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불구불 휘어진 시골길을 달린다.
길은 곧을 줄 모르고, 풀숲 사이를 헤집으며 먼 곳으로 이어진다.
차창 너머로 스치는 풍경은 도시의 바쁜 시간과는 딴 세상 같다.
논두렁 옆, 햇살 아래서 허리 굽히고 일하는 어르신들.
아저씨는 쇠스랑을 들고 땅을 고르고, 아줌마는 바구니에 갓 딴 채소를 하나씩 담아낸다.
흙 묻은 손은 말이 없어도 삶을 이야기하고, 그 바삐 움직이는 발걸음엔 묵묵한 정성이 배어 있다.
창문을 살짝 여니 바람이 얼굴을 부드럽게 스친다.
풀냄새, 흙냄새, 멀리서 들려오는 새소리까지 실려 있다.
어릴 적 외갓집에서 맨발로 뛰놀던 기억이 살며시 깨어나고,
그때처럼 마음도 맨발이 되어 자유롭게 달린다.
시골길은 속도를 재지 않는다.
빨리 간다고 먼저 닿는 것도 아니고, 천천히 간다고 뒤처지는 것도 아니다.
이 길을 따라가며 느끼는 건, 지금 이 순간에 머물 수 있다는 평안함이다.
바쁘게만 살던 나에게 이 길은 말을 건넨다.
“쉼도 너의 몫이야. 바람처럼 흘러가보렴.”
오늘, 나는 시골길 위에서 나 자신을 다시 마주한다.
삶이 흘러가는 길은 때론 굽어도 좋고, 느려도 괜찮다.
그저 지금, 이 아름다운 순간을 마음에 담으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