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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코린 Apr 11. 2021

회사는 잠시 머무는 곳


고등학교를 졸업 후 바로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내 인생에서 회사는 언제나 머무는 곳에 불과했습니다. 이른 나이였지만 취업하기 전부터 한 직장을 평생 오래 다닐 생각은 전혀 없었습니다. 내가 대학진학을 포기하고 취업을 선택했던 이유는 가정 형편상 돈이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대한민국에서 공무원을 제외하고 정년까지 다닐 수 있는 회사는 과연 얼마나 있을까요? 퇴사하면 뭘 할 수 있을까요?


아무리 시대가 좋아졌다고 하지만 남자들보다 여자들은 직장 생활을 할 수 있는 기간이 더더욱 짧았습니다. 지금은 예전보다 조금 더 좋아졌을 뿐 사회의 걸림돌은 여전히 존재했으니까요. 내가 취업하기 전부터 공무원이란 직업은 월급은 적어도 정년까지 보장받을 수 있고, 평생 연금이 나오기에 항상 경쟁이 치열했고 인기 있는 직종이었습니다. 그러나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기에는 누군가의 뒷바라지가 필요했지만 내게는 그럴 가족도 없었습니다. 다들 먹고 살기 힘들었기에 그냥 각자의 길을 떠나기로 하고 나는 고등학교에서 추천해 주는 회사로 바로 취업했습니다.

대한민국의 자화상_야근

내가 처음에 취업했던 회사는 3교대를 하는 공장이었습니다. 취업을 목표로 자발적으로 실업계에 진학했기 때문에 고등학교에서 추천해 주는 회사로 바로 입사를 하였습니다. 나는 어떻게든 남들보다 더 빨리 사회에 나가기 위해서 우선 입사 원서를 냈는데 운이 좋았는지 바로 합격이 되었습니다. 일부는 나와 비슷한 처지에 있는 학생들도 몇몇 있었고, 교대근무가 힘들어 퇴사하는 사람도 한둘이 아니었지만 나는 퇴사하면 갈 곳이 없었습니다. 시골집으로 가봤자 먹고 살길이 막막하여 도시에서 생활하면서 밤낮으로 번 돈을 조금씩 모아 갔습니다.

비록 공장이었지만 월급도 잘 나오는 편이었고, 상여금은 해마다 나오는 비율이 달랐지만 괜찮은 회사였습니다. 밀리지 않고 고정적으로 매달 나오는 월급에 가끔 나태해지기도 하였지만, 회사는 경영이 어려워지면 언제든지 직원을 내보낼 준비가 되어 있었기 때문에 안정적이라는 직장이란 생각은 단 한 번도 들지 않았습니다. 주위에서는 종종 월급이 며칠 또는 몇 달씩 밀리는 사례가 발생할 때마다 월급이 꼬박꼬박 잘 나오는 회사에 다닌다는 것을 부러워하기도 하였습니다. 심지어 꼬박꼬박 밀리지 않은 월급에 감사하라는 말을 들을 때면 노동의 대가로 받는 급여에 당연한 것뿐이었습니다. 다행이 긴 시간 동안 노동법이 강화되면서 힐링, 워라벨, 저녁이 있는 삶 등 다양한 신조어들이 생겨났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노동에 대한 인식도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고, 조금씩 회사라는 공간에도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3교대, 2교대, 철야 등 다양한 근무를 해 보고, 마지막에 있던 곳은 주 5일 근무를 하는 사무직이었습니다. 칼출근, 칼퇴근, 주말, 공휴일, 명절 등은 모두 휴무이고 특근은 1년에 손에 꼽을 정도였습니다. 남들은 그런 회사에서 일하는 나를 보고 매우 부러워했지만 이미 오래전부터 직장 생활을 통해서 자산을 증가시키는 시대는 지났음을 알고 있었습니다. 회사가 인생의 전부는 아니었지만, 일벌레, 워크홀릭이라는 말을 들으면서도 회사 생활을 유지했던 이유는 회사에 조금이라도 더 오래 다니면서 퇴사 후 뭔가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찾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리고 때가 되니 더 회사에 다니고 싶어도 다닐 수 없게 되었고, 자동으로 회사라는 울타리를 완전히 떠나게 되었습니다. 회사에서 사원증을 반납하고 게이트를 통화하면서 내 생각은 과거에도 그때도 한결같았습니다.


회사는 내 인생에서 잠시 머무는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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