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늘밭 110억 원은 무슨 돈일까?

속보 리포트 I

by Spero

속보는 왜 필요한가?


리포트를 통해 문제점을 제기하고 개선점을 제시해도 세상은 변하지 않는다.

그래서 속보가 필요하다.

언론의 환경감시 역할은 고단한 일이다.

워치독(watch dog)은 남이 잘 때도 깨어 있어야 한다.

기자는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라는 정신으로 늘 깨어 있어야 한다.

YTN 재직 당시 '살아 있는 뉴스, 깨어 있는 방송' 로고 송이 나올 때마다 난 늘 투덜댔다.

살아 있는 거야 그냥 살아 있음 되는 거지만... 어떻게 맨날 깨어 있을 수가 있다고! 잠 좀 자자고!


마늘밭에서 캔 노다지

출처 : 뉴시스

2011년 4월 전북 김제서 발생했던 '마늘밭 110억 원' 사건 뉴스는 스트레이트-리포트-속보 리포트로 이어지는 전형적인 방송 속보 시스템을 보여주고 있다.

이 뉴스는 '밭에 묻어둔 현금 4억 원 사라져'라는 제목의 1보 스트레이트로 시작한다.

이후 2보를 통해 '밭에 묻어둔 현금 27억 원... 4억 원 사라져' 리포트가 등장하고, 3보(밭에서 나온 범죄수익금 110억 원 넘어), 4보(110억 원 무슨 돈일까?), 5보(도박사이트 운영자 추적... 현금화 과정도 수사), 6보("불법 도박 사이트 처벌 대폭 강화해야") 리포트가 계속 이어진다. 스트레이트로부터 시작해 전체 은닉 자금 액수가 계속 업데이트되는 후속 리포트가 나오고 이후 사건의 원인, 분석 리포트가 이어지고 최종적으로 유사한 사건 재발 방지를 위한 대안 리포트로 화룡점정을 찍는다. 속보 리포트의 확대 재생산 과정을 한눈에 잘 보여주는 사례다. (1보 단신, 속보 리포트 아래 참고).


[김제 마늘밭 110억 원 사건-YTN 뉴스]


[1보-밭에 묻어둔 현금 4억 원 사라져]

밭에 묻어둔 현금 수억 원이 사라졌다는 신고가 접수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습니다.

전북 김제경찰서는 52살 이 모 씨가 전북 김제시 금구면 선암리 이 씨 소유의 밭에 묻어둔 현금 17억 원 가운데 7억 원이 사라졌다고 신고해 수사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 가운데 3억 원은 어제저녁 6시 반쯤 경찰과 이 씨가 현장에서 찾아냈습니다.

현금 17억 원은 이 씨가 도박개장 죄로 수감된 처남 43살 이 모 씨에게서 넘겨받은 것으로 이 씨는 지난해 6월, 이 돈을 수억 원 씩 나누어 밭에 묻어뒀다고 진술했습니다.

경찰은 나머지 4억 원의 행방을 찾고 있으며 이 돈이 범죄수익금으로 확인되면 압수할 방침입니다.


[2보-밭에 묻어둔 현금 27억 원... 4억 원 사라져]

