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엄마를 찍었던 동영상을 봤다. 석 달 전만 하더라도 내가 '엄마 사랑해'하니까 '나도 사랑해'라고 정확한 발음으로 말했는데, 지금은 얼버무리듯 작게 말한다.
엄마는 작년부터 앵무새가 되었다. 식사 시간에 "엄마 맛있었어?" 물어보면 "맛있었어."
"맛없었어?"
"맛없었어."
오늘은 '사랑해'라는 말이 반복해서 돌아와 사랑을 한가득 받은 것 같다.
어릴 땐 우리가 엄마 말을 따라 했겠지
지금은 반대가 되었다.
작년 봄, 엄마가 자주 했던 말이 있다.
어떡하지?
잠이 안 오는데 어떡하지?
컵을 들고 바닥에 가라앉은 콩가루를 보고
이거 어떡하지?
뭔가 하기 힘들 때
뭔가 생각나지 않을 때
잠꼬대에서도
하는 말
2월, 엄마가 누워 있다가 불러서 가니까
'배려를 할 줄 알아야 해.'
'누구를?'
'......'
며칠 후에도
'배려를 해야 해 누구한테든 지.'
우리에게 해 주고 싶은 말인가 보다.
작년 3월에는 식사 후 소파에 앉아서
'심심해 죽겠네.'
주간보호센터에 가서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다른 분들과 소통하면 좋겠다 싶어 알아보았는데 가지 못했다. 거기 갈 수 있는 상태만 되어도 좋을 텐데...
아낌없이 주는 나무
그해까지 엄마는
한 그루의 사과나무였습니다
따가운 햇살을 잎으로 막아주고
함께 걸어가는 산책이었습니다
새로운 곳으로 같이 여행하고
부르면 위로되는 노래였습니다
이야기를 들어주고
말하면 도움 주는 친구였습니다
먼 길 걸어가다
다리 아프면 앉으라던 의자였습니다
목마를 때
고개 들어 찾던 샘물이었다가
잠들지 않을 때
고요히 불러주던 자장가였습니다
자장가를 듣던 어린 나무는 성장해
가지만 남은 사과 나무를 그늘로
안아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