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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기 Aug 22. 2023

유럽 '명차'들의 이색 마케팅 전략은?

파리 샹젤리제 명차 매장에서 출산장려법을 궁리하다.

세계 럭셔리 브랜드의 총집합소라 할 수 있는 파리의 샹젤리제 거리엔 세계 각국의 명차 대리점도 빠짐없이 자리 잡고 있다. 나는 차에 별 관심이 없고(칼라와 디자인만 본다.) 더불어 명차에도 심드렁한 편인데, 이번 여행중 샹젤리제 거리의 거의 모든 명차 매장을 드나든 이유는 차를 사려던 건 아니고, 아들 때문이었다.

6살, 한참 차 좋아할 나이 아닌가.

또 다른 이유는 놀랍게도 이들 매장들이 하나같이 가족 친화적 분위기(Family friendly)라 코흘리개 아이를 데리고도 부담 없이 드나들 수 있었다는 것. 


언제부터 그런 건진 모르겠지만, 혹은 특정 기간 무슨 이벤트 때문에 그런 건지도 모르겠지만, 모든 매장들이  가족과 아이들 놀이터로 활짝 열려 있었다. 모터쇼도 아닌 개별 매장인데, 차 앞에서 폼 잡고 사진 찍는 건 기본이라 점원들이 즉석카메라로 사진을 찍어 주기도 하고 차를 탑승해 볼 수도 있었다. 아들이 차를 타봐도 되냐고 물어보니 매장 직원이 "차키도 줄까?" 농담을 해서 다 같이 웃었다. 로고가 들어간 아이들용 홍보 책자와 색연필 풍선을 나눠주고 스낵을 주기도 했다. 


이건 도요타 매장. 차 모양으로 디자인된 테이블에 아이들이 앉아서 차를 디자인하고 색칠한다.
유럽엔 놀랍도록 작고 앙증맞은 소형차가 많다. 전기차도 호주보다 많이 상용화 된 듯했다.  오히려 땅 좁은 한국이나 싱가포르엔 대형차들이 즐비한 느낌이다.

매장 테이블에 앉아 마음대로 차 디자인도 하고 색칠도 하고 벽에 떡하니 게시하기도 하니 여기가 차 매장이 맞나 싶었다.

맥도널드도 아니고, 이렇게 아이들을 환영하면 일도 많지 않겠는가. 새 차에 더러운 손으로 지문 찍고 음식도 질질 흘리고 상처도 잘 남기는 게 그들인데 어쩌자고 이렇게 환대하는지. 미래의 잠재고객을 위한 투자라고 하기엔 좀 시간이 걸리지 않겠나 생각도 들었다가 긴 안목으로 보자면 그 시간은 아주 빨리 흐르는 거라고 짐작도 해봤다. 

어쨌든 주말이라 그런 건지 방학인 건지 가족 단위의 구경꾼들이 매장마다 한가득했다. 새 차에 왁스 바르고 조명 뿌리며 비싼 차라고 무게 잡을 수 있는데, '애들은 가라'며 방문객 기죽이는 곳은 한 군데도 없었다. 

또 자동차 브랜드마다 자신의 이미지를 담은 기타의 상품들을 많이 개발하고 있다는 것도 이번에 알았다.

의류나 가방 열쇠고리 미니카등의 액세서리는 물론 커피머신이나 믹서기 같은 주방 용품까지 판매했다.


르노 매장의 컴퓨터 시뮬레이션 게임. 차를 디자인 변경도 해보고 색상도 선택해본다.
밀라노에서 방문했던 포르쉐 매장도 가족들과 구경 온 아이들로 3-4층으로 된 매장이 복잡했다.점원들 매우 친절.

포르셰는 지하 한 층을 아예 아이들 용품으로 꽉 채웠다. 유모차 카시트 유아용 자전거는 기본이다. 가격은 한국의 수입가처럼 터무니없이 비싸지는 않고 일반 브랜드 가격쯤이었다.

명차 회사들이 이렇게도 아이들에게 친절하며 가족친화적으로 매장을 관리한다는 사실을 이번 유럽 여행에서 처음 알았고 놀랐고 즐거웠다. 자동차 매장을 놀이공원화하면 놀 곳 없는 도시의 아이들이 즐겁게 놀 수 있어 좋고 기업 차원에서는 별다른 투자 없이 이익사회환원이란 기치를 높일 수 있고 아이들을 데려온 부모들은 브랜드에 호감을 느껴 영업이 증대되기도 할 것이고 아이를 키우는 게 즐겁다 느끼며 출산이 장려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너무 나갔나? (2013/10/14 씀)


10년이 지난 지금 적어보는 몇 가지 소회들.


1. 이러려고 샹젤리제를 간 건 아니었다. 기억은 안 나지만 분명 다른 계획이 있었는데 아들 손에 끌려 다니다 엉뚱하게 하루를 보낸 날이었을게다. 여행엔 예상치 않은, 즉흥적인 무언가가 끼어들기 마련이다. 

그래도 아이 덕분에 새로운 경험을 했으니 가족여행의 묘미가 이런 것 아닐까. 아이도 어둡고 지루할 수도 있는 교회며 미술관이며 엄마의 취향을 존중하며 따라다닌 날도 많을 테니.


2. 이때만 해도 모터쇼에서 신차를 공개할 때면 젊은 여자들이 몸매를 드러내며 차 위에 기어 올라가거나 눕거나 했었다. (지금도 그러나?) 또 럭셔리카라고 힘 잔뜩 주며 타는 사람들도 많지 않은가. 그래서였는지 여성존중 아이존중 인간 본연의 자연스러운 삶에 초점을 맞춘 유럽의 명차 매장들 모습이 무척 새롭게 다가왔고 그 번잡했던 풍경들이 오히려 인간답고 세련됐다고 느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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