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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여울 Aug 27. 2024

우리 집 발코니에 둥지를 튼 노란 귀요미 태양새

올 때는 두 마리, 떠날 때는 네 마리


우리 집 창문을 열면 다양한 새소리가 들려온다. 아마 싱가포르의 주거 지역에 사는 대부분의 사람들도 나와 비슷한 경험을 할 것이다. “뚜루루루~, 틱틱틱, 쿠우 쿠우~, 찌잇 찌잇…” 온갖 새들이 지저귄다. 그중에서도 우리 가족이 가장 좋아하는 소리는 “치립 치립, 윗 윗”하며 노래하는 태양새의 지저귐이다. 맑고 경쾌한 지저귐이 무척 사랑스럽다.


지난 7월 중순, 노란 배와 올리브색 등을 가진 태양새 두 마리가 우리 집 발코니를 매일같이 드나들기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 날 발코니에 놓아둔 커피나무의 나뭇가지에 거미줄과 마른 잎, 풀 등이 얼기설기 쌓여 있는 걸 발견했다. “여보, 이게 뭐지? 거미줄이 걸려 있는 것도 같고, 생긴 게 이상하네.” “어디 봐봐. 음, 새둥지인가?” 인터넷에서 찾아보니, 태양새의 둥지가 맞았다. “어머, 이거 새둥지였네! 새들이 여기서 둥지를 짓고 있었네!” 나는 흥분한 목소리로 남편에게 말했다. “정말? 그럼 새둥지가 있는 쪽 거실 유리창은 닫아 두는 게 좋겠어. 새들이 편안하게 둥지를 지을 수 있게 해 줘야지.”


무더운 날씨에도 새들을 위해 한쪽 거실 창문만 열어두기로 했다. 태양새들이 작은 움직임에 예민하게 반응해서 조금만 가까이 가도 날아가버렸기 때문이다. 결국 거실 유리창 한쪽을 드르륵 밀어 닫고, 얇은 속커튼도 함께 쳐서 새들이 편안하게 둥지를 틀 수 있도록 배려했다.


태양새들은 이른 아침부터 늦은 오후까지 분주히 둥지를 오갔다. 모아 둔 재료를 나르며 둥지를 짓는 것 같았다. 저녁 무렵에는 조용해졌다. 새들이 없는 틈을 타 거실 유리창을 잠깐 열고, 새둥지를 카메라로 찍은 후 다시 유리창을 닫았다. 새둥지가 유리창 가까이에 있어서 혹시라도 툭 떨어지거나 망가질까 봐 조심스러웠다.


태양새 암컷이 둥지를 짓기 위해 나뭇가지를 물어왔다.


새둥지는 하루가 다르게 완성되어 갔다. 열흘쯤 되니, 꽤 견고한 형태를 갖췄다. 작은 입으로 가늘고 연한 나뭇가지, 식물의 줄기, 거미줄, 마른 잎, 깃털 등을 물고 와 정교하게 지은 새둥지는 우리 가족의 감탄을 자아냈다. 그 작은 몸으로 수천 번을 오갔을 노고가 고스란히 느껴졌다.


완성된 새둥지


새둥지가 완성되자, 암컷이 둥지에 한참 동안 앉았다가 나왔다. 며칠 후부터는 암컷은 둥지에 계속 머물며 알을 품기 시작했다. 둥지 밖으로는 동그란 머리와 부리만 내놓고 밤낮으로 알을 지켰다. 잠시 먹이를 찾으러 갈 때를 제외하고는 좀처럼 둥지를 떠나지 않았다. 자리를 비울 때도 멀리 가지 않고, 우리 옆집 발코니에 가서 잠시 머물다 오곤 했다. 수컷은 암컷을 발코니까지 배웅하고 날아갔다.


암컷은 약 2주일 동안 오롯이 알을 품었다. 둥지에 들어가기 전에 간간이 부리로 알을 굴려 주었고, 비가 오거나 바람이 불어도 그 자리를 지켰다. 숨이 턱턱 막히는 더위에도 꼼짝하지 않고 앉아 있었다. 체온 조절을 위해 부리를 계속 벌리고 있었다. 얼마나 더울까 싶어 안타까웠다. 인터넷에서 태양새가 꽃의 꿀로 수분을 취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혹시 과즙을 섭취할까 싶어, 커피나무 옆 고무나무에 오렌지 과육을 매달아 주었다.

                                                       

태양새 암컷이 알을 품고 있다.


