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의 욕심과 타협하기
"학문적으로나 개인적으로나 흥미진진한 삶을 살고 있는 그에게 비결을 묻자 '타협'이라는 한마디가 돌아왔다. 그때부터 타협은 내 인생 전략이 되었다. 이 책 역시 수많은 타협을 거친 끝에 세상에 나올 수 있었다. "
임소연, <신비롭지 않은 여자들>, 민음사
새빨간 바탕색, 그 중앙에 다시 또 새빨간 립스틱이 그려진 도발적인 표지의 책 <신비롭지 않은 여자들>은 언뜻 보면 전혀 어울리지 않아 보이는 페미니즘과 과학을 함께 이야기하는 책이다. 남성 중심의 과학사, 생물학적인 성차라 믿어왔던 것들이 사실 얼마나 비과학적이었는지를 꼬집고, 여성을 신비롭게 보는 무지에서 벗어나 자연과 인간이 조화롭게 사는 세상을 꿈꾸는 에코페미니즘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이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여성으로서, 또 딸 둘을 키우는 엄마로서 참 의미 있는 책이었지만, 내가 이 책에서 가장 꽂힌 문장은 맨 뒤 '감사의 말'에 나오는 바로 저 부분이었다. 흥미진진한 삶을 만드는 '타협'. 전혀 몰랐던 단어를 새로 알게 된 것 같은 깨달음이 오는 문장이었다.
타협 妥協
명사_ 어떤 일을 서로 양보하여 협의함. <표준국어대사전>
그동안 내 안의 '타협'은 얼마나 억울했을까? 가지고 있는 뜻에는 전혀 부정적인 의미가 내포되어있지 않은데도 나는 '타협'이란 단어를 싫어했다. '비겁'과 유의어쯤으로 취급했다. 원하는 것, 말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목소리를 내고 이겨야 한다고 생각했고, 이길 수 없는 상태라면 아예 붙지 않거나, 포기한 상태로 마주하곤 했다. '타협'은 비겁한 일이니 그럴 수는 없다고 여겼다. 세상 모든 일이 '승'과 '패'로 나뉠 뿐이지 '타협' 같은 어정쩡한 건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이다.
이제야 타협이라는 말이 가진 아름다움을 조금 깨달았다. 그동안 내가 타협하지 못해 망치고 놓쳐버린 일들이 얼마나 많았던가. 괜한 고집을 부리며 내 마음대로 하다 그르치거나 함께 할 사람을 잃었던 일.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며 아무것도 해보지 않고 포기했던 일들이 켜켜이 후회로 남아있다. 그때 타협할 줄 알았다면, 내 삶이 지금보다 훨씬 흥미진진해졌을지도 모른다.
이기고 지는 것만 남지 않는 '서로 양보하여 협의'하는 일의 아름다움. 타인과 뿐만 아니라 내 안의 여러 욕심들과도 잘 타협해야 한다. 상황이 이렇다고 핑계 대며 도망치치 않고, 어떻게든 할 수 있는 방향을 찾기 위해 잘 타협하는 삶을 살아야겠다. 흥미진진한 삶을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