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채송화
첫 얼음 얼어 추운 날이었다
손님처럼 찾아온 겨울 햇살이 하 반가워
창문을 열다가 보았다
아파트 꼭대기층 창가에 매달려 여름 내
꽃을 피우고 꿀벌 몇 마리를 모아 먹였던 채송화
가을 오기 전에 꽃도 잎도 사그라들어 황량한 화분에
채송화 한 송이가 꽃망울을 맺었다
무수한 유해(遺骸)들을 이불 삼아 추위를 견디며
최대한 몸은 낮추고
하얗게 봍아 버린 제 어미의 빈 젖을 빨면서 버텼을 것이다
유전자에 새겨진 어미의 유언을 지키려고
기어이 꽃을 피웠을 것이다 저 채송화
간절함이 꽃을 피우는 것이라고 내게 훈수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