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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기 Aug 06. 2021

호주,'농장 개' 자격증 시험장은 이렇다.

특수훈련받는보더콜리 이야기.

지난 주말, 스킵튼 축구장에서는 Farm Dog Trial이 열렸다. 농장 개들의 양 다루는 능력을 테스트하면서 일종의 자격증을 내주는 시험장이다. 호주 농장의 규모는 수백 에이커에 달할 만큼 규모가 큰 경우가 많은데, 그곳에서 수천 마리의 양을 치려면, 특수훈련받은 농장 개의 도움은 필수적이다.   

양들이 트럭에서 내려오는 모습.

양을 치는 농장 안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형태의 작업을 검증하기 위해 모의로 여러 울타리를 설치해 놨다.

양들은 트럭에서 내려 좁은 통로를 거쳐 큰 울타리로 자리를 옮겼다가 그 옆의 작은 울타리로 이동해서 조용히 기다리기도 하고 몇 개의 문을 거쳐 각기 다른 울타리들을 이동하다가 최종적으로 트럭으로 다시 올라가야 하는데, 농장 개가 주인의 명령에 따라 적절하게 양들을 몰아야 한다.   

마을 사람들과 관계자들이 모였다. 천막 아래엔 이들의 실력을 냉정하게 평가하는 심사관들이 앉아 있다. 출전 개들을 호명하고 알람종을 울리면 시험이 시작된다.   

농장 개로 인기 있는 품종이 몇몇 있다는데, 명석하고 민첩하며 에너지가 넘친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 날은 보더 콜리가 주종을 이루었다.  

큰 울타리 안에서는 양무리를 흩어지지 않도록 한 그룹으로 모으면서 특정 방향으로 몰고 다녀야 한다. 

그런데 지켜보면 개들마다 개성이 달라서인지 시험을 치르는 모습도 사뭇 다르다. 침착하고 민첩하게 스스슥 일을 해치우는 노련한 개도 있고 발랄하게 깡총대며 에너지를 발산하는 개도 있다. 비슷한 개인 줄 알았는데 어쩜 이리도 성격과 개성과 일하는 스타일이 다른 건지 놀랍다.    

작은 울타리에 양을 몰아 넣는 모습.
양들은 유순해서인지 덩치가 크면서도 개 한마리에 쩔쩔매고 필사적으로 도망다닌다.
어느 대목에서는 개가 양들의 등을 올라타 옮겨 다니며 그들을 위압하면서 진정시키기도 한다.
주인이 명한 임무를 마치면, 조용히 옆으로 다가와 다음 명령을 차분하게 기다린다.

이런 시험을 통과해서 자격증을 받으면 농장 개의 몸값은 천만 원을 훌쩍 넘도록 치솟는단다. 하긴 잘 훈련받은 개 한 마리가 농장 안에서 몇 사람 이상의 몫을 거뜬히 해낸다. 옆집 농장주의 말을 따르면 자기네는 집에서 직접 훈련을 시켜서 농장일을 시키는데, 훈련을 덜 받은 만큼, 주인이 명령을 몇 번씩 반복해야 할 때도 있고, 같이 뛰어다녀야 하는 경우도 많단다. 그런데, 이런 시험장에 출전한 수준의 개들은 전문적인 훈련을 받은 선수급이라 주인은 그저 서서 조용하게 명령을 던지고 울타리 문이나 열고 닫으면 그만이라는 것이다. 잘 훈련받은 개들은 주인의 속삭이는 명령 조차도 다 알아듣고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정확하고 민첩하게 임무를 완수하며 자기보다 몸집이 큰 양 수 백 마리를 제 맘대로 호령하고 다룬다. 그리고는 조용히 주인 옆으로 덜아와 다음 명령을 기다린다.    

그러니 농장 개를 잘 교육시켜 선수로 육성시킨 뒤, 몸값을 불려 현장에 공급하는 비즈니스도 성장할 수밖에 없다. 많은 이들이 개 사육과 훈련에 매달린다. 이런 광경이 처음인 나로서는 '이런 세상도 있구나' 하며 구경했다.   

한편에서는 이 지역 특산물인 양털 부츠나, 와인 인형 등을 판매하기도 하고 '짚단으로 양 꾸미기' 가족 경연 대회도 열렸다. 이 동네에 사는 가족들이 참여하여 저마다의 아이디어로 양을 만들었는데, 호주는 어느 행사를 가도 가족들이 참여하여 즐길 수 있는 코너가 따로 마련되어 있어, 큰돈을 들이지 않고도 다양한 활동과 체험을 할 수가 있다.

이 날의 우승가족. 애 너댓은 기본으론 낳는 스킵튼 농장의 보통 가족들. 첫째의 출산휴가가 끝날 무렵 다음 아기를 임신하는 전략을 쓰며(?) 몇 년째 출산 휴가 중인 엄마. 그러면서도 법으로 정한 기본 일수만큼은 꾸준히 일을 해 물리치료사라는 자격과 경력을 유지하고 언제든 직장으로 복귀할 수도 있다.

이런 이벤트는 시험을 치른다는 실리를 챙김과 동시에 시골 마을 사람들을 불러 모아 가족들에게 주말 놀거리를 제공도 하니 일거양득이라 하겠다. (2014년 4월 13일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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