너에 몇 가지 볼 일이 있어 일찌감치 페리 예약을 해두었는데 약속 하나를 취소하게 되었고 날씨도 좋지 않다 하여 그냥 가지 말까 고민을 아침까지도 했다.
그런데, 한동안 잠잠했던 코로나가 다시 수면으로 떠올랐고 다시 락다운이 실행될 거란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사실 올해 들어 멜번은 확진자가 제로에 가까웠고 마스크로부터 해방이 되었으며 지난 몇 달간 모든 일상이 회복되었었다. 정말 끝날 때까진 끝난 게 아니구나...
난 무조건 배를 타기로 했다.
비가 내리고 파도가 출렁였지만 코로나에 일상이 휘둘리고 한 발씩 물러서는 게 싫었던 것도 이유였겠다.
페리 코너에 있는 매점에서 따뜻한 파이와 커피를 사서 간단히 요기를 하며 창 밖을 보자니 나름 여행 기분도 나고 즐거워졌다. 비록 한 시간이지만 바다를 건너니 해외여행인 거다.
레스토랑 카페 작은 호텔 골동품 가게 등등.. 나름 관광지이지만 지금은 조용하기만 하다.
그래도 볼 일을 본 뒤 잠시 마을을 걷고 몇몇 가게를 돌아보자니 먼 곳을 떠나 온 듯 여행 기분이 든다.
시간 여유가 있었더라면 해양 박물관도 둘러보고 카페에도 잠시 앉아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서둘러 다시 항구로 걸어왔다.
다시 배에 오르니 오락가락하던 비가 본격적으로 내리친다. 창가에 맺혔다가 미끄러져 떨어지는 빗방울이 아름답다. 평생 물방울만 그렸다는 화백이 잠시 떠올랐다. 생일을 맞은 한국의 친구에게 카톡으로 사진 선물을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