[앵커멘트]
밭에 묻어뒀던 현금 수억 원이 사라졌다는 신고가 접수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습니다.
도박자금으로 추정되는데요, 밭에 묻어둔 돈은 무려 27억 원, 이 가운데 4억 원의 행방이 묘연한 상태입니다.
사건사고 소식, 000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비닐봉지에서 5만 원 권 지폐 묶음이 쏟아져 나옵니다.
전북 김제시 선암리에 있는 52살 이 모 씨의 밭에서 나온 것입니다.
이 씨는 밭에 묻어둔 27억 원 가운데 수억 원이 사라졌다고 경찰에 신고했습니다.
도박개장 죄로 수감된 처남에게서 넘겨받은 것으로, 지난해 6월, 수억 원 씩 나눠 밭에 묻어뒀는데 일부가 사라졌다는 것입니다.
이 가운데 10억 원은 이 씨가 찾아냈고 13억 원은 출동한 경찰과 이 씨가 함께 찾아냈습니다.
경찰은 나머지 4억 원의 행방을 찾고 있습니다.
경찰은 이 돈이 범죄 수익금으로 확인되면 압수할 방침입니다.
어젯밤 9시 20분쯤, 서울 지하철 1호선 노량진역에서 50대로 추정되는 남성이 부산에서 서울로 가던 KTX 열차에 뛰어들어 숨졌습니다.
시신 수습 등 사고처리 작업이 이어지면서 사고가 난 KTX 열차 등 일부 열차 편 운행이 지연됐습니다.
차량 화재도 잇따랐습니다.
어젯밤 9시쯤 부산시 동대신동 주택가에 세워져 있던 1.5톤 트럭에서 불이 차량 안쪽이 전부 탔습니다.
또 어제저녁 6시쯤에는 경북 영천시 오수동 중앙로를 달리던 11.5톤 트럭에서 불이 나 소방서 추산 1,600여만 원의 재산피해가 났습니다.
YTN 000입니다.


[3보-밭에서 나온 범죄수익금 110억 원 넘어]

[앵커멘트]

전북 김제시 뙈기밭에서 찾아낸 범죄 수익금은 모두 110억여 원으로 확인됐습니다.

당초 17억 원에서 무려 5배가 넘는 돈이 추가로 나왔는데 경찰은 수사를 더 하기로 했습니다.

000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추가로 찾아낸 86억 6,000만 원과 이전에 찾아낸 24억 1,000만 원을 합치면 이 모씨가 숨긴 돈은 110억 7,000만 원입니다.

돈을 잃어버렸다는 피해자에서 피의자로 바뀐 이 모 씨는 돈 액수에 대해서 말 바꾸기를 계속했습니다.

당초 17억 원을 묻어뒀고 이 가운데 7억 원이 없어졌다고 했지만 수사 과정에서 27억 원을 숨겼다고 털어놨습니다.

[인터뷰:문대봉, 전북 김제경찰서 수사과장]

"매사가 거짓말한다는 것은 이 사람을 믿을 수 없다는 것이지요. 그래서 아 이것은 뭔가 숨김이 많기 때문에 계속 거짓말을 하고 있구나 그렇게 판단에 돼서..."

이 씨를 계속 추궁하던 경찰은 현장에 대한 2차 확인 작업을 실시해 86억여 원을 추가로 찾아냈습니다.

이 씨 부부는 밭에 돈을 숨긴 뒤 농사일을 가장해 돈을 관리해 온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인터뷰:문대봉, 전북 김제경찰서 수사과장]

"은색으로 된 그릇 그리고 파빅스 통 이렇게 해서 거기에서 24개나 나왔는데 총 86억 6,200만 원이 나왔습니다."

이 씨는 이 돈이 처남이 불법 도박 사이트를 운영하면서 번 범죄 수익금을 넘겨받은 돈으로 지난해 6월 밭에 숨겼다고 진술했습니다.

경찰은 도박장 개장 혐의로 현재 수감 중이거나 기소 중지된 처남 2명에 대한 수사가 진전되면 사건 전모가 드러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YTN 000입니다.


[4보-110억 원 무슨 돈일까?]

[앵커멘트]

김제 마늘밭에서 나온 110억 원은 알려진 대로 인터넷 도박사이트를 운영해서 챙긴 범죄 수익금이었습니다.

작년에 경찰에 적발되면서 알려진 사건이었는데요, 구체적으로 어떻게 만들어진 돈이었는지 지난해 사건을 다시 한번 되짚어 보겠습니다.

000 기자입니다.

[리포트]

지난해 4월 충남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다단계형 인터넷 도박사이트 운영진을 검거했습니다.

도박사이트를 만들고 관리하는 최상부 조직에서 하위 가맹점까지 피라미드처럼 엮여 있는 조직이었습니다.

