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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작까 Jun 30. 2021

1주택의 의미

서울 강남의 집값이 나에게 바로 미터가 될 수 있을까


내가 지방 대학교를 졸업하고 다시 고시원을 고민할 때, 내 손에 쥐어진 돈은 2천만 원이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아는 사람 하나도 없이 맨몸으로 지방으로 가 돈을 벌었던 엄마가 나에게 마련해준 반지하 원룸 전셋값이었다 두 손으로 받아 든 엄청난 큰돈이었지만 그 돈으로 서울에 전세방 한 칸을 얻기엔 작은 돈이라고 할 수 없을 정도로 초라했다




'전세방은 없나요..?

제가 월세를 낼 여력이 없어서요'




영화 해리포터 속에서 해리가 갖은 구박을 받아가며 셋방살이를 하던 계단 아래의 공간은 실내 이기라도 했지. 내가 본 그 집들은 안도 아니고 밖도 아니었다. 이런 곳에 살 수 있을까? 싶은 마음으로 작은 공간으로 머뭇거리며 들어서자, 집을 소개해준 중개사가 나를 안쓰럽다는 듯 바라보며 이야기했다. '그래도 이런 집은 여자가 살기에 너무 힘들지 않겠어요..? 보증금 외에 월세 20만 원 정도만 내도 훨씬 나은데 많아요.. 그런데는 어때요?' 바람이 문에 부딪히는 소리가 내 머리를 내려쳤다




'아니에요 괜찮아요.. 집 보여주셔서 감사합니다'



대학을 졸업하고도 한 달에 20만 원을 낼 수가 없을 정도라고? 도대체 대학에서 취업준비를 하지 않고 뭘 배운 거지? 싶겠지만, 나는 월세로 그 얼마만큼의 돈도 내고 싶지 않았다. 20만 원이 없었던 게 아니라 월세라는 건 나에겐 아무 득이 없이 버리는 돈과 같음을 일찍 깨달았던 것 같다




부동산 뉴스는 그때도 지금도 참 떠들썩하다. 공급이 많으면 미분양에 집값이 가격이 내려간다 아우성이고 수요가 많으면 집값이 너무 비싸다고 살 수가 없다고 소리친다. 뉴스에서 그렇게 떠들어 대는 강남 집값, 서울 집값이 나에게 바로미터가 될 수 있을까? 서울 역세권 33평 아파트의 평균 집값이라며 뉴스가 나오지만 그 평균은 누가 정한 건지, 그대로라면 나는 지금 어디쯤 있는 건지 발끝에 닿기라도 한 건지 모르겠다


나는 그저 내가 가진 돈을 잃지 않으면 그걸로 족했는데 그 돈을 지키는 일마저도 쉽지 않았다 월세는 버려지는 돈이라 생각했고, 전세로 한다면 그 보증금만큼은 지킬 수 있겠지만 그마저도 2년 뒤엔 가치가 그대로 일수 없다는 것을 알아챘다 내 집을 소유하는 것이 그나마 지금의 것을 지킬수 있겠구나 싶었다


시간이 많이 지나서 집값이 오르면 좋은 일 일테고 가격이 떨어진다변 그만큼의 내집에 삼 으로써 안정된 주거를 보장 받았으니 그걸로 만족 할 일이었다 1주택자가 된다는 건, 주거의 가치가 있는 일이다 이사의 걱정이 없으며 나 이외의 다른 사람의 결정으로 주된 주거의 공간이 흔들리지 않을 수 있다는점에서 의미 있는 일이었다


아무리 낡고 허름하더라도 내 것에서 사는 것, 내 집에서 산다는 건 엄청난 가치가 있는 일이다. 내가 처음으로 내 집을 경매로 낙찰받던 날 나는, 그때의 성취감을 잊을 수가 없다 입지적 가치가 있어서 투자한 것도 아니었고, 돈이 많았던 것은 절대로 아니었으며 (전셋값이 없어서 입찰보증금으로 입찰하여 낙찰받은 후 대출로 잔금을 납부했다) 당시로써는 부동산 하락기였기에 줘도 안 가질 만큼 낡고 싼 반지층 빌라였지만 내 것이라는 의미가 남달랐다


부동산 값은 어떻게 될지, 가격이 얼마가 될지는 그 누구도 절대로 알 수가 없다. 누가 임의로 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10년 전의 부동산값을 보고 지금을 보면 많이라는 표현이 부족할 정도로 올라있는 것처럼 앞으로 10년 후 역시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란 것이다. 지나온 10년간 폭락의 시기도 있었고 각각의 짧은 시기마다 조정의 대상이 되는 부동산도 있었지만 여태 그래 왔던 것처럼 통화량의 증가 인플레 등의 요인 등으로 오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부동산을 살지 말지에 대한 고민은 투자로써 투자자로서 고민을 할 부분이지 무주택자가 할 고민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어떤 집을 살 건지, 어디에 집을 살 건지, 어떻게 집을 살 건지를 고민해야 하는 것이지 언제 살지를 고민하고 타이밍 보는것은 무모한 도전같아보였다 나는 집이 필요했고 무주택자였던 나는 내 집이 간절했다 그뿐이었다


뉴스에 나오는 평균은, 나의 바로미터가 될 수 없다그것을 쳐다보고 있노라면 내 일상은 밟아도 아깝지 않을 만큼 하찮기만 할 뿐이었다


나에게 1주택의 의미는 3자로부터 나의 주거의 공간을 지키는, 나를 지킬  있었던 그때 내가 한 가장 가치가 있는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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