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력이 빛나는 탄생의 과정
육아에 조력이 필요하다는 것에 이제는 많은 이가 동의한다. '한 아이를 키우는 데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격언이 약간은 진부할 지경이다. 그런데 아기를 낳는 일에도 수많은 조연들의 노력이 있다. 직접 아이를 품고 낳는 엄마의 역할이 절대적이긴 하겠으나, 그 과정이 원활하도록 돕는 이들의 역할도 결코 작지 않다. 나 같은 산부인과 의사가 바로 그런 일을 한다.
애는 기다리기만 하면 저절로 나온다며, 병원들이 괜한 호들갑을 떤다고 핀잔을 주는 이들을 아직도 가끔 만난다. 동물 암컷들도 알아서 출산을 혼자 해내는데, 사람이라고 뭐 다르겠냐는 주장이다. 참고로 출산을 서로 돕는 것은 호모 사피엔스의 유구한 전통이다. 인간 태아는 뒤를 보며 나오기 때문에 산모가 스스로 받을 수 없다. 인간의 산통은 더 길고, 태아는 비례적으로 더 크기 때문에 산고는 만만히 여길 것이 아니다. 사람이 꼭 동물 따라 할 필요가 뭐 있겠는가. 오히려 이렇게 중요한 일에 여럿이 힘을 보탠다는 것이 더 멋지고 의미 있는 사실이다.
과연 비전공자인 내가 진화를 제대로 이해하고 글을 쓴 것이 맞을까?
이 분이 혹시 모를 잘못된 부분을 바로잡아 주시면 참 좋겠다...
인류 진화사의 초기부터 아기를 낳아 키우는 여성의 곁에는 늘 ‘여성과 함께’ 하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산모의 어머니였고, 경험 많은 산파였으며, 그리고 이제는 과학적 지식으로 무장한 산부인과 의사입니다. 비인간 동물에게 임신과 출산, 수유의 과정은 어미와 새끼, 둘만의 일입니다. 그러나 인간은 다릅니다. 수백만 년 전부터 모두가 ‘함께’ 해야 하는 일이었고,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책은 그러한 오랜 인간적 노력의 하나입니다.
《출산의 배신》 감수의 글 중에서 -박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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