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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말라위, 교회 풍경이 놀라워.

지붕 없는 건물이 많은 이유는?

by 몽기

말라위 선교 여행의 첫 목적은 그들의 언어인 치추아어로 번역된 성경을 낙후된 지역의 교인들에게 직접 전달하는 것이었다. 매주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여 16명이 4팀으로 혹은 2명씩 8팀으로 나뉘어 가능한 많은 교회를 방문하려고 애썼다.

나무통과 깡통으로 만든 드럼 사운드가 놀랍다.

교회는 건물부터 상상을 초월했다. 창문이며 문이 없는 곳도 많았고 지붕이 없어 천정이 뻥 뚫린 곳도 흔했다. 도대체 이게 공사 중인 건물인지 무너져 내리는 폐허인지 구분이 안되는데 사람들은 태평스럽게 들판에 흩어져 앉아있다가 우리 일행이 도착하면 하나둘씩 일어나 교회 안으로 모이거나 혹은 환영송을 부르며 격하게 즐거움을 표하기도 했다.

벽돌은 언덕의 진흙을 끌어모아 반죽해서 구우면 그럭저럭 만들 수 있나 보다. 그러니 조금 열심히 일하면 벽을 쌓아 올리는 것은 가능하다. 하지만 지붕을 올린다는 것은 값비싼 건축자재가 필요하고 기술자를 불러야 하는데 그 기금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으니 벽만 허술하게 세워놓은 채 몇 년을 흘려보내는 것이리라.



온 국민의 70% 이상이 기독교인이니 교회가 수적으로도 많았고 교회마다 2-3백 명의 교인들이 흔하게 모였으며 젊은이들과 어린아이들이 많은 것도 인상적이었다.

남녀가 좌우로 나뉘어 따로 앉았고 타고 온 자전거를 교회 안에 세워두었다. 줄 끊어진 기타, 나무와 깡통으로 만든 드럼세트를 보고 어이가 없었는데 나중에 그들의 탁월한 연주 실력에 충격을 받기도 했다. 예배시간엔 여러 합창단이 아카펠라로 리더의 선창에 따라 찬양을 불렀는데 모두들 어찌 그리 찬양을 잘하는지 기가 막힐 정도였다.

사람들은 몇 개 안 되는 옷 중에 가장 좋은 것을 입고 교회에 온다 했다. 그래서인지 나름 색색이 화려하고 단정한 모습이었다. 그러나 허술한 신발을 끌고 5-10킬로를 걸어오는 경우도 많다니 놀랍기도 하고 마음이 아프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주일날 예배는 4시간 동안 이어지는 곳들도 있었다. 일찍 오는 이들은 새벽같이 오고 또 먼 곳에서 오는 이들은 중간중간 도착하기도 하고, 간만에 만났으니 이일 저일 하루 종일 다 하고 헤어지는 거다. 그들은 신이 나서 주일날 모이지만 그 모습이 짠하기도 하고 놀랍기도 했다.

말라위 전통의상을 입고 아이들과 성경이야기를 나누었다.

기대수명이 짧고 출산율이 높은 나라인 만큼 10대 후반에 결혼하는 젊은이들은 여러 자녀를 낳았다. 모자실이 따로 있는 것도 아닌데 아이들이 긴 예배시간 동안 조용히 잘 앉아있어 놀랐다. 아기들조차 거의 울지 않는데 그건 엄마들이 바로바로 모유를 수유하기 때문인 듯했다. 근데 아장아장 걷는 아기들 조차 조용히 주변을 어슬렁 거리는 정도이지 크게 울거나 떼쓰는 경우를 못 봤다. 부모들이 엄하거나 따로 단속을 하는 것도 아닌데 무슨 특별한 육아법이 있는 건지, 울어봐야 배만 고파질 뿐 나올 게 없다는 것을 아는 건지..

여인들이 리듬감있게 춤을 추며 찬양하는 모습.

천장이 없는 교회는 가구를 들이기도 어렵다. 맨바닥에 앉는 경우도 있고 시멘트나 목재 의자를 구해놓은 경우도 있고 긴 의자를 이고 오는 이들도 있다. 그런데 놀라운 건 아무리 흉흉하고 무너져 내리는 곳이라 할지라도 사람들이 모여들어와 앉으면 생기가 돌기 시작해 활기가 차오르며 하나의 교회로 번듯하게 세워져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교인들은 뙤약볕 아래서 우리 일행을 한두 시간 기다리는 일도 많았다. 우리가 늦은 게 아니라 첫 교회에서 시간을 지키지 않고 미루어지다 보니 다음 방문 교회 그다음 교회가 계속해서 지연되는 거였다. 그런데 또 그렇게 늦어도 누구 하나 불평도 안 하고 우리 측도 크게 미안해하며 설명도 하지 않았다.

한 번은 주일 예배를 아침 7시에 시작한다 하여 첫새벽부터 준비해서 갔는데 폐허 같은 교회에 아무도 없었다. 주소를 확인하고 시간을 재확인하고 걱정을 하는데 40분쯤 뒤 태연하게 목사님이 나타났다. '오늘 마을에 장례식이 있어서 사람들이 늦을 거예요.'

핸드폰도 없고 집전화도 없으니 연락을 하기도 어려운데 정작 마을 사람들은 어떤 비상 연락 시스템으로 다들 알음알음 듣고 장례식도 가고 교회도 늦게 오는 것이다. 기다리다 보니 사람들이 한둘 오기 시작했고 예배가 끝날 때 즈음엔 3백 명이 넘는 사람이 교회를 채웠다.

시간 개념이 다른 사람들이다. 아프리카는 그런가 보다.

어느 날인가, 산꼭대기의 어느 교회를 갔다. 운전은 험난했다. 이 높은 곳에 마을이 있고 사람이 산다는 것이 놀라울 지경이었다. 마지막 교회여서 시간도 많이 지체되었었다. 여느 교회에서처럼 사람들은 성경 한 권을 손에 쥘 때마다 감격해했다. 가난한 그들이 작은 급여로는 살 수 없는 성경책이다. 교회를 통틀어 성경 한 권이 없는 곳도 많았는데, 자기 언어로 쓰인 성경을 손안에 놓고 언제든 읽을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설레고 감사한 일인가.

우리는 '어떻게 성경을 읽을 것인가'를 주제로 작은 세미나도 하고 여타의 선물도 전달하고 예배를 마쳤다. 그런데 길을 나서는 우리에게 교인들이 우리 교회가 아름답지 않냐며 해지는 것을 보고 가라고 손을 끌었다. 그때 무심코 내려다본 산 아래 자락이, 붉고 노랗게 넘어가는 석양이, 저 멀리서 유유히 흐르는 강물 줄기가 너무도 아름다웠다. '아! 이 달동네 사람들은 다행히도 이런 멋진 풍경을 누리며 사는구나.'

그때 문득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이 방문이 마지막이 아닐 수도 있겠다. 이 석양을 다시 볼지도 모르겠다. 이 교회에 지붕을 올리려면 무엇을 해야 할까....

그들이 차려놓은 저녁상을 받고 내려오는 길은 여전히 험난했다. 그러니까 이날 밤 타이어가 터진 것이었다. 아무것도 모른 채 숙소에 도착했다가 다음 날 아침에서야 발견하고 놀랐으니 이 또한 감사한 일이다.

두서없이 늘어놓았다. 3주간 44개의 교회를 방문하고 5천 명을 직접 만났으니 그 많은 이야기를 다 정리하기가 어렵다. 그런데 사진을 볼 때마다 기억을 더듬을 때마다 만났던 영혼들이 소중하게 떠오른다. 어쩌면 우리의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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