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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흰샘 Nov 19. 2024

겨울 채송화

겨울 채송화         


 

첫 얼음 얼어 추운 날이었다

손님처럼 찾아온 겨울 햇살이 하 반가워

창문을 열다가 보았다     


아파트 꼭대기층 창가에 매달려 여름 내 

꽃을 피우고 꿀벌 몇 마리를 모아 먹였던 채송화 

가을 오기 전에 꽃도 잎도 사그라들어 황량한 화분에

채송화 한 송이가 꽃망울을 맺었다     


무수한 유해(遺骸)들을 이불 삼아 추위를 견디며

최대한 몸은 낮추고 

하얗게 봍아 버린 제 어미의 빈 젖을 빨면서 버텼을 것이다

유전자에 새겨진 어미의 유언을 지키려고

기어이 꽃을 피웠을 것이다 저 채송화     


간절함이 꽃을 피우는 것이라고 내게 훈수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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