도박자가 베팅한 금액의 12%를 게임머니 환전 수수료로 떼 내 각 단계별로 수익을 나눠가졌습니다.

조직의 맨 꼭대기에서 총지휘를 했던 이들이 바로 밭주인의 처남인 이 모 씨 형제였습니다.

당시 동생은 경찰에 붙잡혀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지만 형은 도망쳐 아직까지 행방이 묘연한 상태입니다.

도박 가담자는 수천여 명으로 이혼 뒤 자녀를 혼자 키우는 가정주부에서 중고차 매매 중개업자 등 다양했습니다.

수천만 원씩을 탕진해 가정 파탄으로 이어진 경우가 부지기수였습니다.

이들이 게임머니로 환전하기 위해 바친 돈은 400여 개 계좌에 1,540억 원에 달했습니다.

이 가운데 부당수익 170억 원이 수차례에 걸쳐 현금으로 인출됐지만 돈의 행방은 끝내 밝히지 못한 채 수사가 마무리됐습니다.

[인터뷰:노세호, 충남지방경찰청 사이버 수사대장]

"현금을 인출했던 당사자 등 주요 관련자들이 해외에 출국한 상태였고 현금의 속성 상 추적을 하는 데 상당한 애로사항이 있었습니다."

그로부터 1년 뒤.

한때 누구에게는 학비였고, 누구에게는 생활비였을 도박자금 110억 원이 전북 김제의 한 마늘밭에서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YTN 000입니다.


[5보-도박사이트 운영자 추적... 현금화 과정도 수사]

[앵커멘트]

범죄 수익금 110억 원 은닉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경찰은, 나머지 60억 원의 행방을 찾기 위해 도피 중인 도박사이트 운영자 이 모 씨 검거에 수사력을 모으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찾아낸 현금에 뭍은 지문 감식을 실시해 이 씨 등이 도박사이트에서 벌어들인 돈을 5만 원권으로 현금화한 과정을 추적하고 있습니다.

000 기자입니다.

[리포트]

김제 마늘밭에서 찾아낸 현금에서 지문을 확인하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5만 원권 지폐 22만 장 가운데 지문이 있을 만한 지폐를 가려내 약품처리 과정을 거치고 하나씩 하나씩 지문이 있는지를 확인합니다.

[인터뷰:전북 김제경찰서 과학수사대]

"지폐에 묻은 땀 성분하고 반응을 하게끔 적셔주는 거예요. 그리고 열을 가하면 색깔이 분홍색으로 지문이 나와요."

경찰은 지문 감식을 통해 누가 현금을 전달하는 과정에 관여했는지를 가리고 또 달아난 이 모 씨 등이 도박사이트에서 벌어들인 돈을 5만 원권으로 바꾼 과정을 추적할 예정입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나머지 범죄 수익금 60억 원의 행방을 찾기 위해서는 도박사이트 운영자 이 씨를 검거하는 것이 관건입니다.

경찰은 도피 중인 이 씨가 가족들과 국제전화를 자주 했던 정황을 포착하고 통화 시기와 장소 등을 확인하고 있습니다.

경찰은, 출국 기록이 없어 이 씨가 국내에 있을 것으로 보고 있지만, 다른 도박사이트 관련자들과 함께 이미 중국 등지로 빠져나갔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습니다.

[인터뷰:문대봉, 전북 김제경찰서 수사과장]

"도주 중인 이 모 씨하고 누나하고 같이 (국제전화) 통화를 한 것으로 봐서는 (범죄) 관계자인 것으로 추정을 하고 있습니다."

경찰은 이와 함께 이미 구속된 마늘밭주인 이 모 씨와 가족 등의 이름으로 된 부동산 등 또 다른 재산이 있는지를 확인해 매입 과정에서 범죄 수익금이 사용됐는지 여부도 수사하기로 했습니다.

YTN 000입니다.


