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지 않는 사람과 잘 지내기

함께 있고 싶습니다

“D는 망상이 너무 심해.”

B의 말에 나는 입을 다물었습니다. 친구는 한참동안 불만을 토로하다가, 마지막에는 자신이 사람을 잘못 본 것이라며 한숨을 쉬었습니다. 저는 그저 가만히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어제는 D를 만났습니다. D는 자신의 사상과 맞지 않으면 결국 끝까지 갈 수 없다며 자신의 이야기를 토로하였습니다. 저는 이번에도 가만히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사실 저는 B와도, D와도 생각이 다릅니다. 그래도 늘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습니다. 반박도, 질문도 잘 없습니다. 

사람은 모두 다릅니다. 정도에 따라 잘 맞는 사람과 덜 맞는 사람이 있겠지만 사실 안 맞는 사람이 훨씬 많지요. 저는 그럴 때마다 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사람들의 의견에는 나름대로의 사정이 있기 마련입니다. 설령 저와 의견이 다르다고 하더라도 그들 스스로에게는 아주 타당한 의견이겠지요. 저는 그것을 굳이 바꾸려 하지 않았습니다. 그것도 그 사람의 고유한, 아름다운 색깔이니까요. 정확한 사정도 모른 채 제 색으로 물들이려는 시도를 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B와 D는 서로를 손절 하였습니다. 손절. 주식이나 코인에서 ‘손해를 감수하고 잘라낸다’는 의미로 사용한 것이 어원이라고 합니다. 저는 마치 사람을 손익으로 계산하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이제 손절은 서로를 위한 미덕이 되었습니다.

안 맞는데 굳이 얼굴 보며 스트레스 받을 필요 있어? 각자 갈 길 가.

저는 여전히 B와 D를 만납니다. 그리고 저와 맞지 않는 많은 사람들을 만납니다. 저와 다른 사람을 보며 다양성을 느낍니다. 스트레스를 받을 때도, 화가 날 때도 있지만 그럼에도 관계를 유지해 나갑니다.

모두가 다르기에 그걸 인정하고 서로의 터전에 자리잡고 살아가자.

모두가 다르기에 그걸 알고 이해하며 함께 살아가기 위해 노력하자.

사실 무엇도 틀린 말이 아닙니다. 하지만 저는 맞는 사람이 주변에 없어, 인터넷이나 골방에 틀어박혀 외로움과 고독이 깊어지는 사람을 자주 봤습니다. 그래서 설령 맞지 않는 사람이라도 이해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불편하고 상처를 주더라도 저는 모든 근간에 ‘함께 있어줌’은 중요한 활동입니다. 만약 모두가 손절을 자유롭게 한다면 오랫동안 함께 하며 그 사람의 맥락을 아는 사람은 줄어들고, 채 알기도 전에 떠나가는 빈도가 늘어날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늘 이야기를 듣습니다. 

듣다 보면 그를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으니까요.

하지만 오히려 함께 있어 상처를 받고, 더 깊어지는 일들도 많지요. 

세상은 정답이 없기에 더 어려운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