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줄짜리 명쾌한 문장(?)
아라비아의 어느 술탄이 자신의 시중을 드는 이야기꾼에게 요청했다고 한다.
수많은 사람들의 복잡한 인생 이야기를 간단명료하게 정리해올 지어다.
고민 끝에 스토리텔러는 이렇게 아뢰었다.
인간은 태어나서, 병들고, 죽습니다.
나는 아마도 이 같은 방식으로 기사쓰기 트레이닝을 받았을 것이다.
리드-개요-원인 삼박자 스트레이트 쓰기를 시작으로, 앵커맨트-오프닝-인터뷰-브릿지-클로징 같은 방식의 리포트 쓰기를 거의 기계적으로 반복하면서, 그렇게 다져진 내공(?)이 글쓰기의 전부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런 생각에 젖어있던 내게 언론사 대선배의 고백이 남의 일 같지 않게 다가왔다. 요지는 이렇다.
사회부 사건사고 담당 기자로 일하면서 살인 사건 기사를 쓰는데 한계를 느꼈다. A가 B를 언제, 어디서, 어떻게 살해했는지는 취재를 통해 쓰겠는데, 왜라는 부분에서 막히더라. 사건조서에는 분명 이유가 적시되어 있긴 했지만, 정말 그 이유 때문이었을까? 이유는 단지 그것 하나뿐이었을까? 내가 진정 살인자의 마음을 속속 꿰뚫어 볼 수 있는 것일까? 하는 물음표가 따라붙더란 것이다. 그래서 기사로서 쓸 수 있는 영역 밖의 기사로서는 쓸 수 없는 영역이 존재한다는 것을 인식하기 시작했다.
나 역시 이에 공감한다.
"오늘 엄마가 죽었다."
소설의 첫 문장이지만 단문으로 쓴 이 리드는 카뮈가 언론인 출신이었기 때문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덤덤하게 시작하는 '이방인'의 주인공 뫼르소는 아랍인을 쏜 이유에 대해 눈부신 햇빛 때문이라고 재판관에게 말하는데 기자라면 그 말을 그대로 인용해 리드-개요에 이어 원인을 밝히는 스트레이트 세 번째 문장을 이렇게 쓸 수도 있을 것이다.
뫼르소 씨는 자신이 아랍인을 살해한 이유에 대해 햇빛 때문이었다고 밝혔습니다.
이게 얘기가 되는가?
Keep it simple, Stupid! 단순하게 쓰라고 이 멍청아!
기자라는 직업으로 일 하면서 깨달은 것이 하나 있다. 단순이란 미명의 무책임이다. 기사는 단순해야 한다. 그래야 이해가 쉽다. 하지만, 인간의 삶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피처스토리는 스트레이트에서 못 다 한 이야기, 리포트에서도 석연치 않은 이유를 호흡이 긴 스토리로 하나하나 밝혀나가는 장르다. '미디어 트레이닝' 세 번째 글(Be the first to know)에서 이렇게 밝혔다.
저널리즘은 상상이 아니다. 저널리즘 전공 학자들 가운데 일부는 뉴스의 영역을 스트레이트(Straight)와 피처(Feature)로 나누기도 한다. 스트레이트 뉴스를 제외한 리포트, 특집, 기획 기사 등을 통칭해 피처스토리로 부르기도 한다.
때가 왔다. 이제부터 피처스토리 얘기를 해보자.
피처스토리의 종류
스트레이트(단신) 기사를 제외한 모든 종류를 피처스토리로 정의할 경우, 뉴스의 영역에서 피처스토리는 리포트, 인터뷰, 특집기사, 기획기사, 뉴스해설, 다큐멘터리, 영상 메시지 등 거의 모든 콘텐츠가 포함된다고 볼 수 있다. 장르별로 분류해보자.
①사람들 (The Profile)
뉴스의 중심에는 사람이 있다.
흔한 사례로 개가 사람을 물면 뉴스가 안 된다고 하지만 이는 틀린 말이다. 뉴스가 된다.
사람이 개를 물면 더 큰 뉴스가 될 뿐이다. 피처스토리의 중심에도 사람이 있다.
무수히 많은 피처스토리가 존재하지만 가장 많은 피처스토리는 역시 사람 이야기이다.
유명인의 삶을 다루는 피처스토리가 주종을 이루지만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루는
피처스토리도 적지 않다.
②탐사보도 (Investigative Reporting)
탐사보도의 유형은 다양하다. 사건사고를 취재하는 고발성 피처스토리에서부터
특정인을 좇아가는 휴먼 다큐성 피처스토리도 있다. 탐사보도 피처스토리는
현장고발형 단발성으로 그치는 경우에서부터 지구 온난화 기획 시리즈 같은
장기 프로젝트 프로그램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③뉴스 뒤 뉴스 (Behind the News)
이야기는 이야기를 낳는다. 뉴스 뒤 뉴스는 또는 뉴스 뒤에 가려진 또 다른 뉴스를 다룬다.
대중들에 어필하는 유명인의 뉴스 뒤에 가려진 알려지지 않은 사생활이나,
사건 뒤에 감춰진 또 다른 이야기들이 이에 해당한다. 연예계 스타의 화려한 영광
이면에 놓여 있는 개인의 성장통을 다룬 피처스토리 같은 것들이 한 예이다.
④회고 (Memoir)
취재 후기와 같은 일종의 후일담을 말한다. 꼭 취재가 아니더라도 한 개인의 인생사에
있어서 잊을 수 없는 스토리를 회고 형식으로 쓴 피처스토리를 말한다.
노벨문학상을 받은 윈스턴 처칠의 회고록 ‘2차 세계대전’ 같은 예가 대표적이다.
나의 9.11 취재 후기를 통해 피처 스토리 작성과 관련한 부분을 나중에 자세히 설명하겠다.
⑤여행 (Travel)
여행을 소재로 한 피처스토리는 무궁무진하다. 단순한 기행문 형식에서부터
여행지에서 깨닫는 성찰의 에세이에 이르기까지 종류도 다양하다.
괴테의 ‘이탈리아 기행’의 첫 문장은 여행 속으로 빠져들게 하는 탁월한 문장이다.
“새벽 3시, 아무도 모르게 칼스바트를 빠져나왔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사람들이 나를
떠나게 내버려 두지 않았을 테니까.”
⑥문화평론 (Cultural Commentary)
문화평론은 연극, 영화, 음악, 미술 등 예술의 모든 장르에 대한 비평, 감상을
포괄한다. 문화콘텐츠에 대한 팩트 위주의 기록에서부터 콘텐츠를 접한 글쓴이의
주관적 감상에 이르기까지 다채로운 내용을 담아낸다.
⑦에세이 (The Essay)
에세이는 경계가 없다. 어떤 장르의 피처스토리를 쓸까 고민해도 답이 나오지 않는다면 에세이를 쓰면 된다. 내 이야기가 곧 피처스토리다. 피천득 선생의 에세이 ‘인연’에는 ‘사람’, ‘회고’, ‘여행’ 등 피처스토리 장르가 골고루 잘 버무려져 있다.
스트레이트 능력으로 팩트를 모으고, 리포트 스킬로 구성을 하고, 이제부터 긴 이야기, 피처스토리의 세계로 여행을 떠나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