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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yeong Mar 30. 2024

인간의 조건 5

 치유받지 못한 상처들

공감되지 않는 강의

어느 심리학 강좌에 참석한 적이 있다. 강의 서두부터 동의되지 않는 내용이 있어서인지 강의를 듣는 내내 비호감이었다. 심리학 강사에 의하면 어떤 자극에 대해 사람마다 다른 반응을 보이는 것은 반응하는 사람 각자가 서로 다른 내면의 재료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 말에 대해서는 고개가 끄덕여진다.

그런데 이어지는 내용인즉슨, 강사는 수강생 개개인의 내면적 재료를 잘 모르고 하는 말이기 때문에 수강생으로부터 비판받을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나는 이 대목에서부터 강사의 태도에 불쾌한 마음이 생겼다.

 다른 사람의 내면을 건드려 놓고서 전혀 책임질 마음이 없다는 말로 들려졌기 때문이다.

 "말 한마디로 천냥 빚도 갚는다"라는 말이 있듯이 강사는 말로써 청중을 감동시키며 설득력 있게 전해야 하지  않을까?

상처 난 사람의 상처부위를 건드려 놓고서 아프다고 외치면  "난 아무 잘못 없어. 다만 이미 있던 네 상처 때문에 아픈 거야"라는 무책임한 말을 할 수 있을까?

눈에 보이지 않는 내면의 상처라고 해서 뭐 다를쏜가?




직장상사에게 화가 난 이유

수년 전 직장에서 있었던 일이다. 내가 하는 일마다 트집을 잡거나 맘에 들지 않는다고 구박하던 상사가 있었다. 그는 회의시간에 자신의 의견에 호락호락 수긍하지 않고 꼼꼼히 살피던 나에게 불순한 말을 던졌다. "네가 남자 같았으면 벌써 내 주먹이 날아갔을 거야!"라고 말이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나는 불덩이 같은 것이 내 가슴에서 용 솟듯 올라오는 느낌을 받으며 상사를 향해 쏘아붙였다.

 "지금 뭐라고 하셨어요? 폭력을 휘두르고 싶으신가 봐요? 무조건 복종이 아니면 누구든 때리고 싶으신 거예요?"

물론 내 목소리도 곱게 나간 건 아니고 퉁명스럽고도 화가 가득 찬 소리였다. 상사는 자신의 책상을 내려치며

"저래서 맘에 안 든다니까!"라고 고함을 쳤다.

나도 화가 도무지 가라앉지 않아 가슴은 두 방망이 치고 있었지만 되받아쳤다.

"저는 부장님 맘에 들기 위해 여기 들어온 거 아닙니다!"

끝내 못 당하겠는지 상사는 회의실 문을 꽝 닫고 나가버렸다. 다른 동료들은 순식간에 제자리로 돌아가고 나 혼자 덩그러니 회의실에 남았는데 뭔지 모르게 서러웠다.

뜨거운 눈물이 흘러내리는데 나는 생각했다. '내가 뭘 잘못했지? 뭣 때문에 윗상사에게 밉보여서 매 순간마다 트러블을 일으키냔' 말이다.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덮어놓으면 상처는 아문다는 말

외로움과 고독이 엄습할 때마다 아주 어릴 적, 그러니까 서너 살쯤 되었을 적 기억이 스멀스멀 기어오른다. 내가 세 살 때 두 살 아래 남동생이 태어났다. 약하디 약한 모습으로 태어난 동생을 부모님은 금지옥야 하셨던 거 같다. 그런데 엄마의 관심을 받고 싶던 나는 엄마에게 반항적 행동 또는 고집피우기 등을 했던 거 같다. 그때마다 엄마는 혼내시며 내 엉덩이를 때리셨다. 관심은커녕 몰매만 맞은 나는 바지에 오줌을 지리기도 하고 울음이 그쳐 지질 않아 하루종일 흐느끼곤 했던 것 같다.

비교적 낙천적인 성향으로 성장한 나는 그런 어린 시절의 아픔을 모두 잊은 채 지냈다.

그런데 중장년이 되어 다 잊은 거 같았던 상처가 문득문득 내 가슴을 시리게 할 적마다 언젠간 엄마에게 이야기하고 싶었다. 비록 고령의 노모가 되셨지만 한 번쯤은 이야기하고 싶었다. 그러던 어느 날, 어떤 계기가 되어 엄마에게 이야기를 꺼냈다. 고령의 엄마는 몸도 마음도 불편한 상태지만 그래도 자식의 상처를 감싸주실 줄 알았다. 하지만 노모는 "기억나지 않는다. 나는 그런 적 없다. 설사 사실이라 쳐도 이제 와서 그런 말을 꺼내는 이유가 뭐냐? 자식을 잘 키운 줄 알았는데 실망이다"라고 하시며 오히려 더  불편한 관계가 되어버렸다.

"상처받은 자는 있는데 상처를 입힌 자는 없다"는 말이 딱 맞다.

어느 변호사가 말하기를 교도소에 수감 중인 사람 중에 잘못했다고 말하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는 것이다.

"맞은 사람은 있는데 때린 사람이 없을 뿐"이라고. 그래서 자기네 같은 변호사가 필요하고 증거를 찾아서 기필코 잘못을 시인하게 하는 것이 자신들의 임무라고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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