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색달해수욕장과 객깟주상절리대를 들려 남쪽 해안도로를 일주하기로 했다. 새벽에 중문 색달해수욕장을 찾았다. 앙증맞은 해수욕장이었다. 이른 아침부터 파도 서핑을 즐기는 이들이 있었다. 그들은 멋지게 파도 위에 올라타 서핑의 유희를 즐기고 있었다.
객깟주상절리대를 방면으로 향했다. 제주도 방언으로 객은 바다라는 뜻이고 깟은 끄트머리라는 뜻이라고 토박이가 알려주었다. 내가 찾은 제주도 새벽의 바다는 적요하다. 새벽 여명의 균질한 빛이 바다를 더 짙고 깊게 드러낸다. 제주는 보이는 것이 모두 다 비경이다.
인적이 없는 곳에 도르래가 보인다. 무엇인가 곰곰이 유추했다.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해녀들이 물질해서 잡은 해산물을 실어 나르는 운반 도구였다. 저 도르래가 없었다면 해녀는 소라같이 무거운 해산물을 머리에 이고 쉼 없이 벼랑을 올라야 했을 것이다.
아침에 송악도서관에 갔다. 컴퓨터의 속도도 빨랐고 글쓰기에 불편함이 전연 없었다. 5시간여 책을 읽고 글을 썼다. 점심은 모슬포항 할망식당 생선구이집에 갔다. 이곳은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생선구이 백반 하나만 팔고 있었다.
오후에는 용두암을 들렸다. 바닷속 용궁에서 살던 용이 하늘로 오르려다 굳어진 모습과 같다고 하여 용두암이라고 한다. 전설에 의하면 아득한 옛날 용이 승천하면서 한라산 신령의 옥구슬을 훔쳐 물고 달아나다가 한라산 신령이 쏜 화살에 맞아서 몸뚱이는 바다에 잠기고 머리만 나와서 울부짖는 형상이다.
영락없는 용의 머리다. 용의 이빨까지 선명하다. 사진 뒤편으로 보이는 건물이 흉물스러워 미간을 찌푸리게 했다. 건물 인허가 시에도 주변 경관까지 고려하는 지자체의 깊은 사려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몇 년 전 용인에 있는 한국민속촌도 주변의 아파트에 에워싸여 본연의 모습을 잃어가는 것이 한없이 안타까웠다.
이호태우해수욕장이 나왔다. 바닷물이 유리알처럼 투명했고 넓은 백사장이 아스라이 이어졌다. 흡사 경포대를 온 것처럼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동해안처럼 깊지 않았으며 서해안처럼 뻘이 없었다. 제주의 바다는 단연 압승이었다.
투명한 바다에 매료되어 차에서 내렸다. 입이 딱 벌어지는 바닷가에 나는 탄성을 쏟으며 서 있었다. 어쩌면 이리도 섬섬옥수 바다가 맑을 수 있을까. 정작 유리알처럼 투명한 바다다. 강렬하나 정갈하게 쏟아지는 햇살의 조형미도 분위기에 한몫한다.
해안도로를 일주하다가 돌고래 떼를 발견했다. 돌고레 떼는 일렬로 바다 위 올랐다가 나란히 바다 아래로 떨어지는 곡예를 부렸다. 관광객들은 차에서 내려 핸드폰 카메라를 눌렀다. 마치 돌고래들이 원형무대에서 관객들을 향해 공연하는 것 같았다. 안타깝게도 제대로 사진을 찍을 수 없었다. 돌고래 떼가 올라올 때 찍으면 영락없이 수중에 잠수한 후였다.
제주항 인근에 있는 동문시장을 들렸다. 무늬오징어회를 찾았으나 보이지 않았다. 주인은 무늬오징어 회는 귀해서 먹기 힘들고 가격이 비싸다고 했다. 꿩 대신 닭이라고. 어쩔 수 없이 한치회를 떴다. 제철이어서 그런지 한치회도 맛이 나쁘지 않았다. 뚝배기매운탕을 추가로 시켰다.
숙소는 보성시장 근처로 정했다. 가성비가 나쁘지 않았다. 티브이를 보면서 시원한 캔맥주를 마셨다. 숙면을 취했다. 내일의 여행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