여행 중에도 새가 궁금했다. 알이 잘 부화했는지 내내 궁금했다. 집에 돌아오자마자 하얀 커튼 너머로 둥지를 보았다. 암컷은 보이지 않고, 둥지 입구에 새 부리 두 개가 보였다. 새끼 두 마리가 부화한 것이었다! 암컷이 먹이를 물고 와서 새끼들에게 먹이를 주었다. 둥지를 짓고 알을 품을 때와 달리 수컷도 함께 먹이를 주었다. 암컷은 밤마다 둥지에서 새끼들을 품어주었다. 깃털이 덜 자라 체온 조절이 어렵기 때문이었다.


부화한 새끼 두 마리, 부리 끝이 보인다.


부화한 지 2주일쯤 가까이 되자 새끼들이 많이 자랐다. 얼굴 윤곽이 뚜렷해졌다. 암컷과 수컷은 연신 먹이를 물어 날랐다. 새끼들이 입을 쫙쫙 크게 벌려 먹이를 받아먹는 모습이 너무 귀여워서 웃음이 났다. 새끼들을 보며 “많이 먹고 건강하게 자라라.”라고 속삭였다. 새끼들이 쑥쑥 자라고 있는 건 나와의 이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뜻이기도 했다. 한 달 반 가까이 새들을 관찰하며 새바라기로 지냈기에 섭섭한 생각이 들었다.


암컷과 수컷이 새끼들에게 부지런히 먹이를 물어다 주었다.


첫 비행 직전의 새끼들의 모습, 새끼들의 얼굴이 정말 예쁘다.


다음 날, 아침부터 수컷이 평소와 다르게 둥지 근처에서 끊임없이 노래했다. 특별한 소리 같아서 핸드폰에 녹음했다. 아빠의 노랫소리를 듣던 새끼 한 마리가 둥지에서 쑥 빠져나와 날아올랐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한참 후, 또 다른 새끼도 아빠의 노래에 용기를 내어 둥지 밖으로 날아갔다. 두 마리 새끼들은 그렇게 둥지를 떠났다. ‘이제 다 떠났구나. 빈 둥지만 덩그러니 남았네…’ 그날 밤, 혹시나 새들이 다시 돌아올까 하는 마음에 여러 번 유리창을 내다보았지만, 둥지는 텅 비어 있었다. ‘이제 정말 떠났구나.’라는 생각에 한동안 유리창을 닫지 못하고 서 있었다.


그다음 날, 방에서 일하던 중 수컷의 노랫소리가 들려왔다. 순간 마음이 두근거렸다. 서둘러 거실로 나가보니 수컷이 새끼들과 함께 발코니에 찾아왔다. 수컷은 노래하고, 새끼들은 수직 비행과 수평 비행을 선보였다. 새끼들은 암컷 한 마리, 수컷 한 마리였으며, 몸 크기는 암컷의 70퍼센트 정도였다. 건강하고 씩씩하게 보였다. 새 둥지에서 자랄 때 ‘황튼튼, 황씩씩’이라고 이름을 붙여 주었는데 이렇게 건강하게 자란 모습을 보니 아주 기뻤다. 새끼들이 씩씩하게 비행하는 모습을 보여주러 온 것 같았다.


“아이, 귀여워! 아이, 귀여워라! 와, 잘한다! 우와, 잘하네!”하며 나는 계속 감탄했다. 내가 느꼈던 이별의 아쉬움은 기쁨으로 바뀌었다. 새끼들이 하늘을 나는 모습을 볼 수 있어서 너무나도 감사했다. 마치 작별 인사를 하러 온 듯한 그들의 모습에 내 가슴이 벅차올랐다.


(왼쪽) 황씩씩:새끼 암컷 이름, (가운데)황튼튼:새끼 수컷 이름, (오른쪽)황튼튼의 비행 모습


그날 이후, 새 가족은 다시 오지 않았다. 수컷의 소리가 가끔 들리는 걸 보니 멀지 않은 곳에 보금자리를 찾은 것 같았다. 어느 날 무심결에 찾아온 태양새 두 마리는 네 마리의 가족을 이루어 훨훨 날아갔다. 한 달 반 동안 함께한 시간은 경이로움 그 자체였다. 둥지를 틀고, 알을 품고, 새끼를 키워 이소하는 과정은 정말 감동적이었다. 어떤 환경에서도 알을 품고 새끼들을 보호하는 암컷의 모성은 진한 감동을 주었다. 


작고 여린 새들의 강인한 생명력과 헌신을 지켜보며 내 마음에도 따뜻한 울림이 남았다. 비록 태양새 가족은 떠났지만, 그들의 새둥지는 여전히 우리 집 발코니에 남아 있다. 언젠가 또 다른 새들이 찾아와 그 둥지를 다시 채울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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