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샘의 한시 이야기
[번역: 흰샘]
소동파는 잡다한 설명이 필요 없는 대문호이다. 詩, 書, 畫뿐 아니라 학문과 건축과 심지어 음식에까지 관심과 재능이 미치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이다. 가인박명이라 했으니 그의 인생이 평탄할 리가 없다. 하긴 인생이 평탄했다면 그렇게 많은 재능을 발휘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니 인생이라는 것이 이래도, 저래도 알 수 없는 것이다. 소동파나 다산이나 추사를 보면 그런 생각을 하게 된다.
이 시는 소동파가 정치적인 이유로 외직으로 좌천되어 밀주지사를 지낼 때 지은 작품으로 제목은 <雪後書北臺壁(설후서북대벽): 눈 온 뒤 북대의 벽에 쓰다> 2수 중 제1수이다. 자신의 임지에 북대(北臺)를 짓고 그곳을 오르내리며 시도 읊고 마음도 달랬을 것이다. 비가 눈으로 바뀐 것을 보면 아마도 첫눈이 내린 것이 아닐까 싶다. 감성이라면 누구에도 뒤지지 않을 동파가 가만있을 수 없어 그 북대의 벽에 쓴 시가 바로 이 작품이다. 시 속에 그림도 있고 소리도 있다. 색깔은 무채책만 썼다. 자세한 설명은 오히려 詩興을 깰 수 있다. 번역이 잘 되었다고 자부할 수는 없지만, 읽고 판단하시고 느끼시라.
일기예보를 보니 내일 첫눈이 온다고 한다. 小雪이 지났으니 첫눈이 오고도 남을 시절이다. 여름이 하도 길어 아직 가을 준비도 못 끝낸 나뭇잎들이 있는데, 난데없이 첫눈을 맞게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