[6보-"불법 도박 사이트 처벌 대폭 강화해야"]

[앵커멘트]

최근 온라인 불법 도박 사이트가 우후죽순처럼 생겨나면서 새로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불법 인터넷 도박을 막기 위해서는 처벌을 대폭 강화하고 범죄수익금에 대한 철저한 환수가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000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김제 마늘밭 110억 원 사건'과 '여의도 물류창고 10억 원 상자 사건'!

모두 불법 도박 사이트를 운영해 벌어들인 범죄 수익금을 숨기려다 적발된 경우입니다.

실제로 불법 도박 사이트를 운영하며 세금 한 푼 내지 않고 수백 억 원을 챙긴 뒤 흥청망청 사용하는 경우도 적발됐습니다.

특히 최근에는 생방송으로 스포츠 경기를 중계하면서 실시간으로 베팅을 하는 사설 스포츠베팅 사이트까지 성행하고 있습니다.

환급금이 많고 베팅 상한액이 없는 데다 청소년들도 제약 없이 참여할 수 있다는 점이 원인으로 꼽힙니다.

[인터뷰:박경래, 한국형사정책연구원 박사]

"환급금이 90% 가까이 됩니다. 그리고 베팅 상한액이 없다,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거죠. 또 다양한 베팅 상품이 있다 이런 이유로..."

온라인 불법 도박 사이트가 빠르게 퍼지면서 불법 도박 시장의 규모는 1년에 88조 원에 이를 정도로 팽창했습니다.

그러나 불법 도박 사이트가 외국에 서버를 두고 도메인 이름과 IP주소를 수시로 바꾸는 데다 대포통장을 이용해 거래를 하기 때문에 단속과 처벌이 어렵습니다.

전문가들은 불법 인터넷 도박을 근절하기 위해서는 처벌을 대폭 강화하고 도박 사이트 운영 수익에 대한 철저한 과세가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인터뷰:장윤석, 경찰대 경찰학과]

"실제로 범죄자에게 얼마나 경찰 단속이 위하력을 가지고 있느냐는 겁니다. 지금 큰 문제 중에 하나는 범죄자들이 검거돼도 할만하다는 거죠."

또 불법 인터넷 도박을 체계적이고 지속적으로 추적하고 단속할 수 있는 정부 기구 등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되면서 정치권에서도 입법화에 나서고 있습니다.

[인터뷰:한선교, 한나라당 의원]

"그래서 국내법에 저촉이 안 되고 있어요. 이것을 국내법에 어떻게 적용시키느냐, 또 하나는 경찰과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 등에게 보다 적극적으로 단속할 수 있는 법적 제도적 보완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또 불법 도박 이용자들을 합법적인 시장으로 유도할 수 있는 정책적 대안과 함께 스포츠토토 등 합법적인 사행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YTN 000입니다.


속보의 힘은 새로운 팩트로부터 나온다


마늘밭에서 마늘 대신 억 대의 현금 다발이 발견되고, 수 억 원인 줄 알았던 은닉자금은 꼬리를 무는 속보를 통해 수십 억에서 백 억원이 넘는 불법자금으로 밝혀진다.

'독재'에서 '민주'로 시대를 바꾼 '박종철 군 고문치사 사건'의 뉴스도 짧은 스트레이트로부터 시작했다. '탁'하고 치니 '억'하고 죽더라는 거짓은 더 큰 거짓으로 드러나고 권력의 부조리가 하나 둘 세상에 밝혀진다.

모든 기사는 스트레이트라는 이름의 실개천으로부터 시작한다. 그 가느다란 물줄기가 개천으로, 강으로 흘러들고 수 천 수 만의 여울목을 거쳐 마침내 거대한 민심의 바다와 만난다. 뉴스는 도란도란 실개천 여론을 웅성웅성 파도의 함성으로 전환시키는 힘이다. 속보 리포트를 통해 밝혀지는 새로운 팩트는 가려진 진실을 밝히는 힘이다. 속보의 힘은 새로운 팩트로부터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