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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흰샘
Apr 28. 2024
나의 배냇저고리 연대기
딸만 셋을 연달아 낳고
소박맞기 직전에 아들을 낳았단다
우리 엄마
나를 눕혀놓고 무명천 잘라
호롱불 아래서 솔기 하나 걸리지 않게
한 땀 한 땀
바느질하여 만들었단다
스물아홉살 우리 엄마
아기가 울면 젖 먹이고 또 깁고
똥 싸면 기저귀 갈고 또 깁고
잠을 안 자도 하나도 피곤한 줄 몰랐단다
우리 엄마
숯불에 달군 인두로 솔기솔기마저 다려서 입혔단다
백년도 넘은 앞닫이 깊숙이 넣어두었다가
어릴 때 집 떠난 아들 보고싶을 때마다 꺼내서
코에도 대 보고 가슴에도 품어보고
옆구리에 손을 끼워 둥개둥개 얼러도 보았단다
우리 엄마
빛바랠세라 좀이라도 쏠세라
두 번 세 번 꽁꽁 싸서 넣어두었다가
오늘처럼 볕 좋은 날 조심스레 꺼내
빨랫줄에 널어놓은 배냇저고리가 바람에 우쭐거릴 때마다
그걸 입고 춤추듯 손발을 버둥거리던 아기를 보는 듯했단다
아흔하나 우리 엄마
오이지보다 더 쪼그라든
희고 작고 여리고 조금 슬픈
내 배냇저고리
바람에 우쭐우쭐 춤추는 봄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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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아기
흰샘
에세이 분야 크리에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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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문학을 전공했다. 대학과 한문 전문 기관에서 강의하고 있다. 읽고 쓰는 일에 게으르지 않으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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