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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잉웰제이드 Jul 31. 2024

Prologue: 이혼 극복기

결말은 이혼일까 극복일까



  내가 이혼 이야기를 쓸 것이라고 생각해 본 적 없다. 역시 사람은 한 치 앞을 모른다.

  이혼이란 건 마치 불가항력적인 자연재해 같아서, 내가 계획을 하지도 않겠지만, 내가 계획을 할 수도 없고, 내가 계획을 한다고 해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그냥 재난처럼 찾아온다. 마치 그 누구도 내가 뉴스에서 나오는 사건사고의 당사자가 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고, 남 일처럼 동 떨어져 거리를 두고 관전하는 것처럼 말이다.   


  내 인생에 이혼은 없을 것이라고 마음먹고 결혼했고, 결혼생활에 위기가 왔을 때 이혼을 피하려 아등바등 온갖 노력을 했지만 오히려 버둥 댈수록 더 깊이 빠지는 늪에 들어와 있는 기분이었다. 더 이상 헤엄칠 힘이 하나도 남지 않고 탈진 상태가 되었을 때, 조금 더 버둥 대다간 깊고 어두운 바닷물 저 아래로 가라앉을까 두려울 때, 힘을 빼고 파도에 몸을 맡기며, 파도가 나를 어디로 끌고 가는지 지켜보았고, 결국 그 목적지는 이혼이었다.   


  '결혼생활이 이젠 정말 끝났다'라는 제목으로 메모장에 일기 썼던 것을 발견했다.

  정말 결혼생활이 끝났다고 생각했다. 이혼 통보를 받았고, 나도 그에 동의했다.

 

  이혼한 사람들 중 많은 이들이 이렇게 말한다. '결혼생활도 지옥이었지만, 이혼을 하는 과정은 더 지옥이었다'고 말이다. 안 좋게만, 부정적으로만 이야기 하고 싶은 마음은 없는데 힘들었던 것은 사실이다. 나도 그러했는데, 편안한 안식처가 돼야 할 집은 산소가 바닥난 공간이 되어 숨을 쉴 수가 없었고, 결혼생활을 유지하다가는 정말 죽어버릴 것 같아 이혼을 마침내 선택했지만, 협의이혼을 진행하는 과정은 그보다 더한 지옥도 있다는 것을 알려주었다. 그렇게 어두운 터널 같던 이혼 협의 기간을 겪으며, 돌싱으로서의 새 삶을 준비하고 있었다.


  남편이 협의 이혼 숙려기간이 끝나기 일주일 전쯤, 같이 식사를 하자고 했다. 난 너무나도 당연하게, 남편이 '최후의 만찬'이라고 생각하고 식사를 권했다고 생각했다. 남편이 다시 잘해보자고, 결혼생활에서 다시 노력을 해보고 싶다는 말을 할 것이라고는 정말 상상을 안 했다.  한 치 앞을 몰랐네.

  이혼을 통보하고 당사자뿐 아니라 그 가족에게 상처를 준 사람이, 숙려기간 1주일 전에, 다시 노력해보고 싶다고 말하는 행동은, 내 인생 백과사전에는 없다. 그거, 예의가 아니다.


  그런데 남편은 다시 노력을 해보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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