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멸종 위기종, 뱀파이어
내가 뱀파이어가 된 지는, 어디 보자... 29개월, 아니 30개월 되었다.
아, 동정해 줄 필요는 없다. 일방적으로 뱀파이어에게 물린 것은 아니다.
쯧... 뱀파이어 드라마를 많이 보셨나 보네. 요즘은 그런 식으로 뱀파이어가 되지 않는다.
이제는 뱀파이어 지망생들이 계획적으로 변신을 준비하는 시대다.
한 번 뱀파이어가 되면 식생활부터 생활 패턴까지 전부 다 바뀐다. 돌이킬 수 없는 결정인데, 신중해야 하는게 당연하다.
당신 표정을 보니 아직도 찜찜한 것이, 내가 갑자기 물어뜯기라도 할까봐 걱정되나보네.
나도 뱀파이어 되기 전엔 사람이었다! 문명인의 매너 정도는 우리도 다 지키고 산다.
아, 뱀파이어 신고서도 동사무소에 제출했으니 걱정 마시라.
그런데 나 같은 뱀파이어는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당연한 일이다! 뱀파이어가 되려면 돈이 많이 든다. 그것도 초장기적으로. 뱀파이어 되기만큼 사치스러운 일도 없다.
매일같이 신선한 혈액팩을 살 수 있는 재력, 뱀파이어 친화적 일자리도 필요하다. 뱀파이어 맞춤형 보금자리는 물론이다.
그러다 보니 오만 군데서 야단 법석이다. 뭐라더라, 조만간 뱀파이어가 사라질 거라나.
물론 정부도 뱀파이어 멸종 위기에 손 놓고 있는 것은 아니다.
혈액팩 구입 비용을 연말정산에서 공제해줄거라든지, 지역마다 자외선 차폐 시설을 만들어줄거라든지, 뱀파이어 전용 주택청약도 확대해 준단다! 아이고, 고맙기도 하지...
그런데 내가 뱀파이어가 되어 보니,
꼭 비용만 문제인 것은 아닌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